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언니는 아니지만 십년 넘게 알고 지낸, 처녀적에 무지 힘든 직장에서 5년 넘게 같이 얼굴보고 일하던 언니가 남편을 오늘 땅에 묻었어요. 저는 수원에서 서울가던 길에 소식을 듣고 그제 바로 해남까지 내려갔다가 장흥 친정 들러 부모님과 어제 올라와 오늘 아기 돌잔치.. 일 앞두고 문상 안가는거라지만 마음이 그럴 수가 없었어요. 몸도마음도 너무 지쳤는데 잠도 안옵니다.
야근하고 새벽 퇴근길에 운전하다 머리가 아파 잠시 차에서 내려있던 중 너무 짙은 안개 속에서 달려온 트럭에 사고를 당했답니다. 자세한 건 알지도, 알려하지도 않았고 그저 믿기지도 않았네요. 저는 그 언니 결혼식때 부케 받고 그해에 결혼해서 비슷한 시기에 아기 낳아 멀리서나마 소식전하고 친정 내려가면 힘들어도 보고 오곤 했어요. 지난 봄 마지막으로 본 형부 얼굴. 결혼피로연때 같이 노래하던 둘의 행복했던 얼굴.. 이제 곧 돌이 되는, 이젠 듬직하고 따뜻했던 아빠를 말로만 전해듣게될 작은 아기의 얼굴만 스쳐지나갑니다.
그냥 알고만 있지 먼데까지, 여기가 어딘데 여기까지 왔느냐고. 아기업고 간 저를 보고 다시 울던 언니가 너무 울까봐 꾹꾹 참고, 어젠 오늘 제아기 돌잔치 망칠까봐 꾹꾹 참다가 결국 오늘 집에 와서야 남편을 안고 터져 올라와서 한참을 울었어요. 내려갔다오느라 오늘 입을 옷을 살 짬이 없어 없는 옷중 고르다보니 결국은 그 언니 결혼때 부케 받는다고 사 분홍원피스를 입고 있으니 하루종일 얼굴은 손님들 보느라 웃어야하는데 마음은 울고 있었네요. 잠시 힘든 일이 생겨도 남편이 보고싶고 안고 위로받는데 언니가 지금 형부가 얼마나 그립고 보고싶을까요. 문상 온 친구들이 안아주면 더 우는 언니를 저는 그냥 손잡고 눈물 꾹 참고 발만 쓰다듬어주었어요. 너무 울어 언니 몸 상하니 친구들 이제 가주시라는 옆의 친지분 말씀에 발길 돌리기 전에 언니 작은 얼굴만 안고 울지 말고, 밥 꼭 먹고, 애기만 생각하고 있으라고 내가 얼른 또 오겠다고 했어요.
작년에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혼자계신 어머니랑 살려고 신혼집 정리하고 친정으로 들어가 산지 이제 몇달 안되었는데 이제 형부도 없이 세사람이 어떻게 그 집에서 지낼지. 유난히 조그만 언니랑 언니의 아기 옆에 키크고 사람좋은 형부가 참 듬직했는데 영정사진을 봤어도 실감이 안납니다. 너무 불쌍해서 보지도 못했다는 언니는 얼마나 더할지. 모든 게 다 거짓말이고 금방이라도 나타날것같은데요.
멀리 있는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 그저 힘 더 내서 열심히 살다가 동갑내기 아들 데리고 친정 갈때마다 언니네 들러서 언니랑, 언니딸이랑 재미있게 놀고 같이 밥도 먹고 안아주고 하려구요. 뭘 더 할 수 있을까요. 언제부터 전화를 해도 될지. 형부 얘기를 피하기만 하는게 좋을지 슬프면 그냥 울라고 안아주는게 좋을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그저 언니랑 아기가 건강하게 살아나갔으면 좋겠어요. 형부는. 언니 말대로 좋은 사람이었으니까 좋은 곳으로 가서 보고계시겠지요. 저도 형부가 벌써 보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