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년전 이야기라서, 마음은 정리된 상태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이놈의 정신상태가 무척 궁금해서, 객관적으로 여쭤보고 싶네요.
일단 이놈과 저는 아주 절친한 친구였습니다.
외국에서 같이 일을 하다가 만났고, 서로 외롭던 처지에 동갑내기여서 무척 가까워졌습니다.
서로의 집에서 주말마다 맛있는것 해먹고, 이곳저곳 놀러다니고, 고민상담도 했습니다.
나중엔 정말 속깊은 집안 얘기 까지 털어놓을 정도로 친했고,
자신이 입는 옷 하나하나까지 저에게 코디를 부탁할 정도였습니다.
저 역시 너무나 성격이 잘맞는 친구였고, 함꼐있으면 말도 잘 통하고 재밌었습니다.
혹시 얘가 소울메이트가 생각할정도로, 깜짝놀랄정도로 좋아하는 것들이 같을때가 많았습니다.
그게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좋아하는건데도요..
그정도로 공통점이 많아서.. 함께 대화나누고 영화보고.. 그렇게 점점 가까워졌어요.
주위에 누가봐도 우리는 사귀는 사이라고 생각할정도로 하루종일 붙어다녔고..
우리만 사귀는게 아니라고 부정했지요.
그래도 그냥 여자의 느낌으로.. 얘가 나를 좋아하는구나 란걸 느낄수 있었지요.
제가 그런쪽으로 아주 둔한 편은 아니었고, 그냥 느낌이 왔었어요.
항상 저를 쳐다보고 있었고.. 항상 저와만 시간을 보내고 싶어했고, 저와 함꼐하는 시간을 즐거워 했거든요.
처음엔 정말 친구로만 보이더니..
저 역시 그 친구의 마음이 느껴진후부터는 조금씩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술을 마시고 친구이상의 관계가 되어버렸지요. ;;
하지만 관계라는게 참 오묘해서..
그렇게 친구에서, 그런 관계가 되고 나니..
딱 사귀는 사이라 규정지을수가 없었어요.
겉은 똑같이 전과 같은 친구인데... 사귀자는 말은 서로 하지 않았고
습관처럼 관계는 계속 갖는 사이..
제 마음은 점점 더 깊어지고.. 좋아하는 확신이 서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사귀자는 말은 하지 않더군요.
그때는 그런 말이 불필요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는거라구요.
그런데, 주변의 누구에게도 저를 여자친구라고 소개하지 않았지요,
그런 관계가 계속해서 반복되었고..
너무 힘들어진 저는.. 자존심때문에 차마 매달리거나 사귀자는 말은 하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힘든 마음은 내려놓고 싶었던 나머지 마지막으로 고백을 했습니다.
좋아한다고. 함꼐했던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고.
하지만 이젠 서로 연락하지 말자고.
네가 전화하면 그날로 전화번호 바꾸겠다. 다 정리하고 한국 들어가겠다. ( 이미 짐정리 마친 상태였습니다. )
솔직히 자존심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렇게까지 말하면 정신차리고 절 잡을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러게 말하는 저에게 .
너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연락하면 안되겠냐고 하더라고요.
끝까지 사귀자는 말은 하지 않고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더이상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일도 관두어서 직장에 나가지 않았구요.
한달후 한국에 돌아왔고, 그렇게 일년이 지났습니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이는 자기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가슴이 아파서 잠을 못잔다고.
그렇다면.. 저를 잡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나잇 상대는 아니었고 소중한 사람인데..
상대방의 마음을 알면서, 그걸 이용해 관계를 계속 맺을수 있는건가요?
그러면서 사귀진 않는다는건.. 좋아하지 않는다는건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이 될수 있는건가요?
일년전에는 생각만 하면 복잡하고 화나고 우울해져서.. 그냥 그대로 묻어두었었는데
지금 마음이 다 정리되고 이성적이 된..
그 놈의 심리상태가 매우 궁금합니다.
82님들은 어쩌면 매우 냉정하게 그놈의 심리상태를 아실수 있겠군요.
저는 농락당한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