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추석 다음날이라 늘 가던 보육시설에 아이들 피자랑 치킨이랑 음료수 사서 갔습니다.
나라 돈으로 운영하는 시설이라 공무원인 당직 선생님들도 계시고 수고하시는 분들도 계시니
아이들이랑 넉넉히 나눠먹으려고 사갔죠.
날씨가 좋으니 아이들이 피자를 보육시설 한켠에 놀이터 평상에서 먹겠다고 해서
우루루 손잡고 선생님들이랑 꼬맹이들까지 데리고 놀이터에 갔습니다.
이 보육시설에 놀이터가 잘 되어있어요. 놀이기구도 많고
한쪽에 토끼,닭, 꿩, 강아지도 키우는 사육장도 자그맣게 있고
그 옆에는 텃밭도 보육시설에서 가꾸고 있어서 아이들이 작은 손으로 모종도 심고 물도 주고 열매도 따고
가을에는 배추랑 무도 심어서 거기서 나는 것들로 김장담그고 그러는 보육시설내 자산이거든요.
아이들에게는 체험 교육장이구요.
여름엔 풋고추, 토마토, 고구마,깻잎,상추 같은 것도 심어서 다 아이들이 먹는 식사용으로 쓰입니다.
그걸 보면서 아이들도 즐거워 하구요.
놀이터에서 피자를 다 먹고 아이들이 토끼한테 풀주러 가서 우루루 몰려가있었고 저는 꼬맹이-3살 짜리가 손을 다칠까
유심히 옆에 있었는데 갑자기
못보던 여자아이둘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들이 너 언제 왔어? 너 누구야? 하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텃밭에서 야채들을 따서 자기 딸들한테 주면서 이거 토끼 주면 잘먹는다 하면서 쥐어주는거예요.
제가 너무 기가 막혀서 " 누구세요? 여기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하고 물었거든요
거긴 자원봉사도 미리 예약하고 정해진 시간에 가지 않으면 외부인은 절대 안 들여보내거든요. 그냥 지나가다가 놀러오는거 안됩니다. 제가 봉사하는 시간에 다른 봉사자는 없는걸 제가 아는지라 누구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저기로 왔어요..." 하면서 우물우물 거리면서 말꼬리를 흐리길래
제가" 여기 텃밭 아이들이 반찬으로 먹는거예요. 이거 함부로 따서 주시면 안되죠." 그랬더니
" 아 알았어요. "하면서 인상을 쓰더라고요.
전 너무 기가 막혀서 보육원 선생님한테 저사람 뭐냐고 그러니까 울타리 넘어로 아이들 데리고 몰래 들어온 사람이라는 거예요.그 보육원이 다 담장이 쳐있는데 산기슭에 있어 산 쪽은 울타리로 좀 느슨한 곳이 있거든요.거길 넘어 온다는 거예요
. 여자 선생님들만 있는데 가라고 그래도 자기만 가는 척 하고 울타리 쪽에서 서성서성 하고 모른척 하고 서있고 자기 딸들 온갖 놀이기구 다 태우고 놀고 한시간도 넘게 그러고 있더라고요.
애들 앞에서 싸우기도 뭐하고 내가 거기 직원도 아니고 그래서 참는데 열이 확확 받는거예요.
부모에게 버림받고 불쌍한 아이들한테 뭘 좀 사다줘도 부족할 판에 아이들 반찬으로 먹는 텃밭에서 야채를 ( 그것도 엄청 많이도 뜯어 왔더라고요.) 뜯어다 자기딸들보고 토끼 주라니...
아이들 놀이기구 태우고 싶으면 정식으로 봉사 신청하고 데리고 와서 같이 놀던가...
지 새끼들만 귀한듯 지 딸들만 데리고 놀이기구 태우면서 딴 아이들한텐 관심도 아예 없구요.
근데 제가 보던 3살 짜리 꼬맹이가 자꾸 그 남자한테 아빠 아빠 하면서 가서 매달리는거예요.
그러니까 그집 딸아이가 " 너 왜 우리 아빠 한테 아빠라고 그러냐? 우리 아빠야 !!!"
이러니까 꼬맹이는 눈물 뚝뚝 흘리고...아 정말 열받아서.
근데도 그남자는 꼬맹이 한테 눈길 한번 안주고 지 딸들 하고만 노는거 있죠.
오늘은 거기 담당 공무원들이 대부분 휴무고 당직선생님들은 다 여자였고
경비아저씨는 정문에만 계시고.
내일 전화 하거나 방문해서 담당자에게 확실히 보안 단속하라고 할려구요.
아이들 놀이터에서 놀다가 없어지거나 나쁜 일 당하면 어떻게해요?
정말 양심이 없어도 저렇게 못된 놈은 처음봤습니다.
명절날 쓸쓸히 부모도 없이 지내는 시설에 몰래 넘어들어와 자기 아이들 놀이터에서 놀게 하고 싶을까요? 애들 앞에서 아빠 아빠 하면서 보란듯이?
그애들 때문에 분위기 파장되고 결국 보육원 애들은 하나 둘씩 안으로 들어가 버렸구요.
저희가 놀이터를 떠날때까지 세 부녀는 깔깔 대면서 잘도 놀더군요.
규정상 아이들끼리는 놀이터에 나가지 못하고 꼭 선생님이 대동해야 하기때문에 자원봉사자도 신원조회 다 하고 그러고
아이들이랑 놀게 하는 거거든요. 혹시라도 아이들끼리만 놀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이들이 자원봉사자가 가면 자꾸 밖에나가서 놀자고 그래요.
안에만 있으면 답답하니까.
모처럼 피자먹고 분위기 좋게 신나다가 그 미친 아빠 때문에 애들도 저도 기분이 꿀꿀해졌어요.
혹시 이글을 읽고 있는 딸 둘 있는 애 엄마가 그집 엄마라면 남편 양심 단속좀 하시죠.
그집 딸들이 뭘 배우겠습니까?
담넘는거, 무단침입하는거, 남의 텃밭에서 야채 뜯는거- 도둑질이죠.
아 생각할 수록 열받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