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아기입니다.....
그런데 정말 갈수록 고집과 떼가 느네요 ㅠ
육아책에 배신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저도 나름 육아책은 애 낳기 전에 열심히 읽었고
아주 천사표는 아니지만 나름 상식적인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제가 상식적인 인간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ㅠ
왠만한건 애한테 맞춰 주는 편입니다. 그리고 평소 열심히 놀아주는 편입니다.
그리고 아주 아기때부터 되는건 되고 안되는건 끝까지 안된다고 해야 원칙이 지켜지고 고집과 떼가 없다길래
한 번 안된다고 한 건 절대로 하지 않고 된다고 한 건 지키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런데도 그게 다 소용 없습니다.
놀이터 가서 그네 태우고 시소 태우고 놉니다.
할머니랑 온 다른 애들은 신나게 놀다가도 할머니가 아무 예고 없이 그냥 번쩍 들어서
이제 집에 가자 하고 유모차 태웁니다.
그래도 그냥 아무 소리 없이 얌전히 타고 갑니다.
우리 애는 시소 타다가 이제 10번만 더 타고 가자(물론 숫자개념은 없는거 압니다.) 이제 집에 가야돼..1시간 반 놀았쟎아.
벌써 해님 지네. 아이 깜깜해질라 어서 가자. 하고 분명 사전 예고도 하고 마지막이야 끝! 하고 내리려고 하면
온 몸을 뒤틀면서 안가려고 울어댑니다.(오전에도 1시간 놉니다. 저녁먹고 소화시킬겸 한 번 더 오는 거에요. )
유모차도 안타려고 난리난리 그런 난리가 없습니다.
그래도 번쩍 들어서 결국 그냥 아기띠로 집으로 오는데 힘들어 죽겠습니다.
누가 보면 제가 애를 꼬집어 뜯기라도 한 줄 알겁니다.
이건 뭐 놀고 싶은 마음이 큰거니까 이해합니다. 이걸로 화는 안내봤습니다.
놀고 싶은데 데려오니 속상했어? 그래도 계속 놀 순 없어...내일 또 오자...하고 막 달래죠...
(다른 할머니분들처럼 그냥 휙 들쳐업으면 괜찮으려나 해서 그래봤는데 그날 뒤로 완전히 뒤집어져 통곡하듯 울어서 다른 할머니들이 왠만함 그냥 더 놀리다가 가라고 할 정도였다는 ㅠㅠ날도 찹찹하게 추웠는데...)
그런데 정말 명백히 자기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갈 만한 상황이고 타협이 안되는 건데도
좀 울다 그치는게 아니라 30분 넘게 달래는데도 악을 쓰며 울어재끼면 너무 힘듭니다.
지난 주말에 남편이 애를 보고 제가 부엌에서 과일을 깎는데
애가 걸어들어와서 과일깎는 모습을 봤어요.
그러니까 애가 칼을 달라고 막 울기 시작하는데 그러면 안돼는거쟎아요.
그래서 단호하게 '어머, 이건 큰일나! 칼은 뾰족해서 00이 다쳐 다쳐! 만지면 안돼! 안돼요 아이 무서!' 하고 집어넣었더니
그 담부터 안고 아무리 부드럽게 달래봐도, 다른 장난감이랑 과자를 주고 해도 안달래지고 더 울어재낍니다.
남편이 과도집에 넣어서 줘 보면 안돼? 그러는데 그건 제가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아서 안된다고 하니까
애는 더 울어대고....나중에는 끅끅 거리면서 새파래지기까지 하면서도 멈추지를 않아요.
그때 제가 너무 폭발해버려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습니다 ㅠ
'야, 안된다고 그랬지? 세상에 어떤 미친 엄마가 애한테 칼을 주냐? 너는 나중에 니 자식 낳아서 칼 달라고 하면 줄래? 그래 안된다고 하면 좀 울 수도 있겠지. 그래도 정 안된다 싶으면 적당히 그쳐야될 거 아냐? 이게 뭐하는짓이야? 놀이터가서도 뒤집어지게 울어재끼는건 너밖에 없어. 조그만게 어디서 패악이야? 진짜 매일매일 내가 아주 살수가 없어. 너 맴매 할래? ' 하고 파리채를 집어들었는데 남편이 그때 또 폭발해서 저한테 '너 애 때리기만 해봐 가만 안둬' 이러고...;;
남편은 또 저한테 '애가 그렇게 울어대면 니가 손잡이부분이라도 살짝 대 줄수도 있는거쟎아. 너 정말 그렇게 안봤는데 책대로 애 잘 키운다는 소리 듣고싶어 욕심만 눈이 벌겋고 매번 원칙원칙 하는데 애 마음은 안읽어주냐? 이럽니다.'
그때 또 저는 열받아서 '마음을 읽어주는것도 읽어줄 때 나름이지 손잡이 잡으면 휘두르고 싶고 그때는 어쩔래? 휘두르게 놔 둘래? 이 밤에 다치기라도 하면 응급실 데려갈거냐고? 내가 아주 미쳐, 미치고 환장해 아주 니가 다 키워 그렇게 애 마음 잘 읽으면!! 나도 아주 죽겠어!!! 저렇게 떼쓰는걸 내가 본 적이 없어 아주!' 그러고...뭐 막장 집구석이 됐습니다.
근데 그때 애는 오히려 주눅이 들었는가 눈치가 빤한가 울음 딱 그치고 그 상황에서 실실 웃고;;;돌아다니고...
고함지르면 겁 먹고 더 울 줄 알았는데 저도 좀 놀랐습니다...;;
아무튼 남편도 저도 그날은 서로 격했다고 사과하고 자아비판 하고 애한테 으이그 왜 그랬냐 하고 넘어갔는데
오늘도 제가 아침에 세수하고 잠깐 얼굴에 기초화장 하는데
놀다가 아장아장 걸어와 파운데이션을 발견하고는 또 그거 뚜껑 열어달라고 넘어가게 울려고 폼 잠더군요 ㅠㅠ
그래서 안돼! 너 진짜 또 혼날래! 하고 저도 모르게 고함을 빽 질렀더니 조금 울다 그치고....
평소같으면 이렇게 쉽게 얌전해지지 않습니다.
지금은 평화롭게 낮잠을 자는군요...에혀...
저는 혼란스럽습니다.
정말 책대로 조근조근 키워지는 애가 있고
무식하게 기어이 소리 빽빽 질러가며 키워야 키워지는 애가 있는걸까요.
변명같지만 저는 정말 남편하고도 애 낳기 전에 언성 높여가며 고함지르고 욕 해 본적 없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 그건 내 생각과 달라. 응 그건 내가 인정해 이런 식으로
조근조근 토론하면서 결론을 도출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애 키우면서 바닥을 치는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말을 하고 이해를 구하고 이해를 시켜도 말이 안통하는 상대가 이렇게 막막할줄이야...
근데 우리 애는 어째 다른 애보다 더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놀이터에서 휙 들쳐업어 오자고 하면 아무 말 없이 방실거리며 집에 가는 애들 보면서
분명 원칙도 마음 읽어주기도 다 하려고 했었는데 왜 우리 애만 그렇게 그만 둘때 그만 둘 줄을 모르나 싶고 우울합니다.
뭐가 잘못된건지.
잘 하는 엄마들은 이럴때 어떻게 하는지....너무 막막합니다.
기탄없는 많은 의견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