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명절이라 요 며칠 시댁관련 글들이 넘쳐나서 저도 보태기 하기 죄송하온데..
좀 고민이 되어서요.
저의 고민은 간단히 말해서 시댁에서 명절 당일날 친정에 갈 것이냐 , 아니면 그 다음날 갈것이냐
당일에 간다면 아침 일찍 시누가 오기 전에 갈 것이냐 , 아니면 저녁에 갈 것이냐
요거라고 볼 수 있구요 , 이런 고민을 하게 된 배경을 간략히 설명드리자면 ….( 아 … 근데 길어질 거 같아요 .. 죄송 )
저는 올해로 결혼한지 5 년 차이구요 .
3살 딸 하나 있고 , 남편은 경상도 출신입니다 . 저는 서울이구요 .
맞벌이하느라 서울에 계신 저희 친정 부모님 근처에 살며 하루종일 , 아침부터 저녁까지 친정 엄마가 해주시는 밥도 얻어 먹고 다니는 불효녀입니다 .
저의 시댁은 경상도이구요 , 결혼한 손위 시누가 한 분 있고 시부모님 두 분다 계시고 , 큰 집이 아니라서 차례나 제사도 없는 심플한 시댁이지요 .
따라서 명절에 내려가게 되도 저는 음식을 별로 안할 줄 알았어요 .
근데 저희 어머님 아무래도 연세도 있으신 옛날 분이시니 , 가족들 모인다고 명절 음식 다 하세요 .
힘드신데도 튀김까지 다 하시고 … 암튼 많이 하세요 .
근데 중요한 것은 … 저희 어머님은 참으로 자식들에게 헌신하시고 바르게 살아오신 분이시고 그래서 저도 너무 좋아해요 . 진심으로요 .
저는 멀리 살아도 그런 저희 어머님의 진심을 알기에 한달에 한번 씩은 기차타고 어린 아이 데리고 혼자 다녀오기도 할 정도로 시댁에 대한 거부감 없이 지난 시간을 보냈었어요 .
그리고 어머님 생각하면 늘 안쓰럽고 뭔가 애틋하기도 해서 , 남들이 보기에는 쟤는 왜 저래 ? 할 정도로 감정적으로 시어머님께 의지도 하고 좋아했었어요 .
근데 사건의 발단은 … 우리 시누이 …
저랑 4 살 차이의 시누언니 …
그냥 좋게 좋게 서로 잘 지냈어요 . 제 아이 돌이니 생일이니 때마다 잘 챙겨주셨고 , 저도 그 마음 고맙게 받고 내려갈 때마다 언니네 꼭 들러서 선물도 드리고 , 유명한 맛집도 함께 찾아다니고 ..
둘 다 맥주를 좋아해서 남편없이 시누 언니랑만 둘이서 애기들 재워놓고 한 잔 하며 이런 저련 얘기도 자주 하고 …
정말 … 보통 시누와 올케 사이같지 않다고들 많이들 그랬어요 .
저의 남편도 제가 본인의 원가족과 잘 지내는거 뿌듯해 했었구요 .
근데 … 문제는 저의 시누이가 말을 좀 생각없이 막 해요 .
처음 봤을때 부터 뜬금없이 헉 … 할 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래봐야 일년에 열번도 잘 못 보는 사이이니 그 때마다 , 내가 잘 못 들었겠지 …. 하면서 그냥 넘겼지만 기분 나빴던 적이 솔직히 많아요 .
제가 애 낳았을 때부터 … 좀 쌓인게 있었어요 . 이 막말 문제로 …
20 시간 진통하다 결국 제왕절개로 낳고 온 몸이 퉁퉁 부어 있는데 오셨더랬어요 .
멀리서 오신것에 감사하는 마음 뿐이었는데 … 갑자기 저희 애기를 보더니 .. 와 못생겼다 … 얘는 와이리 못생겼노 ? 어메 몬내미다 몬내미
이럼서 플래쉬를 애 눈앞에서 터트리며 사진을 찍더군요 .. 저는 순간 내가 잘 못 들었나 ? 싶었는데 …. 계속 몬내미라고 놀리는 식으로 말을 해서 …
쳐다봤더만 , 저희 시어머니 당황하셔서 어쩔 줄 몰라하시더라구요 .
나중에 남편한테 어떻게 첫조카인데 그런 말을 해 ? 했더니 귀여워서 그러는 거래요 … 그 지방은 귀여우면 그런 말 한다고 .. 그래서 넘어가긴 했어요 . 뭐 어쩌겠나 싶어서요 .
근데 그 이후로도 , 저의 아이를 가지고 장난 치는 문제로 남편과 싸운 적이 많아요 .
귀엽다고 표현하는 거라는데 제가 보기엔 도가 지나치게 아이를 괴롭히면서 가지고 노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애한테 장난을 심하게 쳤어요 .
먹는거 가지고 특히 .. 줬다 뺏었다 이러고 … 말도 못하는 애를 … 그럼 저희 애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결국에는 울어버림으로써 장난이 끝났고 .. 제가 슬슬 열이 받는지도 모르는 시누 대신 시어머니가 제 눈치를 보시는걸 저도 느낄 수 있었는데 , 그래도 시누는 눈치를 못채고 .. 암튼 …. 좀 문화적 차이인지는 몰라도 평소에도 말하는 거나 태도가 약간 이해가 안가는 철없는 시누언니였어요 .
그럼 제가 남편하게 왜 그렇게 애를 괴롭히는데 가만 보고 있냐고 따지면 … 장난인데 뭘 왜 그래 ? 그럼서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말이나 하고 … 저만 열받고 .. 그런 상황이 많았구요 .
한번은 시어머님 생신이라 특별히 내려가서 장봐다가 이것 저것 없는 솜씨에 생신상을 차려드리기로 하고 준비하는 중에 시누언니와 통화하게 되었어요 .
이런 저런 요리 할 생각이다 했더만 어머님 좋아하시는 회는 본인이 떠 오겠다고 하더라구요 . 그래서 알겠다 하고 회를 제외한 나머지 요리를 해서 상을 다 차리자
시누가 남편과 함께 왔고 … 근데 빈 손 이었어요 ..
회는요 ? 물으니 , 아무렇지도 않게 응 .. 내가 별로 회 생각이 없다 …. 제가 당황하여 쭈볏하며 말을 못하니 …. 뭐 하나 시킬래 , 그럼 ?
이러는 거에요 … 전 정말 황당해서 할 말을 못찾다가 남편 눈치 봤는데 , 남편은 그럼 됐다 뭐 .. 이래 먹자 … 이러고 말더라구요 .
아무도 … 그래도 사와야지 왜 안샀니 ? 너 먹기 싫다고 안사오는 게 어딨어 ? 이러는 사람 없더라구요 . 다 그런갑다 …
이런식의 … 뭔가 제가 납득할 수 없는 행동과 말을 종종 해왔는데 , 그래도 일부러 그런건 아니겠지 , 사람은 원래 착한데 , 좀 눈치가 없는가보다 …. 이러고 이해하려고 했어요 .
그러니까 저를 제외한 나머지 시댁 식구들은 … 시누의 그런 말투나 행동에 아무런 거부감도 이상하다는 생각도 없는 거고 , 저만 혼자 .. 기분 나빴지만 참고 있었던 경우가 많았던 거지요 .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
최근 한 두 세 달 전에 … 저랑 카톡을 주고 받다가 ..
싸우게 되었어요 . 말 그대로 말싸움이요 ….
제가 지금 일하는 곳이 야근도 있고 , 출퇴근하기가 매우 힘든 곳이에요 . 집에서 두 시간 걸리는 길을 운전해서 다니고 있어요 . 하루에 네 시간을 길에서 버리고 있죠
덕분에 아침에 잠 도 못 깬 아이를 업고 엄마집에 데려다 놓고 올 때마다 내가 이걸 계속 해야 하나 … 이런 고민하며 떨어지지 않으려는 애 떨어뜨려 놓고 울면서 운전하고 다녀요 .
그 날도 , 잘 지내냐고 안부 카톡 하시길래 , 이래 저래 얘기하다 너무 힘들다 … 아이가 매일 매일 운다 … 이런 얘기 하며 신세한탄 하고 있었던 건데 ..
다짜고짜 , 그렇다고 너무 애한테 절절 매지 말아라
이러는 거에요 . 그래서 좀 황당하긴 했지만 ( 내가 예상했던 건 , 그래 니가 많이 힘들겠다 , o o 이도 고생이고 … 그래도 좀만 더 참고 힘을 내렴 뭐 이런거였는데 ….)
애가 넘 불쌍해서 그래요 … 라고 답을 했어요
그랬더니 니가 자꾸 절절 매니까 애가 버릇이 없는거야
이러는 거에요 . 뜬금없는 버릇없다는 얘기에 , 어머 ? OO 이가 버릇이 없다고 생각하세요 ? Oo 이 아는 사람들은 다 착하고 예의바르다고 칭찬많이 들었는데 ….
구체적으로 언니가 보시기엔 어떤 점이 버릇이 없는 거 같으세요 ? 제가 잘 모르겠어서요 … 만약 그렇다면 고쳐야죠 ..
했어요 …
근데 그 다음 말에서 저는 폭발했어요
걔가 말은 참 이쁘게 하는데 , 뭐라고 말하기엔 좀 그런데 암튼 느낌이 좀 그렇잖아
이러는 거에요
대체 3 살 먹은 꼬마아이가 무슨 느낌을 담아서 어떤 말을 했길래 저런 생각을 한 건지 … 설령 그렇다고 해도 아무리 조카라 해도 남의 자식에게 입 대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저는 배웠는데 ..
정말 위하는 마음이었다면 구체적인 사건이나 예를 들어서 이런 건 고치는 게 좋을 거 같아 , 보기에 좋지 않더라 .. 이런 식으로 코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제 느낌에는 정말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친구 뒷담화 하는 느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어요
제가 앞에서 계속 참았다고는 했지만 , 제 성격이 …. 결코 순하지 않아요
다만 저는 제가 좋아하면 간도 쓸개도 빼는 스타일일 뿐 , 반대로 제가 싫어하거나 참을 수 없는 사람에겐 이판사판 공사판인 스탈이라서 ….
그 말을 듣고 … 이성을 잃었어요 .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 때 그냥 … 아 그래요 ? 좀 살펴봐야겠네요 .. 이러고 말 걸 하고 후회되요 .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맛이 가서 ….. 저도 모르게 미친듯이 카톡으로 따지기 시작했지요
계속 뭐가 느낌이 그런거냐며 ?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대체 뭐냐고 …
그리고 예전 부터 느낀 건데 가끔 보면 너무 생각없이 말씀하신다고 .. 애한테 그게 무슨 소리냐고 ….
그리고 그렇게 애를 계속 볼 때마다 놀리고 괴롭히니까 고모한테 살갑게 대하지 않는거라고 …( 사실 .. 애가 고모를 싫어해요 . 볼 때마다 울리니까요 … 플러스로 지난 번 내려갔을 때 , 긴긴 시간 차타고 고생해서 내려간 저희가 도착한 지 오분 만에 애한테 소리지르고 화냈어요 … 이유인즉 , 우리 애가 자기 애 장난감을 밟아서요 .. 첨엔 모르고 밟았는데 한 번 밟지 마라 하면서 말하니까 저희 애가 반발심에 그 장난감을 발로 찼어요 , 물론 저도 그럼 안돼 하고 혼내야 할 일이지만 , 제가 뭐라 할 틈도 없이 , 고모가 이놈 ! 밟지 마라 했는데 !! 혼나야겠어 ! 이렇게 큰 소리로 하니 저는 그 자리에서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고 , 저희 애는 엄청나게 서럽게 울었어요 .. 그거 달래느라 뭘 말할 타이밍이 없었어요 … 두달만에 만나서 그것도 서울에서 6 시간을 차타고 내려온 조카에게 , 밟으면 부서지는 장난감도 아닌 인형을 그랬다고 , 그렇게 화를 내는 고모가 과연 애가 좋을까요 … 전 … 남의 애가 울집 와서 뭔가를 부숴도 대놓고 애엄마 앞에서 혼내지는 못할 거 같아요 . 손님이니까요 … 근데 .. 저는 안중에도 없더군요 )
그렇게 말했더니 본인도 완전 열받아서 난리가 났죠 … 저는 더이상 할 말 없다고 하고 카톡 끊었어요 .
암튼 … 그리고 나서 연락 두절이에요 .
물론 … 일주일 안되서 .. 저도 제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했나 싶고 , 남편 누난데 평생 안 볼 것도 아닌데 내가 심했다 싶어 먼저 사과의 카톡을 날렸어요 .
이래저래 … 구구절절 …. 그걸 .. 남편도 보고는 … 미안해 했어요 .. 저의 남편도 이번 만은 누나가 실수한 거라며 제 손을 들어주더군요 .
그럼 뭐해요 ? 정작 당사자는 … 저의 사과도 씹고 , 아직도 절 투명 인간 취급해요 .
그리고 싸움 이튿날 남편에게 전화해서 어떻게 손위한테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냐며 따졌다는 거에요 ..
손위면 … 정말 손위대접 받고 싶으면 … 본인도 본인 행동 돌아보고 손아래 사람이 사과를 했을 때 , 진심이든 아니든 일단 사과부터 받고 자기도 사과할 건 사과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
저는 ….. 그 어떤 사람도 자기 자식 성인으로 다 키워놔도 , 남의 자식에겐 이렇다 저렇다 함부로 말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 그래서 …. 친구 애든 … 제 친언니 애든 … 좋은 얘기 아니면 말하지 않아요 .
예의가 아니니까요 . 그런 기본적인 예의를 따지는 게 예민하고 모나게 구는건가 싶어요 .
암튼 … 저의 고민에서 …. 이미 그녀와 저는 예전처럼 지내기는 쉽지 않을 거 같고 ….
이번 명절에 내려가게 되면 , 추석 당일 차례를 지내고 친정나들이 하러 오는 시누를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게 고민인거죠 .
보통 저희 친정은 거의 매일같이 드나들고 같이 놀러다니고 하니까 , 명절에는 제가 좀 오래 시댁에 있었거든요 .
근데 이번 추석은 시누가족 보기가 껄그러워서 정말 시부모님도 뵙고 싶지가 않을 정도에요 .
그 좋았다고 생각했던 관계도 , 작은 사건 하나에 , 무너지는 거 … 실감이 나네요 . 그 사건 직후에는 시어머니도 , 남편도 다 싫더군요 .
단지 성격의 차이라서 이런 문제가 생긴걸까요 ?
당장 이번 명절에는 어찌해야 좋을 지 모르겠어요 . 남편은 … 그러마 하고 대답은 했어도 , 제가 시댁에 가는거 꺼리는거 같고 , 일찍 오자고 살짝 말했더니 싫어하는 눈치에요 .
그래도 그냥 거기 남아서 얼굴 찡그리고 있느니 걍 아침일찍 올라오는게 낫겠죠 ?
근데 그러면 또 저의 시어머니 서운하실까봐 마음이 좀 그런거 있죠 .. 저는 시부모님 좋아하거든요 … 에혀 … 결론은 못내겠어요 .
82 님들이라면 어쩌시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