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깨어 있으니, 별의별 기억이 다 떠오릅니다.
시쳇말로 병신같은 만남이 있었더랬어요.
제가 먼저 좋아했습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을.... 그 사람은 항상 내가 연애하고 싶은 남자 1순위 였습니다.
그렇게 지지부진 공적인 관계로만 지내다가, 어떤 극적인 계기가 있어 남녀로 잠깐 만났습니다.
그 두어달 간 일어난 일은.....
'잠을 자야 사귀는거지'로 시작해서 '돈 좀 빌려줄래?'라는 말로 요약될 겁니다.
십년 넘게 알았던 사람인데, 남자로 또 여자로 알아가니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더군요.
여차저차 관계를 끊고나서 정말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구사일생, 천우신조입니다)
아무리 엉망인 만남도 돌이켜보면 '아 그 사람은... 이런 좋은 면이 있었는데' 하고 남는 것이 있을텐데...
그사람과의 만남은 누군가에게 '그래도 이런 좋은 일이 있었어' 이야기해줄 건덕지, 미소지으며 떠올릴 기억 한 올이 없다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누군가를 정말 좋아하고 아꼈는데, 정작 그 인간은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깨달음으로 인해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책하게 되는 것.... 정말 못할 짓이었어요.
그 때 알게된 몇가지 깨달음이라 한다면..
그 하나는.... (일부) 남자는 여자랑 자기 위해서 어떤 말도 할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내가 떠 올릴 수 있는 가장 심한 욕이 '네 엄마는 널 잘 못 키웠어'라는 것....
'이터널 션사인'이라는 영화가 있지요.
기억을 도려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