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성폭행 국내 첫수기 쓴 은수연(가명)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셨으면 합니다. 친족성폭행도 가정폭력의 한 형태죠.
조국:법조인도 사회 일반인이 갖고 있는 편견을 그대로 갖고 있기에 부지불식간에 성폭력 피해자에게 2차, 3차 피해를 입힙니다. 성폭력 피해자는 국가기관이 자신의 피해를 치유해줄 것이라고 믿고 갔는데, 오히려 경찰, 검찰, 법원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상처를 받는 거죠. 2003년 <형사법의 성(性)편향>이란 책 등에서 제도개선을 촉구했는데,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최근 성폭력 범죄가 많이 일어나면서 그 대책으로 사형집행이나 거세 등이 제안되고 있는데, 이런 대책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성기만 벌하면 된다는 시각 문제
성폭력 대책 가해자에만 초점
국가차원의 피해자 지원방안 시급
‘친고죄 조항’ 반드시 폐지돼야
은수연:“보복의 두려움을 생각하면 가해자가 죽으면 편하긴 할 거 같아요. 가해자가 나에게 다시 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으니까요. 화학적 거세, 물리적 거세 같은 방안은 웃겼어요. 성폭력은 남자의 참을 수 없는 성욕, 남자의 성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니까 거기에만 벌을 내려주시오, 그런 것 같거든요. 성폭력은 범죄라고 인식해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해야 된다는 생각은 못하고, 단순히 주사를 놓거나 자른다는 것은 대책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남자라면 거세 논란이 기분 나쁠 것 같아요. 욕구조절 못해서 저지르는 실수로 보는 것 자체가 말이에요. 요즘 친고죄 폐지가 논의되던데, 반드시 이루어져야 해요. 가해자를 고소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는 고통이라도 덜어주면 좋겠어요. 반드시 가해자는 처벌받고 피해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국가가 줘야죠. 그리고 성폭력 관련 프로그램들은 거의 다 가해자에게 맞춰져 있다는 게 정말 문제예요. 피해자들이 탈출한 후 보호하는 대책은 너무 미미해요. 제가 집에서 탈출해 나왔을 때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어요. 한 번도 학교등록금을 제대로 제때 내 본 적이 없어요. 어떨 땐 고아원에 있는 애가 너무 부러웠어요. 걔들에겐 어느 정도 지원이 되니까. 성폭력으로 집을 뛰쳐나오면 적어도 고아원 아이들 수준으로라도 보호해주면 좋겠어요. 성폭력 피해자가 사회에서 정상 생활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해줄까를 먼저 논의하면 좋겠어요. ‘나영이 사건’이 났을 때 보면 시민들이 모금운동을 해요. 말이 안 돼요. 성폭력 피해자가 생길 때마다 모금운동을 할 건가요? 국가 차원에서 피해자들의 사회적 지원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http://www.hani.co.kr/arti/society/women/55193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