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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길냥이 새끼들

gevalia 조회수 : 911
작성일 : 2012-09-26 13:33:10

떠날 날이 다가오니, 한국에 있는 가족 만날 생각에 기쁘긴한데 나비, 보미..그리고 특히 새끼들은 아마도 다시 못 볼 거란 생각을 하니 오늘 하루 몇번씩이나 울컥 울컥 하네요.

이 놈들은 한 달 내로 이 곳을 떠나야 할텐데 그것도 모르고, 나와서 실컷 놀다 냥냥대며 올라와 제 품에 기대서 잠이들구요. 특히 흰발태비 '시' 이녀석은 요즘 부쩍 제 팔에 턱을 고이고 잠들기를 즐겨해요. 이 예쁜것들을 떠나보내려니..참..그것도 새주인이 누가 될지도 모르니요.

오후엔 이곳 동물보호소 관련된 임원, 자원봉사자 등등 모두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주변을 좀 살펴달라구요. 냥이 데려갈 사람이 있는지..그리고 오늘 하루 여러 동물 보호소에 연락을 해 봤는데, 모두 더 이상 동물들을 받을 수 없이 꽉 찼다고  하구요..그래도 괜찮다고 생각되는 한 곳에서는 25불씩 한 마리당 내면 받아준다고 해요. 동료는 저곳에 몇 번 다녀온 적 있다고 하면서, 이전부터 저 곳에 연락해 보라고 했었거든요.

제가 떠 난 후 2주간 더 기다려보고, 연락이 아무 곳에서도 안 오면 동료가 매주 몇마리씩 데려다 주겠다고 그러네요. 제가 다시 이 곳에 도착하면 새끼냥이들은 없을거 같아요. 차라리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제가 없는 동안 직장 동료 둘과 이웃 두분, 캐나다 있을때 돌봐준 지니 그리고 보미가 새끼들을 물어올때 처음 발견하신 옆집 할머니께서 나비, 보미, 새끼들 그리고 레오까지 번갈아 돌봐주시기로 했어요. 레오야 밖에 먹이랑 물을 떨어뜨리지 않고 주는거구요.  이젠 부디 좋은 새 주인을 만나기만 바라는 수 밖에는 없을거같네요.

제가 이렇게 감정적으로 엮이는 걸 싫어해서, 도와야 할 곳은 차라리 조금씩 기부를 하는데요..그리고 용케 잘 피해왔는데 어쩌자고 이런일이 벌어졌네요.

IP : 108.67.xxx.6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혀...
    '12.9.26 2:12 PM (222.111.xxx.155)

    매번 올려주시는 글 잘읽고 있어요.. 근데 정말 이제는 이별의 시간이 가까운 듯 해서 읽는 저도 가슴이 아픕니다. 그동안 돌보던 새끼들과 헤어지는 심정이 정말 어떠실런지...ㅜㅜ

    근데 묘연이란 정말 묘하죠.. ^^; 저도 감정적으로 얽히는게 싫어서 동물도 안키우려고 했는데 우연히 찾아온 첫째 냥이와의 인연때문에 그 후로 여러마리를 품에 안게되었어요. 정말 예전같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었는데, 지금은 이놈들 없으면 어찌 살까 싶다는... 그만큼 제게 반려동물이 주는게 많네요.

    구속없이 자유롭게 살면서 여행을 즐기던 라이프스타일도 많이 바뀌었고, 이제는 돈이 생기면 먼저 냥이들 사료와 간식과 장난감을 사요 하하.. 집도 넓혀 이사하고..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지요.

    원글님은 정말 보미와 새끼들에게 아낌없이 애정을 베푸셨어요.. 이제는 헤어져야 하는 것이 슬프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예견을 하셨던 일이니 너무 힘들지 않게 그 과정을 잘 이겨나가시기 바랄께요.. 가까이 계시면 도움이 되드리고 싶은데, 너무 멀리 계시네요...

    곧 한국에 다녀가신다니 오랜만에 가족분들과도 좋은 시간이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2. 그린 티
    '12.9.26 2:36 PM (220.86.xxx.221)

    예.. 그놈의 정때문에... 저도 길냥이 밥 주기 시작한 후부터는 어디 가서 1박이라도 하고 오기가 내키지 않아요.올해 2월에 고3 아들 대학 합격하고 같이 모임하는 엄마들과 1박 하러 가서도 집에 있는 아이들한테 밥 챙겼냐, 물그릇 깨끗이 헹구었냐 하고 전화해대는 통에..ㅎㅎ가족 전체 여행은 해본지가 꽤 되네요. 수험생이 있어서도 그랬지만... 내 손길에 조금의 따스함이라도 전해질것 같은 아이들(길냥이들) 한 끼밥을 그냥 외면할 수가 없어요. 진작부터 정해졌던 앞 날을 어쩌시겠어요. 고 이쁜것들 눈에 선해서 힘드시겠지만 세상의 길냥이들 다 품을 수 없으니 다음 번 인연 기약하시고 서운한 마음 추스르시길...

  • 3. 줄리엣
    '12.9.26 2:55 PM (202.79.xxx.91)

    저도 "시"가 너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ㅠㅠ 부디 다들 행복하길. 원글님한테 사랑받은 운 좋은 녀석들이라 행운이 오래도록 함께 할거라 믿습니다.

  • 4. gevalia
    '12.9.26 3:15 PM (108.67.xxx.65)

    그러게요. 제가 일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되면 꼭 며칠은 그곳에 머물면서 구경하기를 좋아했는데요..나비가 생긴후로는 멀리 여행을 가도 왜그런지 마음이 편치 않더군요. 빨리 집에 가고 싶단 생각마져드는 특이한 현상이..

    그리고, 큰 도시에가면 쇼핑하는 걸 즐겼는데요. 이젠 대도시에가면 애완용품점부터 들리게 돼요.

    다 떠난후 작은방에 들어가면 이리저리 콩콩대면서 뛰어다니던 녀석들이 눈에 선할거 같아요.

    사람이나 짐승이나, 딱 필요한 숫자만 태어나 잘살다 죽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5. ..
    '12.9.26 4:14 PM (118.33.xxx.104)

    한국 오시면 요즘 한국에서 냥이계의 잇 아이템인 카샤카샤 붕붕(이나 카샤카샤 스틱) 선물해드리고 싶어요..

    아가들은 좋은 곳으로 잘 갈꺼라고 꼭 묘연 찾아 갈꺼라고 믿습니다.

  • 6. gevalia
    '12.10.1 11:47 AM (119.192.xxx.90)

    ...님 마음만이라도 고맙습니다.
    미국엔 일본 냥이 제품이 없는거 같아요. 저도 몇번 좋다고 하는 거 주문해 보려고 찾았는데 없더라구요.
    이것저것 주문해서 사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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