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대법원이 곽노현 교육감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말았다. 살다 살다 이런 재판은 처음 본다. 명색이 형사재판인데,
1심, 2심 모두 사실관계에서 검사쪽 주장과 증거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피고 측 주장은 거의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그런데도 유죄라고 한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형사재판은 입증 책임이 검사에게 있다. 검사의 주장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때라야 유죄가 선고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재판부는 곽노현 교육감이 상대 후보를 매수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이 단지 "매수 의사가 없었으면 과연 2억이란 큰 돈을 주었겠는가?"라는 막연한 통념과 의심에 근거하여 유죄를 선고했다.
박근혜 후보가 인혁당 피해자에게 사과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또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이다.
물론 2억이 통상적인 부조 액수로서는 너무 많지 않느냐는 의심은 충분히 가능하다. 나부터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마 아무리 천하의 곽노현이라 해도 대뜸 2억이라는 돈을 내어주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곽노현 교육감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운동비 보전 명목으로 35억 원을 받았으며, 후원금 등으로 인해 기대하지 않았던 1억5천만원의
초과 수입까지 발생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단 한 푼의 선거운동 비용 보전도 받지 못하고 7억 이상의
손실을 본 옛 경쟁자이자 동료에게 2억 정도 도와주는 것이 그토록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아님은 금방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다음 세 가지 뿐이며, 이는 그 동안의 재판과정을 통해 법정이 인정한 것들이다.
1.곽노현 교육감은 박명기 후보에게 사퇴의 조건으로 어떤 이익의 제공도 제시한 바 없다.
2.곽노현 교육감은 박명기 후보의 사퇴 조건으로 어떤 이익의 제공을 제시하라고 지시한적도 그것에 대해 보고받은 바도 없다.
3.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2억을 제공한 동기는 도덕적 부채감, 측은지심, 그리고 종교적 성향 등이 복잡하게 작용했다.
여기에 곽노현 교육감이 책임져야 할 불법이 어디 있는가? 곽노현 교육감이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상대 후보를 매수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어디 있는가? 정작 본인은 선거가 끝나고 한참 뒤에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후보매수라는 무시무시한
딱지가 붙을 행위가 있는가? 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물어보고, 얼마를 지원할지 결정한 것은
모두 박명기 교수가 후보를 사퇴한지 반년이나 지난 다음의 일이다. 이미 끝난 지 한참 된 선거를 어떻게 혼탁하게 만든단
말인가? 이미 후보가 아닌 사람,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무엇을 매수하고 무엇을 약속한단 말인가?
그런데도 1,2심에서는 이런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들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피고는
이미 후보가 아닌지 여러 달 지난 사람에게 후보직을 매수했으므로 유죄다" 이런 괴상망측한 판결이 어떻게 가능한가? 바로
괴상망측한 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 법은 전 세계에 한국과 일본에만 있으며, 그 나마도 한국에서는 만들어진 이래 단 한 번도
적용된 바가 없고, 일본에서는 46년 전에 한번 적용된 뒤 단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문자 그대로 죽은 법이다. 이게 바로
그 이름만으로도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 '사후매수죄'를 구성하는 이른바 2호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