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이를 낳고 달라진점 : 자식을 낳을까 말까 고민하는 분이 읽으면 도움이 되려나

엄마 조회수 : 3,642
작성일 : 2012-10-06 01:28:14

저는 아이를 낳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다가 낳았습니다.

 

상황은 좋으나, 그냥 자식이 싫고, 내 dna가 싫고,

경제적으로 한없이 안정되어있으나 인생이 버거운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를 낳았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은 친구에게 질문한적이 있습니다.

자식을 키워보니 부모의 의무소홀이 이해가 가냐고.

뭐 대답은 정학히 기억은 안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의미에서 yes는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이제 막 '엄마'하고 울면서 '밥줘'라고 의사표현하는 아가를 키우고 있어서

이르지만,

그래도 또 이순간이 잊혀지기전에 말씀드린다면...

 

-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에 누군가에게 눈물나도록 예쁜 존재였었겠구나

 

- 내가 기억하는 그 시간 동안 내가 아프고, 다치지 않아서 지금도 무사히 살아있다면

누군가가 나를 위해 잠도, 아픔도 잊고 최선을 다한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 내가 부모가 교양없다고 싫어했던 그 시간 아주 오래 이전에

나는 똥도 오줌도 못가리고 식사시간에 방구도 끼고 그랬었겠구나 .

 

-------------------------------------------------------------

자식의 삶에 대한 나의 의무는 모르겠습니다.

자식을 낳으면서 "내 인생 아니니깐 태어나라고 해.

나는 안 태어나는게 좋지만, 내인생 아니잖아."

 

어쨋거나 고통으로만 기억된 내 인생 말고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사랑받던 시간이 있었을꺼라고 믿으니,

부모의 억압, 요구 그 오랜 이전엔 나 존재만으로도 사랑받던 시절을 느끼니

스스로 치료되는 느낌이 듭니다.  (전부는 말고 어느정도.... )

 

 

-------------------------------------------------------------

그리고 애를 낳으니

머리가 흐릿해지고  (예전에 논문을 미리 찾아 읽은적이 있는데 호르몬때매 척추 시냅스 연결이 적어진대요)

-> 머리가 나빠지는게 아니라 흐릿해져요.

바보는 내가 바보인줄 모른다죠. 좀 그런 증상...

 

아이를 낳을까 말까, 내 인생은, 삶이란,... 머 이런거

그냥 머리속에 어디에 있었는지 찾기가 힘들어요.

 

매일이 서바이벌,

몸이 힘들면 생각할 시간도 없고

철저한 자기관리도, 생활원칙도 안드로메다로.

 

예) 임신전엔 전자렌지로 음식뎁혀먹은적 없어요.

그러나 이젠 햇반을 하도 먹어서 특유의 향이 너무 역해요.

나중에 어쩌던가 오늘을 살고 봐야겠으니... 그냥 살아요.

 

 

 

 

 

 

 

IP : 175.116.xxx.21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플럼스카페
    '12.10.6 1:32 AM (122.32.xxx.11)

    늦은 시간 이런 저런 고민 끝에 들어와 보았다가 공감이 심히되는 글을 읽고 갑니다.
    저도 제가 애 낳아 기르기 전엔 저 잘나 잘 큰 줄로만 알았어요, 건방지게스리^^

  • 2. ..
    '12.10.6 1:32 AM (112.148.xxx.220)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3. ----
    '12.10.6 1:42 AM (218.236.xxx.66)

    아이 키우는 사람으로서 정말 공감 많이갑니다..
    제 오빠는 예전에 첫아이 낳고 첫돌 즈음에
    퇴근하고 현관에 들어서는 자신을 반겨보는 아이를 보고
    순간 왈칵 눈물 쏟고 울었대요.
    그 순간 자신이 돌아가신 아버지 같았고, 아이가 옛날의 자신처럼 느껴져서요.
    마치 영혼이 들어온 것처럼. 오빠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되고
    30년전 그 모습이 그냥 그대로 다시 똑같이 돌아온 것 같았답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그런 감정..
    잘 상상은 안가지만 쪼금은 이해가 가긴 합니다.

  • 4. 맞아요
    '12.10.6 2:05 AM (14.52.xxx.59)

    저도 애 낳으니 철 들고 사람된다는 말 참 싫어하는 사람인데
    어쩔수없이 인정하는 순간이 오더라구요
    내가 아이를 안 키웠으면 정말 막 살아가는 ..김여사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근데 또 아이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또 다른 김여사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고 ㅠㅠ
    어쨌든 괴물은 되지 말아야 겠죠,,,애 키우는 엄마니까

  • 5. ..
    '12.10.6 2:19 AM (175.197.xxx.100)

    저는 확고한 딩크로 살다가 아이가 생겨서 본의아니게(?) 엄마가 됐어요
    지금 모든게 엉망입니다.죽고만 싶어요

  • 6.
    '12.10.6 10:02 AM (211.202.xxx.136)

    저도 엄마랑 그리 애틋하지 않은데, 애 낳고 그런 생각은 들더군요.
    10달 제몸에 품다가 살 찢는 아픔 견뎌가며 세상에 내어서 이렇게 사람 노릇하게 키워낸 것. 그냥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고요.
    보통 똥오줌 못 가리고 혼자 밥도 못 먹는 시기, 누군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삶의 시기는 기억하지 못하잖아요. 그 시기에 누군가가 자기를 헌신해서 돌봐주지 않았다면 오늘의 내가 없었다는 것, 자기 입에 밥 넣는 것보다 애 입에 뭐 들어가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한 사람이 있어서 내가 살아왔구나...하고 느꼈어요.
    엄마에게 맹목적, 헌신적, 희생적 이런 사랑이 없다고 원망도 했는데, 그런 원망 자체가 스르르 희석되더군요.
    또 세상 사람들 보면서도 그런 생각 들어요. 저 사람들도 다 이렇게 예쁜 시기가 있었을텐데. 누군가에게 천사였던 시절이 있었을텐데... 하면 참 다 산 노인처럼 뭉클해져요.

  • 7. 외동맘
    '12.10.6 11:41 AM (110.14.xxx.164)

    저도 하나쯤 낳는것도 괜찮다 싶긴한데 ...
    사춘기 오고 .. 클수록 요즘 세상 보면
    애들도 불쌍하단 생각들어요

  • 8. 글 읽다보니, 창비에서
    '12.10.6 12:26 PM (121.162.xxx.69)

    나온 김애란의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인생이 생각나네요. 재밌습니다. 이 가을 한 번 추천해보고 싶은 책이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9449 형편이 어려우신분들... 29 답답 2012/11/20 7,113
179448 (방사능)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미국산 블루베리 녹색 2012/11/20 2,111
179447 일본산 방사능 가리비 껍데기로 양식한 ‘굴’, 결국 밥상에 3 녹색 2012/11/20 1,546
179446 사귀던 사람과 헤어졌어요 10 이별 2012/11/20 2,744
179445 수지 제끼고 실시간 검색어 1위 먹으신 분 ㅋㅋㅋ 사랑하는별이.. 2012/11/20 1,744
179444 나이 43에 세째 무리라고 해주세요. 129 나이40 2012/11/20 22,662
179443 박그네 확정이네요 11 2012/11/20 2,108
179442 투신 여고생 받아낸 최순경 얼굴도 잘생겼네요. 6 ... 2012/11/20 2,285
179441 베이비시터 겸 가사도우미 비용 문의 3 보통 2012/11/20 1,877
179440 남편의 잔소리 ㅠ 김치 냉장고.. 2012/11/20 744
179439 악건성 입술에 꿀+립밥 해보니 5 우와. 2012/11/20 2,367
179438 뚜레쥬루 나쁜놈들 4 병장맘 2012/11/20 2,167
179437 안철수 철수합시다 19 합시다 2012/11/20 2,187
179436 남편의 거짓말에 지칩니다 2 권태기부부란.. 2012/11/20 1,853
179435 누가 협상내용을 막 흘리는가? 2 .. 2012/11/20 1,063
179434 유럽 겨울 날씨좀 알려주세요 5 .. 2012/11/20 2,280
179433 아기 선물로 무엇이 좋을까요? 5 여름이야기 2012/11/20 629
179432 포괄수가제... 서민에게 이로울까? (의사욕하기전에 알건 압시다.. 42 일단 정치빼.. 2012/11/20 2,154
179431 제가 10월 5일날 쓰고.. 장렬하게 알바되었던글.. 루나틱 2012/11/20 660
179430 5세아이 디즈니만화 하루에 한시간씩 보기 영어학습에 도움될까요?.. 3 행복한영혼 2012/11/20 1,176
179429 CGV 골드클래스 온라인에 등록된거 양도되나요? 2 계급이금 2012/11/20 667
179428 피칸파이 맛있는 체인점?? 일산에 있다는데 혹시 10 궁금미^^ 2012/11/19 1,640
179427 고 장진영씨..남편 김영균씨 책을 읽었는데요 41 슬프다 2012/11/19 33,271
179426 확실하게 장담하는건 새인물따위는 없어요 9 루나틱 2012/11/19 908
179425 배에 근육만들때...쉬운운동???추천좀..해주세요 2 2012/11/19 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