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장과 간...관절이 좋지 않은 가족력이 있어요.
얼마 전 아버지가 대장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5년 전에도 안 좋은 조짐이 있어서
저도 검사를 받았는데 별 일이 없었기에 그 후엔 절대...안 받고 버티고 살기로 했었죠.
돈이 아까워서라 아니라...무서워서...ㅠㅠ 첫 검사는 의사가 수면으로 안 해도 할만 하다고
했기에 그냥 했었는데...제가 남들보다 장 길이가 좀 길다고 하더라구요.
중략하고...
이번에는 9월 초부터 감기몸살과 장염이 같이 왔는데 감기 증상이 하도 심해서 장염 치료는
집에서 지사제하고 스멕타...포타겔...예전에 처방받은 정장제...뭐 이런 거 먹으면서 넘어갔었죠.
이비인후과 다니면서 목, 코, 오한을 고치고 장은 천천히...뭐 살다보면 배아플 때도 있지 뭐...이럼서...;;
벋뜨...
그게 아니더군요. 변기에 피가 비치기 시작하는데 뚝뚝...선명한 혈흔이....오 마이 갓!!
원래 변비는 없었으니...그 반대의 증상이...보름 가까이 복통과 감기와 덜덜 떠는 오한이...3단 콤보로
사람을 괴롭히는데...완전히 앓아누웠습니다. 그 비싼 본죽을 먹어가며...감기 때부터 병원을 갈 수 없어
애들한테 약만 타오라고...장염도 마찬가지였죠. 그래도 딱 3킬로 빠지더군요. ㅎㅎ
시체처럼 누워만 있으니...뭐 덜 먹어도 똔똔인게죠.
그러다가 결국 3주만에 응급실로 밤에 달려갔습니다. 링거로 포도당, 진통제, 피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
종목별로 메달을 따기 시작하면서...엑스레이에는 장에 가스가 차고 상태가 안 좋다는데 다른 검사결과는
문제 없다고 하다가 제가 통증을 못 참고 우니까...CT를 찍자고 하는 겁니다. 응급상황 같다고...ㅠㅠ
그런데 제가 원래 병원 체질 아니겠습니까...야메가 더 무섭다는 걸 인턴이 모르더군요.
괜찮다고...타고나길 장이 안 좋다며 급마무리...귀가하겠다고 약 달라고 하면서 새벽 1시에 왔죠.
화요일, 그러니까 어제 했는데...해보신 분들 아실 겁니다. 공포의 시큼한 장 비우는 약의 맛!!
변을 보는 게 아니라 변기에 쏘잖아요. 거의 양궁의 활 날아가는 속도로...(속 안 좋으신 분들...죄송)
이놈의 병원은 8개로 500ml 곱하기...4리터를 마시고 오라는데 5개까지 마시고 포기했습니다.
가스제거제 준걸로 마지막으로 마시고 병원 가니...몇개까지 마시고 왔는지 추궁하더군요..ㅠㅠ
1개 뻥쳐서...6개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차트에 6개라고 적더군요. 젠장....
말이 길었죠...이제부터 본론입니다.
수면내시경으로 바꾼 게 사건의 시작이었죠.
남편이 응급실에서 동행하지 못했던 게 미안했는지 병원에 흔쾌히 와준 겁니다.
이 아니 좋을쏘냐!! 보호자도 왔겠다...제가 돈 더 주고 수면내시경으로 바꾼 겁니다.
남편은 주차하느라 제가 웃돈 주고 수면내시경으로 바꾼 걸 모른 채로 검사실로 왔습니다.
마취하기 위해서 정맥주사를 꽂는데...4번 시도해서 다 실패하다가 거의 뼈에 놓는 수준으로...;;;
침상에 패댕이를 치고 진짜 이름을 수십번 불러제낀 것 같습니다. 주사가 안 들어가니...
결론은 미다졸람 앰플 2개 맞고 아주 멀쩡한 정신으로 검사했습니다.
소리는 물론 장이 빵꾸(?)나는 고통을 아주 실시간으로 체험하면서 했습니다.
셋째 낳는 게 아닐까...간호사 셋이 들러붙어서 잡고 의사가 진땀을 흘리고...잡어!!!!
밖에서는 '저 사람 죽는 게 아닐까...'공포에 떨었다고 합니다. 온갖 비명을 지르고 울다시피...아흑...
계속 '왜 마취가 안돼욧!!!!' 소리 소리 지르고...환자분마다 다르고...어쩌구 저쩌구...변명모드...ㅠㅠ
결론은....아무 이상이 없답니다.
용종도 없고...장도 깨끗하고 치질도 아니랍니다.
아!!!!!!!
전 왜 아팠던 걸까요?
피는 왜 나왔던 거죠? 의사 말로는 장염을 심하게 앓다보면 피가 비칠 수 있다고...;;;
아프게 검사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손을 꼭 잡고 사과를 하는데 이거 화도 못 내겠고...ㅠㅠ
(아마 수면내시경 해서 저처럼 미친 듯 아파하는 정신 멀쩡한 환자를 거의 처음 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환불은 안된답니다. 마취제 앰플 들어갔다고...추가한 앰플 값 700원 수납하고 가랍니다. ㅎㅎ
그럼 두개면 1400원이라는 말이죠? 제가 무려 7만원 가까이 돈을 더 내고 수면으로 바꾼 건데...
대체 뭐때문에 이렇게 비싸냐고 따지려다가 회복실에서 배잡고 뒹구느라...30분 쉬고 왔습니다.
읽으시는 분 지루하실까봐....이만 마치려는데요. 정말 약 올랐습니다. 만약 결과가 안 좋았으면
심평원까지 가서 제소할까....그럴 생각까지 있었는데...꾹 참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장염을 앓으면서 식습관까지 싹 바꿨지요. 채식 위주로...과식 안 하고....운동은 원래
했지만 3주간 쉬었는데 이젠 맘 놓고 다시 하려구요. 그런데 평생 조심해야할 것 같긴 해요.
원래 고기만 많이 먹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족력도 있고 장염을 하도 자주 앓다보니...정말 놀랐었거든요.
건강이 최고 같아요. 정말 평소에 체력 관리며 몸살림에 신경쓰고...좋은 식재료로 소식하면서 살려고 합니다.
늦었지만...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좋은 하루 마감하시고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