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나 저나 사람들에게 유하게 대하는 편입니다.
상대방과 대화를 하다보면 저와 안 맞거나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경우 상대방의 의견을 그냥 경청합니다.
일부러 상대방에게 맞춰서 동의해주지도 않지만요.
다 큰 성인끼리 굳이 자기의 생각과 취향을 타인에게 강요할 필요도 없고,
내 생각이 전적으로 옳은 것도 아니고
상대방의 생각이 전적으로 옳은 것도 아니니까요.
까탈스럽게 굴거나 예민하게 군다고 해서
내가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휘둘러야만 직성이 풀리는 타입도 아닙니다.
저도 그렇지만 특히 남편은 더 그렇습니다.
새로 이사온 지역에서
남편 직장 동료 부인들과 자주 왕래하며 지내게 되었는데,
유독 저랑 안 맞는 사람이 있어요.
이사오자마자부터 저한테 언니라고 부르라며 편하게 지내자고 하면서
매번 반찬 만들어서 갖다 주고 아이들 나이가 비슷하니 함께 케어하며 지내자고 해서
좀 부담스럽지만 낯선 곳에서 아이 친구 만들어 줄 생각에 그냥 어울려 지냈습니다.
두 집이 워낙 가까운 위치에 있기도 하구요.
그런데 1년 정도 겪어보고 나니, 저랑은 정말 안 맞는 사람이더군요.
사람들 사이 오가면서 말 옮기고 이간질과 편가르기....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서 혼자 남의 집 사정 멋대로 추측해서 말 퍼뜨리기.
예를 들면,
학교 병설 유치원 선생님이랑 교무주임 선생님이
학교 앞 중국집에서 짜장면 같이 먹는 걸 보고는
두 사람 불륜 같다고 말하길래
듣는 제가 깜짝 놀랐어요.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제가 보기엔 그냥 같이 밥 먹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두 사람이 정말 불륜이면 남의 이목이 신경 쓰여서
학교 부근의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을 수가 있겠냐고, 아닌 것 같다고 하니까
교무주임 선생님이 나이는 많아도 워낙 친절한 타입이라
불륜이 맞을 거라고 우기는데 할 말을 잃었더랬습니다.
제가 멀리 이사온 뒤
아빠 직장 쉬는 타이밍이랑 남편 쉬는 타이밍이 안 맞아서
3개월쯤 지나서 친정 가족들이 이사온 집 다녀갔어요.
그랬더니 동네 다른 사람에게
이사 왔어도 친정 부모님이 안 와 보는 우리 집 좀 이상하다고,
친정 식구들이랑 인연 끊고 사는 집 같다고 말했대요.
그러다가 3개월 지나서 친정 식구들이 왔는데
마침 남동생이 방학이라서 다른 가족들은 다 돌아가고
남동생만 1주일 정도 우리집에서 더 있다 갔습니다.
그러자 저한테 "남동생이 여자친구도 없나 봐요? 그 나이에 누나집에 엄청 오래 있네"라고 하더군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살면서 이런 식으로 이상하게 꼬이고 남일에 관심 많으면서 소견이 좁은 사람은 처음입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제가 싫어하는 건
낼 모레면 40을 바라보는 다 큰 어른이
8-9살된 자기 아이 친구들을 진심으로 미워하면서
뒤에서 흉을 보고 말을 퍼뜨리고 다니는 거에요.
다른 집 애들을 가지고 그러는 거 보면
우리집 아이 가지고도 그러겠다,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제 추측이 맞더군요.
바로 이웃이고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문제도 있고 해서
그냥 1년 동안 속으로 삭히며 겉으로는 웃으며 잘 지내다가
요즘 들어서 제가 그 사람을 봐도 인사도 안하고 그 사람과 마주칠만한 자리는 피합니다.
아이들간의 왕래도 끊겼구요.
내 피붙이도 아닌 사람이 계속 무례한 언행을 하는 걸 내가 왜 용인해야 하나 싶어서요.
안 보고 안 부대끼며 사니 차라리 속이 더 편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 사람이 요즘 제가 그 사람에게 못되게 굴어서
자기가 병이 나서 약을 먹고 산다고 말하고 다닌다네요.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 사람 말에 휘둘려서 저를 안 좋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의 인간성도 파악 못하고 휘둘리는 사람이라면
어차피 저랑 안 맞는 사람일 거라 생각하고
제 삶, 제 가족, 제 일에 집중하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