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0월 4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798
작성일 : 2012-10-04 08:17:32

_:*:_:*:_:*:_:*:_:*:_:*:_:*:_:*:_:*:_:*:_:*:_:*:_:*:_:*:_:*:_:*:_:*:_:*:_:*:_:*:_:*:_:*:_:*:_

황사가 덮친 뒤 지붕들은 실의에 빠졌다.
희뿌연 대기 속에서 먼 산들은 조금 더 멀어지고
먼 바다에는 파랑주의보가 내려진다.
실의는 너희들 것이 아냐, 꽃눈만 맺고
끝내 꽃을 터뜨리지 못하는 자들의 것이지.
실의에 빠진 지붕들을 위로해 보지만
그건 하나마나한 짓이다.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당하고
새정부가 들어서며 국정원장도 바뀌었다.
어제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이소연 씨로 교체되었다.
밖에서 돌아와 코트를 벗는데 단추가 떨어진다.
무심코 마당 한 귀에 떨어져 있는 새똥들.
작년의 새들은 돌아오지 않고
강들은 성형수술을 받고 물길은 인위로 바뀌리라고
한다, 흐름을 바꾸려는 자들이 돌아온다.
나는 강까지 걸어가던 습관을 버렸다.
어제부터 옆집에서 갓난아기가 울음이 들렸다.
작년에 맞은 베트남 며느리가 아이를 낳은 모양이다.
아기들은 습관의 동물들이다.
배고프면 울고 기저귀가 축축해지면
또 운다. 따뜻한 목욕과 이야기와 젖만이 그 울음을
달랜다. 모든 습관은 무섭다.
습관에 길들여지면 습관에 살고 습관에 죽는다.
이 세상은 태어나는 자들과 죽은 자들의 정류장,
기일忌日들은 언제나 빨리 돌아오고
세상에 기일을 남긴 자들은 서둘러 잊힌다.
며칠 전 아버지의 일곱 번째 기일이 지났다.
나는 기일에 맞춰 납골당에 가는 대신에
아버지가 말년을 보낸 성북동엘 다녀왔다.
옛 성곽 아래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며
남의 집 마당을 들여다보고
빨랫줄에 걸린 빨래들이 잘 마르는가를 염려했다.
기일 저녁에는 오랜만에 면도를 하고
정종 파는 집에 혼자 가서 정종 석 잔을 마셨다.
동생들은 연락이 없고
내 슬픔도 미적지근했다.
미국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리라는 소식에
코스닥은 맥을 못추고 급락했다.
페놀이 스민 강물에서 죽은 고기들이 떠오르고
오, 대운하로 한몫 챙기려는 자들이
잠 못 든 채 사업구상에 골몰하는 이 밤,
나는 밤길에서 빈 깡통을 차서 어둠 저쪽으로 날렸다.
내가 차 날린 깡통에 맞고 어둠 한쪽이 일그러진다.
판자들은 삭고 삭은 판자에 박힌 못들은
붉은 땀을 흘리며 세월을 견딘다.
사철나무의 푸름이야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나 역시 모든 뻔뻔한 자들의 공범자다.
나는 용서하는 자가 아니라 용서받아야 할 자다.
오직 뻔뻔하지 않은 유일한 당신,
당신 속에는 암초와 법칙들이 자라난다.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는 것이다.
개나리 목련 찬바람 속에서 꽃눈을 준비하는데
서쪽에서 밀려온 황사로 개화는 며칠 더 늦춰진다.
기어코 조카애 초경이 터진다.


   - 장석주, ≪저공비행≫ -

_:*:_:*:_:*:_:*:_:*:_:*:_:*:_:*:_:*:_:*:_:*:_:*:_:*:_:*:_:*:_:*:_:*:_:*:_:*:_:*:_:*:_:*:_:*:_

※ 대운하(이름만 바뀐) 반대와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시인 203인의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2012년 10월 3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2/10/02/catn_ooiMaP.jpg

2012년 10월 3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2/10/02/20121003_jangdory.jpg

2012년 10월 3일 한겨레
http://img.hani.co.kr/imgdb/original/2012/1003/134917892517_20121003.JPG

2012년 10월 3일 한국일보
http://photo.hankooki.com/newsphoto/2012/10/02/alba02201210021946030.jpg

 

 


2012년 10월 4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2/10/03/2i3u45gui235.jpg

2012년 10월 4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2/10/03/ytfytfyt.jpg

2012년 10월 4일 한겨레
http://img.hani.co.kr/imgdb/original/2012/1004/134926218213_20121004.JPG

2012년 10월 4일 한국일보
http://photo.hankooki.com/newsphoto/2012/10/03/alba02201210031942480.jpg

 

 

 

한껏 쉬고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 판은 그 판....

 

 


 

―――――――――――――――――――――――――――――――――――――――――――――――――――――――――――――――――――――――――――――――――――――
왕은 배, 민중은 물이다. 물은 큰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
                                                                                                                                                        - 순자 -
―――――――――――――――――――――――――――――――――――――――――――――――――――――――――――――――――――――――――――――――――――――

IP : 202.76.xxx.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2.10.4 8:23 AM (110.70.xxx.164)

    글을읽는데 왜 이리 눈물이 날까요^^

  • 2. 잔잔한4월에
    '12.10.4 8:23 AM (121.130.xxx.82)

    민주당파로보이는 사이버위원들의 글들도 안철수띄우기에 혈안되있고
    민주당파들이 문재인보다는 안철수를 띄우기로 작정한거 같네요. 왜일까요?
    꾸준히 올리고 보이는게 그것뿐이군요.
    -꾸준한 고지식한 신념-이 보이는 사람을 뽑아야겠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4900 진선미 의원 다시 봤네요.. 8 ........ 2012/11/09 2,135
174899 수염많은 남편 두신 분들 전기 면도기요 2 .. 2012/11/09 3,229
174898 수성구(범어동~남부정류장) 근처에 헬스장 괜찮은 곳 있을까요? 헬쓰 2012/11/09 1,348
174897 재작년 고추가루 먹어도 되나요? 6 질문 2012/11/09 2,844
174896 56킬로 정도거리를 한달 통행한다면 자동차 기름값이 얼마나 나올.. 2 넘치는식욕 2012/11/09 870
174895 저희집은 가족 행사중 제일 큰 축제죠 4 김장 2012/11/09 1,168
174894 여우 잡아서 털 깎는 거 해도 돼요? 3 겨울옷 2012/11/09 1,221
174893 유치원 한 학년 높게 보내시는 분 계신가요? 7 1월생 2012/11/09 966
174892 며칠전 *마트에서 저질소리 연발하던 젊은엄마 4 왜그럴까 2012/11/09 2,064
174891 요즘 민주당 대변인들 짱이군요. 7 .. 2012/11/09 1,631
174890 진정한친구란? 2 의문 2012/11/09 1,549
174889 아이가 오케스트라하는게 좋을까요? 6 초5엄마 2012/11/09 1,655
174888 남동생 결혼식에 한복을 입고 가야 할까요? 22 한복 2012/11/09 3,694
174887 80,90년대 모델들..멋있네요. 1 ㄴㄴㄴ 2012/11/09 1,278
174886 법원 "친일행적 유공자 서훈취소 문제없다" 2 세우실 2012/11/09 619
174885 현미100%밥 지어드시는 분 있나요? 13 ... 2012/11/09 5,421
174884 바쁜 신랑 두신 분 많으신가요? 7 남편은 근무.. 2012/11/09 1,399
174883 쉽게 만들고 싶어요^^ 1 샐러드소스 2012/11/09 490
174882 친구가 얄미워요 2 하이 2012/11/09 1,234
174881 한양대 의대 계단 강의동 가야하는데 4 콕 집어주세.. 2012/11/09 1,295
174880 남편분들 집주계좌 번호 외우시나요? 4 스피닝세상 2012/11/09 772
174879 삼척대금굴 밥퍼 2012/11/09 1,456
174878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어이가 없어요 51 솔직히 2012/11/09 9,498
174877 소스에 버무려놨는데, 먹을때 어떻게하죠? 1 냉채를 2012/11/09 481
174876 냄새 심하게 나는 가죽장갑 골치. ... 2012/11/09 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