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어머님이 나서지 않으면 사형으로 끝납니다.”

yawol 조회수 : 3,064
작성일 : 2012-09-29 23:49:23

 

“어머님이 나서지 않으면 사형으로 끝납니다.”

 - 나를 재야 운동으로 이끈 만남  



                                                       이 정 이(6.15 선언 실천 부산 상임대표, 

                                                         부산 민주공원 이사, 부산 동의대 사건 가족 대표)                                                               


“어머님이 나서지 않으면 이 사건은 사형으로 끝납니다.”

문재인 변호사에게 이 말을 듣고 나는 몸져누웠다. 한 달을 일어나지 못했다.

자식이 사형 당할지 모른다는 말의 충격은 그처럼 컸다. 


1989년 동의대 사건의 재판은 정말 그럴지 모른다는 시퍼런 서슬로 시작되었다. 

동의대 도서관에서 농성한 학생을 진압하던 경찰관이 7명이나 죽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사건이 처음 발생한 당시 학생들이 모든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언론은 학생들을 흉악범이자 고의적인 살인자로 몰아세웠다. 

경찰에서 기본 진압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거나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잘못은 

훗날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이었다. 


노태우 정부는 그 사건을 전 세계에 알려 미국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같은 나라에 

다녀온 사람도 그 사건이 어떻게 되었는지 물을 정도였다. 

정부는 학생들을 폭도로 몰면서 그걸 빌미로 민주화 운동을 말살하기로 

단단히 작심한 모양이었다. 


내가 문재인 변호사를 만난 건 그 사건 구속자 가족으로서였다. 


그때 나는 충격으로 드러누워 있으면서 곰곰이 문 변호사 말을 생각했다. 

내가 어머니로서 생명을 내놓아야겠구나. 그래야 이 사건을 풀 수 있겠구나. 

문 변호사와의 만남을 계기로 나는 구속자 가족 대표를 맡아 

앞뒤를 돌보지 않고 뛰어 다니게 되었다. 


동의대 사건은 노태우 정부에서 가장 큰 시국 사건이었다. 구속자만 77명이었다. 

민변 변호사를 중심으로 공동변호인단이 출범했다. 

워낙 사건 규모가 커서 문 변호사가 그 사건을 총괄했다.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던 부모들도 

문 변호사와 만나면서 용기를 얻고 점차 제자리를 찾았다. 


문 변호사가 이 사건에 들인 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는 트럭 몇 대 분이라고 할 만큼 방대한 소송 기록을 꼼꼼하게 챙겼다. 

밤새 기록을 검토하다 아침에 수면부족으로 시뻘건 눈으로 출근하곤 했다. 


재판 과정에서 경찰이 고층 작전의 기본 수칙을 무시하고 

안전그물과 매트리스도 설치하지 않고 진압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이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추락해서 죽은 경찰관이 4명이나 되었다. 

도서관 화재도 학생들이 고의로 일으킨 것이 아니라 

기름이 증발하여 생긴 기체에 불이 붙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 변호사는 화재 원인을 밝히려고 모의 도서관을 만들어 화재 검증을 하기도 했다. 


문 변호사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가족에게는 

1심뿐만 아니라 2심까지 무료 변론을 했다. 변론비도 저렴했다. 

어떤 학생 부모가 그 사건을 모 변호사에게 들고 갔더니 

선임비로 1,000만원을 내놓으라고 해서 입을 딱 벌리고 돌아왔다. 

문 변호사도 직원 봉급을 줘야 하고 사무실 경비도 만만찮았을 텐데 

동의대 재판이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다른 사건을 맡지를 못했다. 


그런데 문 변호사는 그런 내색을 한 번도 하지 않아 늘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문 변호사가 혼신의 힘을 기울인 덕분에 구속자 가족들과 학생들은 희망을 얻었다. 

모든 언론과 권력이 학생들을 몰아붙일 때 

변호사의 사명인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었기 때문이다. 

문 변호사의 만남을 계기로 나는 23년이나 이어질 재야 운동에 뛰어들게 되었다. 

보람이야 크지만 고생길이었다. 어찌 생각하면 얄밉기도 하다. 


내 남편은 말단 공무원이었다. 내가 시민운동의 길로 들어서자 

문 변호사가 남편 봉급 받아서 시민운동에 쓰면 3일이면 다 없어진다고 했다. 

내가 웃으며 그럼 어떻게 하면 되냐고 하니 

남에게 기대지 말고 시민운동을 하는 길을 권했다. 

내가 직접 돈을 벌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문 변호사 건물 1층에 복국집을 차려서 장사를 했다. 

그 수입을 시민운동 자금으로 썼다. 


따져 보면 동의대 사건으로 구속된 학생들이나 

도서관 진압 작전에 투입돼 목숨을 잃은 경찰관이나 다 시대의 피해자들이었다. 

노태우 정부가 그런 엄혹한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었다.  


생각하면 정부가 잘못해 이 나라의 서민을 못 살게 구는 일이 그치지 않는다. 

문 변호사가 내게 한 말을 이렇게 바꿔야 할 것 같다. 


“시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이 나라는 암담합니다.”

IP : 121.162.xxx.17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역사에
    '12.9.29 11:59 PM (211.194.xxx.146)

    공헌한 사람들이 있어서 이나마의 오늘이 있겠지요.
    뒤늦게 역사적 청소를 하느라 피흘리는 아랍의 봄을 보면서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 2. 참 한결같은 분이네요
    '12.9.30 12:14 AM (116.39.xxx.185)

    문후보님도 안후보님도 서로 다른 듯한 길을 걸어 오셨지만, 그 진심만은 같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있어요~~
    두분 다 진심으로 응원해요~~

  • 3. ....
    '12.9.30 12:30 AM (112.155.xxx.72)

    용산 사태랑 똑같은 일이 그때 이미 있었군요.
    이 소위 우파라는 인간들은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 같이 여길까요?

  • 4. 욕이 나오네요
    '12.9.30 3:18 AM (14.42.xxx.84)

    판단력 없는 어리석은 청년들의 무모함!! 동의대 사건으로 무고한 목숨을 잃은 경찰관들이 하늘나라에서 통곡하시겠어요.
    부끄럽지도 않아요? 살인자들이 민주화투사가 되는 어이없는 세상 -아무리 철없이 저지른 만행이라곤 하지만 경찰들을 감금한 채 출입구를 폐쇄하고 신나에 불을 붙이다니..
    미친 세상이 아니고서야, 아무리 82가 좌파들만 큰소리 내는 곳이지만 , 부모야 어쩔 수 없이 어리석은 자식들을 감싸줄 수 밖에 없었다지만 하늘이 보고 있는데 진실을 호도하지 맙시다!!

  • 5. ....
    '12.9.30 7:47 AM (113.131.xxx.24)

    윗님?

    경찰이 안전장치를 하지 않아서 추락사한 경찰이 4명이라고 하잖아요
    글이나 제대로 읽고 답글을 다세요
    독해실력이 떨어지면 가만히나 있던지

  • 6. 이런 사람이
    '12.9.30 9:38 AM (218.159.xxx.194)

    대통령 후보로 나오니 정말 행복합니다.

  • 7. 언제나
    '12.9.30 12:25 PM (58.233.xxx.187)

    사람을 사람으로 봐 주는 분이네요
    이 분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확 바뀌지는 않겠지만
    작은 희망을 갖고 살 수 있을거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3550 박근혜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7 .. 2012/11/06 1,360
173549 승마 배울 수 있는 곳 문의 3 승마요 2012/11/06 2,250
173548 중임제 5 멜로디 2012/11/06 962
173547 예비중학생 사회관련 도움될만한 책 추천 2 여울목 2012/11/06 1,291
173546 이런 상황에서 집을 파는게 옳을까요? 현명한 조언을 부탁드려요 4 ... 2012/11/06 1,348
173545 공화당의 꼼수 ‘투표율을 낮춰라’ 1 샬랄라 2012/11/06 814
173544 마인 코트 괜히입어봤어요 7 겨울 2012/11/06 7,620
173543 세탁소에 아끼는 니트를 맡겼더니 배꼽쫄티를 만들어 왔네요ㅠ 4 2012/11/06 2,490
173542 유모차택배보내려는데 어떻게..어느택배가 가장 나을까요?? 2 택이처 2012/11/06 3,229
173541 美위안부기림비 '말뚝 테러' 용의자는 20대 초반 일본인 세우실 2012/11/06 1,296
173540 손이 유난히 차가울땐 어느 병원으로??? 5 손시려요 2012/11/06 2,028
173539 standard luxe 라는 보세 옷 어디서 사나요? 3 82가모르면.. 2012/11/06 1,948
173538 아이들이 바를수 있는 립글로즈 있나요? 3 아이들 2012/11/06 1,169
173537 이명박그네...측근 쓰는 법도 닮았네? 그러네?? 2012/11/06 838
173536 고구마 탄내가.. 4 아바타 2012/11/06 1,266
173535 보풀안나는 폴라티 소재 좀 알려주세요^^ 1 폴라티 2012/11/06 4,033
173534 삐용의 울음소리에 대한 대책은..ㅠ.ㅠ 17 삐용엄마 2012/11/06 1,729
173533 수술할 시간에 밥먹으러 가는 사람 14 배재 2012/11/06 2,378
173532 영어공부할 괜찮은 원서 추천 좀 부탁합니다. 10 오키로 빠질.. 2012/11/06 2,951
173531 4인가족 제일 자주 쓰이는 냄비는 몇센치 냄비인가요??? 5 주방용품 2012/11/06 1,463
173530 특허청 근처에 괜찮은 치과 아시는 분~~~~ 국기원이나 2012/11/06 554
173529 집앞에 나갈때 맬수있는 명품가방 하나만 추천해주세요 6 30대중반 2012/11/06 2,548
173528 발도르프 어린이집하고 공동육아 어린이집 하고 차이가 무엇인가요?.. 10 쌍둥이엄마 2012/11/06 5,659
173527 36살 인데요. 노스페이스 꽃분홍 패딩이 입고 싶은데 사도 될까.. 19 나나 2012/11/06 2,938
173526 타블로생활고? 31 ,,,,,,.. 2012/11/06 10,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