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갈색 믹스견 입양처 물어본 사람이에요

전에 조회수 : 1,234
작성일 : 2012-09-23 15:10:39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8월에 아파트 단지 안에서 돌아다니는 갈색 믹스견을 데려와서

4일 데리고 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로 보냈고

보호기간 20일이 다 되어가서 안락사 위기에 놓였다고,

혹시 입양처를 알아볼 수 있는지 글 올렸었던 사람이에요.

결국 도저히 그냥 둘 수가 없어

지난 토요일에 경기도 양주에 있는 동구협에 가서

그 강아지를 데리고 왔습니다.

임시보호로 하고 입양처를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품종도 없는 개를 키워주겠다는 곳이 있을리가 없으니

이젠 제가 평생을 책임져야 하겠지요.

 

댓글에 차라리 길 위에 다니게 두는게 낫다는 분도 있었고

개들의 아우슈비츠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책임지지 못할거면서

왜 거길 보냈냐고 제 행동을 비난하셨던 분도 있었어요.

그런데요, 거리를 돌아다니는 개들을 보면 설마 버려졌다고 생각하지 못해요.

잠깐 집을 나왔겠거니 싶어 제가 보호하면서 주인 찾아주려고 하는거죠.

전단지도 붙이고 경비실도 돌아다녀보구요.

그래도 안될 경우, 동물구조협회에 보내면,

개를 찾고자 하는 분들은 어지간하면 그곳에 오시니

찾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양처도 그 분들이 알아봐주시니 제 인맥보다야 낫지 않을까 싶었구요.

 

동구협에 가서 느꼈던건, 그곳에 계시는 분들 역시

사랑으로 개를 돌봐주는 분들이라는 겁니다.

시설, 열악하지 않고, 직원도 있고 봉사자들도 있습니다.

있는 동안 잘 챙겨주려 노력하시는거,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으니 안락사 시킨다는 것이 마음 아프죠.

그렇다고 해서 길 위의 삶이 그곳에서의 짧은 20일보다 낫다고는 말 못할겁니다.

지난 토요일에 저희 말고 다른 부부가 와서

14살이 된 요크셔테리어를 찾아가셨어요.

늙어 기력도 없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눈도 뿌연 녀석이

어쩌다 집을 뛰쳐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남들은 버린 강아지인줄 알았을 그 녀석을

참으로 소중히 데려 가시더군요.

 

오늘 동물농장을 보면서 관리해주시는 분들의 눈물을 보면서,

상처받고 버려진 개들을 보면서

저도 딸아이도 많이 울었습니다.

아마 갈색 믹스견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죄책감에 차마 끝까지 못보았겠지요.

보호소에 있는 동안 감기가 걸렸고 그 감기를 집에 있는 개에게까지 옮기는 바람에

밤마다 기침소리에 잠을 못잤지만

이젠 많이 회복했고

녀석도 마음이 놓이는지 더 이상 사람만 따라다니거나

혼자 있다고 낑낑 우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제가 왜 쓰고 있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더라도

조금 더 안전한 곳에 머물 수 있도록

모른척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고,

보호시설에 대한 나쁜 인식을 거두는 것이

그곳에서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같고,

혹시 우리 강아지 떠올리시고 궁금해하실 분들에게 소식을 남길필요도 있을 것같아

글 적어봤습니다. 

IP : 121.167.xxx.118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12.9.23 3:21 PM (121.190.xxx.242)

    마음이 아파서 보다가 피했는데요.
    저같은 사람보다 보호소에서 실천하는 분들이 진짜겠죠.
    그 수의사분 참 고마운 분이예요.
    울 집 개가 늙어서 늘 겁이 나는데
    어쨋든 입양하면 보호시설에서 하려구요.

  • 2. 우와
    '12.9.23 3:32 PM (112.148.xxx.13)

    님~너무 마음이 예쁘세요
    정말 말 못하는 짐승에게 그리해주신건
    자자손손복많이받을 일을 하신거에요ㅠ
    훌륭하세요
    강아지 버린 사람들은
    자기 식구 버린것하고 똑같지요!
    그 사람들 다 뿌린만큼 거둘꺼에요

  • 3. 감사합니다
    '12.9.23 3:37 PM (125.179.xxx.20)

    복받으실 거예요!!!!!

  • 4. 검은고양이
    '12.9.23 4:03 PM (183.102.xxx.18)

    그때 원글님글에 댓글달아서 기억나네요
    댓글달면서도 상처받으실거같았지만 다른사람들도 모르는건 알아야해서 좀 심각하게 달았어요
    원글님 말씀도 맞아요
    거기서 분명 주인찾는 아이도있죠
    동구협은 자세히 설명하자면 좀 복잡한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안락사할때 우선 마취를 해야하는데 마취미용아낄려고 마취를안해서
    몇시간을 개들이 고통속에 몸부림치다 죽어갔어요
    서울시 구마다 동구협이랑 계약을 맺은 구들이있는데 그 지역구 유기견들은 바로 동구협으로 넘어가요
    유기견 유기묘 구조활동을 하시는분들이 서명도했었어요
    동구협이랑 계약 못맺게 해달라고...
    근데 동구협보다 심한곳이 태반이에요
    나라엔 안락사시켰다 신고하고 보신탕집에 마리당 팔아먹는거 오랜기간 관찰해서 잡은분도 계시고...
    원글님같은분은 정말 정말 좋으신분이세요
    대부분 좋은 마음으로 아이를 구조해도 하루이틀 데리고있다 감당안되니 보호소로 보내버려요
    강사모카페만봐도 본인이 좋은일한냥 하루데리고있다 힘들어 보호소보냈으니 입양해달라고하는데
    누가 입양할까요?
    원글님처럼 전단작업하시는분들도 거의 없어요 귀찮으니까...
    오랜 구조활동하신분들도 구조하는것보다 입양보내는데 훨씬 애먹고 힘들어하세요
    입양보내는데 돈은 얼마나 깨지고 (보통 중성화에 치료비용까지 수십만원이에요) 임보하는것도
    일이고 좋은곳으로 보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데...
    그런 뒷일 생각안하고 무턱대고 구조하면 구조자나 유기견이나 끝은 뻔해요
    백프로 정답은 아니지만 저의 경험과 제가 아는 구조활동하시는 분들의 결론은
    내가 구조해서 입양까지 보내고 안되면 책임질 각오가 아니면 아예 구조하지 않는게 낫다..에요
    정말 심하게 다쳐 2차 3차 로드킬의 위험이있는 아이는 무조건 구조해야겠지만요

    지금 댓글도 원글님 비난하는게 아니라 너무 감사해서 댓글다는건데
    무턱대고 구조하시는 분들때문에 썼으니 기분나빠하지마세요^^;
    다시 가셔서 데리고온다는게 얼마나 힘든 결심이었는지 알아요
    그래서 더욱 감사드리구요 좋은일만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랄께요

  • 5. irom
    '12.9.23 4:09 PM (147.46.xxx.206)

    정말 눈물납니다.. 님 같은 분이 있으니 세상이 살만한 듯해요 축복 받으시길...

  • 6. 네~
    '12.9.23 5:34 PM (183.99.xxx.28)

    먼저 진심 으로고맙습니다.
    지난번 올리신글 기억하고 있어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했었구요.

    저도 오늘 동물농장 보면서 끝까지 보기가 힘들었어요.
    그리고 해마다 버려지는 생명들이 그렇게나 많은지는 몰랐습니다.

    끝까지 책임 지지 못할거면 처음 부터 키우지 맙시다~제발!!!!
    작고 어리고 예쁠때만 생명인건 아니잖아요.ㅠㅠ

  • 7. 네~
    '12.9.23 5:40 PM (183.99.xxx.28)

    원글님 올리셨던 사진~~귀한 생명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7&cn=&num=1340294&page=7&searchType=...

  • 8. ..
    '12.9.23 6:15 PM (203.226.xxx.150)

    저희 흑갈색 강아지랑 비슷하네요
    동물들만 생각하면 눈물도 나고 마음이 뭐가 막힌것처럼 왜이렇게. 답답한지요
    복받으실꺼예요ㅡ고맙습니다

  • 9. ..
    '12.9.23 7:42 PM (182.218.xxx.116)

    저도 어찌어찌해서 용기내어 버려진 어린생명 키우고 있지만,
    정말 키우다 버리는 사람 너무 이기적이라 생각해요.
    혼자 거리에서 하루도 살 수 없는 어린생명 또 늙어 아프다고 버리는 사람들 너무 잔인해요.
    다시 데리고 왔다니 너무 감사하고 원글님 복받을실거예요.
    그 녀석 원글님 눈에 띄인 것 정말 행운이예요.

  • 10. 기억해요
    '12.9.24 12:20 AM (71.172.xxx.21)

    저번에 올리신 글
    정말 감사해요.
    죽을뻔한 한 목슴 구해주셨네요.
    원글님같은 분이 계시는데 한편으론 자기가 기르던 개 버리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들 심장은 어떻게 생겨먹었을까요?
    저도 동물들 생각만하면 가슴이 먹먹해요.
    그애들도 생명이고 희노애락 다 느끼는데 함부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원글님 복받으실겁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려요.

  • 11. 위에 동물병원39호님
    '12.9.24 9:31 AM (222.107.xxx.181)

    그래서 그런지. 동물구조협회가 관할하는 범위가 더 커졌더라구요.
    불과 몇년전만해도 강동구의 유기견은 강동구 내의 동물병원들이 볼봐주었습니다만
    지금은 동물구조협회에 일임하더라구요.
    구청 정도에서가 아니라 시나 도 단위에서
    일원화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꼭 필요할 듯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지만 그래도 직접 가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곳이었어요.

    여러분들이 저에게 고맙다 하시니 괜히 부끄럽네요.
    제가 잘한거 없어요. 예뻐서 키우는거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0939 소규모 출장뷔페.. 집들이 음식 하는 곳 알려주세요; 아니카씨 2012/10/30 1,478
170938 빵집에서 확 나오는 빵 냄새는 기막힌데 먹어보면 밍밍한 이유가 .. 2 ...... 2012/10/30 1,039
170937 빵 터지는 꽁트 코미디 전성기 1 아놔 2012/10/30 799
170936 어린이집에서도 할로윈데이 이런행사 하나여? 3 할로윈 2012/10/30 1,037
170935 주말에 비온다는데, 강촌 레일바이크 취소해야 할까요? 3 ㅜㅡ 2012/10/30 2,082
170934 인스턴트커피 뭐가 맛있나요?? 7 커피 2012/10/30 1,703
170933 미국 허리케인 샌디 현지 블로거 소식이에요. 4 규민마암 2012/10/30 2,843
170932 서울역에서 서강대, 서강대에서 성균관대...어떻게 가면되나요? 19 길찾기 2012/10/30 2,395
170931 건조해도 너~무 건조한집. 더 이상 뭘 해야할까요.? 12 우리집 2012/10/30 6,071
170930 저처럼 들끓는 질투를 항상 품고 사는 분 계신가요? 18 퍼블리크 2012/10/30 5,972
170929 뉴욕에 사시는 분 !!!!!!!!!! 2 졸려 zzz.. 2012/10/30 1,392
170928 남편에게 상처받은말들 머가있을까요? 6 화이트스카이.. 2012/10/30 1,110
170927 인플레와 부동산 3 의문 2012/10/30 1,152
170926 네살 폭풍성장 4 gghhh 2012/10/30 1,107
170925 미국동부 지금 어떤가요 6 미국 2012/10/30 1,750
170924 머리스타일 잡아주는 좋은 헤어스프레이 추천해주세요 헤어스타일 2012/10/30 765
170923 구미시 물고기 떼죽음은 불산영향이 아닙니다. 3 추억만이 2012/10/30 1,315
170922 T맵 2 2012/10/30 558
170921 부티 귀티가 다 무슨 소용일까요 7 무상 2012/10/30 6,895
170920 문재인후보가 조국교수와 이준한교수가 정치혁신에 대한 대담을 합니.. 5 문재인티브이.. 2012/10/30 822
170919 D-50, 늦어지는 공약발표 "비겁하거나 무능하거나…&.. 1 세우실 2012/10/30 906
170918 할로윈 사탕 나눠줄때 뭐라말하는건가요 6 할로윈 2012/10/30 3,911
170917 시어머니께서 자신의 친정 아부지에게 돈 꾸고 싶다는 말은.. 2 며느리 2012/10/30 1,496
170916 인터넷에서 파는것과 마트에서 파는 것은 차이가 있나요? 참잘했어요 2012/10/30 593
170915 임대아파트 구하고 싶은데 어찌해야할지요. 8 플리즈 2012/10/30 2,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