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라주는 이 날.
왜 태어났니.
대체 왜 태어나서 이렇게 힘들고 맘 아프게 사는건지.
어찌 생각해보면 참 불쌍하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게 아닌데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로 살아온 것.
다른 형제의 그림자처럼 그렇게 살아온 것.
서러운 일 있어도 단 한번도 입밖으로 꺼내보지 못한 나인데.
어린 시절부터 내게 맘을 주거나 사랑을 줘본적도 없던 엄마가
이제서야 남들은 딸 키워놓으니 친구같아서 좋다던데
우리집은 머스마들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남보다 더하다고. 냉정하다고.
푸념하는 것 들어주는 일.
괴롭네.
적어도.
그렇게 친구같길 바라는 딸이라면.
최소한 언제 태어났는지 정도는 기억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다른 자식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했으면 이제는 거기에 기대야지
왜 이제서야 나에게 이러는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주말이면 뭐 살거없냐고 아이처럼 마트가자고 졸라대고
사고 싶은 것 있으면 괜히 들었다놨다..
눈 앞에서 맘 불편하게 하고.
결국 원하는 걸 손에 얻지.
아들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소리와 함께.
제발.
이제는 놔주길.
아무 저항없이 당하고 살던 그 어린 날의 내가 자꾸 떠올라 숨이 막혀와.
적어도.
오늘은 내 생일이잖아.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그런 날.
전화와서 반갑게 받았더니 기대에 찬 목소리로 내일 마트갈거냐고 묻는거
내가 더 비참해지잖아..
난 왜 태어났는지.
뭐가 되고 싶은 사람이었는지.
아무도 물어봐 주지 않아서 대답할 기회가 없었기에 생각할 필요도 없던 질문.
학교에서 장래희망 쓰라고 할땐 그 뜻이 뭔지 몰라 못썼던 기억.
나에겐 미래도 없었고 희망도 없었으니.
나에게 미래에 대한 꿈도 희망도 기대도 하지 못하는 날들을 선물해준거.
이제 그 댓가로 내 미래가 답답해.
난 뭐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었을까..
뭐가 되어 볼까..
언젠가부터 생각해봤지만.
이미 미래에 와 있는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답답한 상황.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치고 있는 내 모습. 안보이는거겠지?
늘 제자리 걸음인거.
언젠가는 반드시 묻고싶어.
날 왜 그렇게 미워했어?
나도 어린 애였잖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고 이쁨받고 싶던 그런. 보통의 아이였잖아.
많이도 아니야.
다른 자식들에게 보여준 애정의 반이라도 내게 나눠줬더라면
나, 지금처럼은 안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영양제는 고사하고 물 한방울 없이 바짝 메마른 나무처럼 키워놓고
이제서야 왜 싹이 안트냐고 꽃이 안피냐고 묻는거.
그거 참.. 잔인한 일이야.
어쨌거나 오늘은 내 생일.
따뜻한 온기도 케익도 선물도 없지만.
그래도 축하해.
그때부터 지금까지 잘 견뎌온거.
아까워서라도 조금만 더 견디라고.
죽으면 끝일지 새로운 악몽의 시작일지 아무도 알 수 없으니
일단은 견디라고. 버티라고.
언젠가는 새로운 날이 올거라고.
아마도 그럴거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