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에 고인이된 연예인의 아이들이 나왔다.
엄마가 자장가로 늘 이노래를 불러주셨어요.. 하면서 섬집아기를 불렀다.
같이 보던 열두살 먹은 딸래미 눈이 땡구래 지면서 날 쳐다보더니
"울엄만 랜덤인데..."라고 한다...
(랜덤: 여러가지중에 한가지를 공급자가 마음대로 주는것)
"고뤠????
그럼 넌 엄마가 랜덤으로 불러줘서 엄마의 대표 자장가 이런건 없겠네?" 했더니 황급히 당황하며
" 아니아니 엄마도 섬집아기 불러줬었어" 라고 한다.
자장가 한곡 부르고 아기가 잠드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밤에 잠 안자기 챔피언인 딸아이는....
내가 새벽 3시 까지 등에 업고 온동네를 돌아다닌 경험을 가지게 해준
천하무적 잠 안자는 아기였다.
온갖 자장가, 온갖 발라드 동요 수십곡을 부르고 부르고 불러도 안자서
나중엔 내가 절망의 심정으로 묵주기도를 하기에 이르렀었다. ㅡ.ㅡ
근데 신기하게도 얘는 내가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하면 스르르 자려고 폼을 잡았었다.
그렇다고 첨부터 하늘에 계신... 한다고 약빨 받는건 아니었다
내가 재우면서 지치고 지쳐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일때 약빨이 먹혔었다.
며칠후..
올해 열다섯살인 아들에게 물어봤다.
"네 동생은 엄마 자장가가 랜덤이었대....
넌 어릴때 엄마가 불러준 자장가 기억나니?"
" 응. 엄마는 '잘자라 우리아가' 이노래 불러줬었어" 라고 말했다
큰애와 둘째는 3년 터울이라서 둘째 태어나면서 부터
큰애는 할머니 차지였다.
내가 자장가 불러준건 3살 미만때였는데 그걸 망설임 없이 기억하고 말하다니 놀랐었다.
옆에서 듣던 남편도
"응. 당신 잘자라 우리아가 그노래 많이 불렀었다."라고 증언해줬다.
"으음... 그땐 내가 힘이 넘쳤나보다.. 그 높은 노래를 자장가로 맨날 불러주다니.... ㅡ.ㅡ"
모짜르트의 자장가 잘자라 우리아가는 뒷부분 '달님은 영창으로~~~~" 할때
악보대로 부르면 핏대세우고 완전 고음이다.
처음 큰애 재운다고 그 자장가를 교과서 대로 불렀을때
애를 재우는게 아니라 자는애 깨우겠다고 남편이 면박을 줬었다.
그래서 그랬나......큰애가 말을 할줄 알고 좀 자라서는
내가 재운다고 자장가를 부르려고 하면 내 입을 막고 그냥 조용히 자자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ㅡ.ㅡ
그래서 난 '달님은 영창으로~' 부분은 갑자기 노래 음정을 낮춰서
고음불가가 노래부르는 수준으로 낮춰서 불렀었다.
그런데 그것도 남편이 깨알같이 기억하고 있었다.
자기도 매일밤 나의 고음불가 동요에 시달렸었나 보다. ㅋ
그시절 남편은 '엄마가 섬그늘에~"로 시작하는 섬집아기를 불분명한 가사로 늘 불러줬었었다.
남편은 이노래를 슬프다면서 참 좋아했었는데 정확한 가사는 둘다 잘 몰랐었다.
자장가 부르다 말고 서로 이게 맞니 저게 맞니 하면서 티격태격 했었다.
첫애때는 아는동요가 별로 없어서 아마 잘자라 우리아가만 줄기차게 불러줬었나보다.
첫애를 기르면서 집에는 동요비디오, 테이프들이 뒹굴기 시작했고
그렇게 늘어난 나의 애창동요목록 덕분에
둘째는 랜덤자장가의 특혜를 입었었나보다.
느릿한 노래는 다 자장가로 변신...
잘자라 우리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위에 자고~~~
낮에놀다~~ 두고온~~ 나뭇잎~~ 배는..
푸른하늘~~ 은~~ 하수~~ 하얀 쪽배에...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넓고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한채~~~
나중에 손자손녀 재울때 쓰려고 생각난 김에 곡목을 적어봤는데 이것 밖에 안떠오른다.
아.. 애들은 아기때 불러준 자장가를 정말 오랫동안 기억하는구나...
불현듯...난 울 할매가 불러준
앞집개야 짖지마라.. 꼬꼬닭아 울지마라.. 그 자장가가 기억난다.....
꼬랑쥐:
난 개인적으로 섬집아기 노래를 싫어했었다.
부르다 보면 클레멘타인 노래보다 더 슬퍼서 싫었었다.
엄마가 애혼자 집에 두고 바닷가에 일하러 가고
애는 혼자 집에 있고..어휴...
내가 애를 집에 두고 일다니는 엄마여서 그런지
그건 자장가가 아니라 엄마의 애달픈 울음 같아서 너무 아파서 싫었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