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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돌쟁이 딸래미를 두고 형부가 하늘나라로 갔어요..

구르는 돌 조회수 : 16,648
작성일 : 2012-09-23 04:49:04

친언니는 아니지만 십년 넘게 알고 지낸, 처녀적에 무지 힘든 직장에서 5년 넘게 같이 얼굴보고 일하던 언니가 남편을 오늘 땅에 묻었어요. 저는 수원에서 서울가던 길에 소식을 듣고 그제 바로 해남까지 내려갔다가 장흥 친정 들러 부모님과 어제 올라와 오늘 아기 돌잔치.. 일 앞두고 문상 안가는거라지만 마음이 그럴 수가 없었어요. 몸도마음도 너무 지쳤는데 잠도 안옵니다.

야근하고 새벽 퇴근길에 운전하다 머리가 아파 잠시 차에서 내려있던 중 너무 짙은 안개 속에서 달려온 트럭에 사고를 당했답니다. 자세한 건 알지도, 알려하지도 않았고 그저 믿기지도 않았네요. 저는 그 언니 결혼식때 부케 받고 그해에 결혼해서 비슷한 시기에 아기 낳아 멀리서나마 소식전하고 친정 내려가면 힘들어도 보고 오곤 했어요. 지난 봄 마지막으로 본 형부 얼굴. 결혼피로연때 같이 노래하던 둘의 행복했던 얼굴.. 이제 곧 돌이 되는, 이젠 듬직하고 따뜻했던 아빠를 말로만 전해듣게될 작은 아기의 얼굴만 스쳐지나갑니다.

그냥 알고만 있지 먼데까지, 여기가 어딘데 여기까지 왔느냐고. 아기업고 간 저를 보고 다시 울던 언니가 너무 울까봐 꾹꾹 참고, 어젠 오늘 제아기 돌잔치 망칠까봐 꾹꾹 참다가 결국 오늘 집에 와서야 남편을 안고 터져 올라와서 한참을 울었어요. 내려갔다오느라 오늘 입을 옷을 살 짬이 없어 없는 옷중 고르다보니 결국은 그 언니 결혼때 부케 받는다고 사 분홍원피스를 입고 있으니 하루종일 얼굴은 손님들 보느라 웃어야하는데 마음은 울고 있었네요. 잠시 힘든 일이 생겨도 남편이 보고싶고 안고 위로받는데 언니가 지금 형부가 얼마나 그립고 보고싶을까요. 문상 온 친구들이 안아주면 더 우는 언니를 저는 그냥 손잡고 눈물 꾹 참고 발만 쓰다듬어주었어요. 너무 울어 언니 몸 상하니 친구들 이제 가주시라는 옆의 친지분 말씀에 발길 돌리기 전에 언니 작은 얼굴만 안고 울지 말고, 밥 꼭 먹고, 애기만 생각하고 있으라고 내가 얼른 또 오겠다고 했어요.

작년에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혼자계신 어머니랑 살려고 신혼집 정리하고 친정으로 들어가 산지 이제 몇달 안되었는데 이제 형부도 없이 세사람이 어떻게 그 집에서 지낼지. 유난히 조그만 언니랑 언니의 아기 옆에 키크고 사람좋은 형부가 참 듬직했는데 영정사진을 봤어도 실감이 안납니다. 너무 불쌍해서 보지도 못했다는 언니는 얼마나 더할지. 모든 게 다 거짓말이고 금방이라도 나타날것같은데요.

멀리 있는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그저 힘 더 내서 열심히 살다가 동갑내기 아들 데리고 친정 갈때마다 언니네 들러서 언니랑, 언니딸이랑 재미있게 놀고 같이 밥도 먹고 안아주고 하려구요. 뭘 더 할 수 있을까요. 언제부터 전화를 해도 될지. 형부 얘기를 피하기만 하는게 좋을지 슬프면 그냥 울라고 안아주는게 좋을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저 언니랑 아기가 건강하게 살아나갔으면 좋겠어요. 형부는. 언니 말대로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좋은 곳으로 가서 보고계시겠지요. 저도 형부가 벌써 보고싶어요..

IP : 125.130.xxx.22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눈물이나네요
    '12.9.23 5:36 AM (99.233.xxx.156)

    원글님의 가슴아픔이 그대로 전해집니다.좋은동생이군요.언니가 많이위로받겠어요.
    글을 읽는동안 어찌 눈물이 나던지...
    나중에 용기주는 편지쓰는게 어떨런지..아마 언니도 정신없는 시간지나면 주위분들이 슬퍼해주는거보담은
    현실적인 용기붇돋아주는게더 좋을듯 합니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 ...
    '12.9.23 7:10 AM (122.36.xxx.75)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눈물나네요 .. 사람들 왕래없이 혼자있음 언니가 더 우울해지니 자주 연락드리세요

    애기먹는거 만들기도 지금은 벅찰수도있으니 이유식포장된거 사셔서 택배로 보내줘도

    좋을거같아요 원글님 마음씨가 참 따뜻하네요 원글님 마음 언니에게도 전해졌을꺼에요

  • 3. 코코리
    '12.9.23 7:19 AM (1.251.xxx.178)

    지금은 그언니되시는분이마음을 추스릴려고해도 쉽지가않을듯해서 글을읽는동안 타인인제마음조차 먹먹해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절절한마음을 나눌수있는 님을아시는 언니되시는분은 삶의희망을 가지기시작할겁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4. ..
    '12.9.23 7:59 AM (115.136.xxx.195)

    마음이 아프네요.
    그렇게 갑자기 가시면, 장례식때는 그나마 정신이 없어서 그런데
    장례식 끝나면 더 힘들죠. 언니 많이 위로해 주시고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5. ...
    '12.9.23 8:21 AM (61.98.xxx.189)

    위로 많이 해주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6. ㅠㅠ
    '12.9.23 8:42 AM (121.169.xxx.113)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쉬시길
    하늘나라에서 언니분이랑 아기 지켜주시길 기도할게요.

  • 7. ............
    '12.9.23 10:07 AM (110.13.xxx.49)

    아 ..마음이 먹먹하네요.
    산사람은 살겠지만 하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8. .....
    '12.9.23 10:26 AM (114.203.xxx.34)

    저는 작년에 형부가 급작스러운 사고로 하늘로 갔어요..
    5살짜리 조카 남겨두고...

    이 글 제목 보면서 부터 울컥했네요...

    그냥.. 항상 기도해주시고..챙겨주세요.
    얼마전 조카 생일이라고.. 형부 친구들이 아빠대신이라고 선물 챙겨 줬는데..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 없더라구요.

    안타깝네요......ㅠ

  • 9. .......
    '12.9.23 10:46 AM (180.68.xxx.90)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ㅠ

  • 10. 나무
    '12.9.23 11:34 AM (115.23.xxx.228)

    언니분도...원글님도.... 너무 가슴 아파 눈물이 납니다.....

  • 11. 명복을 빕니다.
    '12.9.23 11:54 AM (220.117.xxx.232)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가슴이 아프네요.

  • 12. 미안한데
    '12.9.23 12:51 PM (39.121.xxx.32)

    전 고인보다..아기와 젊은 엄마가 더 걱정입니다.
    사는 사람은 살지만..이건 아니죠..

  • 13. 아아
    '12.9.23 1:49 PM (121.144.xxx.111)

    가슴이 아픕니다...저도 형부가있고 돌쟁이 조카가 있어서 감정이입이 되네요 ㅜㅜ
    그놈의 자동차.. 누가 발명했는지 많은 사람이 죽네요

  • 14. ....
    '12.9.23 5:42 PM (175.123.xxx.29)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15.
    '12.9.23 5:53 PM (121.50.xxx.235)

    언니분 힘내세요

  • 16. ...
    '12.9.23 5:54 PM (92.27.xxx.133)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아기엄마와 아기를 위해서도 기도해요...

  • 17. ...
    '12.9.23 7:24 PM (180.71.xxx.11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기엄마와 아기...아빠가 늘 지켜줄 거예요.

  • 18. 커피가조아용
    '12.9.23 8:56 PM (67.53.xxx.154)

    엄청 울었어요.. 어쩌죠? 그 언니 마음이 느껴져서, 하루 동안 마음이 너무 무거울 것 같아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분이지만. 그 언니와, 딸, 그리고 그 형부를 위해 잠시 기도합니다.
    형부님이 하늘에서 지켜주실 거에요.
    어느 정도 시간 지나고 나면 글쓴님이 전화도 자주 드리고, 찾아뵙고, 윗분들 말씀처럼 아기 음식도 가져다 주시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아. 너무 마음이 무겁네요. ㅠ
    명복을 빕니다

  • 19. 먹먹하네요
    '12.9.23 9:06 PM (203.226.xxx.248)

    글읽으면서 가슴이 아파오네요. 갑작스러운 죽음과 남겨진 사람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언니와 아기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 20. 원글님마음이
    '12.9.23 9:33 PM (112.158.xxx.69)

    따듯해서 앞으로도 언니에게 큰 힘 될거에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21. 고독은 나의 힘
    '12.9.23 11:38 PM (112.152.xxx.174)

    저도 기도할께요..
    물론 님의 전화등으로 언니가 더 힘들어 할수도 있을테지만 (왜 있잔아요.. 갑자니 남편이 있는 님과 자신의 처지가 비교되고..그런..) 그래도 그걸 걱정해서 그냥 기다리시는 것 보다는 언니가 빨리 아픔을 딛고 일어설수 있도록 어떤 역할을 해주시는 것도 괜찮을것 같아요.. 같이 여행을 가신다던가.. 쇼핑을 하신다던가..등등요

  • 22. ...
    '12.9.24 12:20 AM (121.162.xxx.31)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모쪼록 그 언니와 아기가 꿋꿋하게 잘 사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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