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명절이 되면 가족 모두 아빠 차를 타고 12시간 넘게 걸려서 할머니 댁에 갔는데..
차 안에서 노래도 부르고, 휴게소에 들려 호두과자랑 알감자..핫도그.. 햄버거... 김밥..냠냠 맛있게
먹기도 하고... 그러다 잠도 자고.....제사도 지내고..떡도 먹고.. 튀김도 먹고... 맛난거 배불리 먹던
내 어린 시절..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시고... 엄마가 집을 나가고...달랑 남겨진 우리..
그 후부터는 명절이라고 어디 찾아가지도.. 찾아오지도.. 않는 우리 집.
줄줄이 들어왔던 선물세트며 과일박스며.. 고기며..집으로 찾아와 인사하는 아빠 후배와 친구들..
이제는 달랑 제가 회사에서 받아오는 종합선물세트가..전부네요.
멋쩍게 웃으시며 받아들으시고는... 필요한거였는데 잘 됐다며 정리하시는 우리 아빠..
내가 마음의 문을 닫아 2년 넘게 말도 안하는 서른 중반을 넘어가는 우리 언니..
어느덧.. 서른을 넘어버린 나....
작년 초에 집을 나가 어디서 어떻게...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우리 동생...
냉랭한 기운만 감도는 우리 집 공기..
아빠 방에선 티비 소리만 연신 들리고..... 난 방문을 닫고 있다..
생일이라고 뭐 다를까..
내가 태어나던 순간 조차 엄마와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뭐..
나는 백일기념..돌잔치...등... 아무 것도 없다.
나는 원하지 않던 아이였지만.. 그걸 너무 빨리 깨닳았다.
그렇게 형성된 내 자아는...지금의 내가 되었고.......
티비 속에 사람들은 다들 분주해보인다..
난 그저 침대에 누워 리모컨만 만지작..만지작....거리며
우두커니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