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미 새끼들이 커 가면서 하루하루가 전쟁터네요.
밤에 월맛에가려고 막 집을 나서는데 와장창 소리가 나서 보니, 새끼들 있는 방에 예전엔 올라갈 생각을 안하던 높은곳에 둔, 캔이나 등등 손쉽게 꺼내쓸수있는 걸 담아놓은 바구니를 엎은거예요. 높아서 못 올라갈 줄 알았는데 어떻게 그 위를 올라간거죠. 제가 치우려고 문을 여니 또 다 튀어나오고, 나비는 싫어서 하악거리고 난리가 났어요.. 어쩔수 없어서 하악대건 말건 나가게 두고 떨어진 물건을 다 치우고 못 올라가게 박스를 좀 놓고 정리를 하니 덥지도 않은 날 온몸에 땀이나네요. 밤 10시 반쯤 나가려다 일이벌어져, 11시반에나 집을 나서서 돌아오니 밤 12시 반이예요.
돌아와 짐을 나르려고 보니 오랫만에 까만 아빠고양이가와서 조금 남은 사료를 먹고 있기에, 캔이랑 사료를 좀더 주려고 문을 여니, 세상에 새끼냥이 녀석들 세마리가 거실에 나와있어요. 나오지 못하게 문도 높히고 또 다른 조치를 취했는데도 넘어온거죠. 나비는 또 하악거리고..얼른 새끼들을 다시 가둬놓고 요즘 이 녀석이 잘 안보이기에 본 김에 벼룩과 사상충방지약을 뒷 목에 발라줬어요. 밥먹을때 만지거나 약을 발라주거나 해도 가만히 있거든요. 귀 청소를 해줘도 좀 머리를 흔들어서 그렇지 발톱은 전혀 세우질 않아요. 양쪽 귀 밑 상처는 한 쪽은 완전히 아물었고, 남은 한쪽은 최근에 또 딱정이가 떨어진거 같네요. 또 살이 드러났어요. 아침에 보면 데리고 병원을 가겠는데, 요즘은 저녁에나 밤에 나타나네요.
그 사이 또 나비는 밖에 나오고, 보미도 따라나오고..둘 다 내보내고 새끼들을 다 나오게 했죠. 밤이면 아침보다 얘네들이 더 행동이 왕성해 지는거 같아요. 아침보다 뛰고 놀아도 덜 지치고 마치 무슨 약이라도 한 냥이들 처럼 미친 듯이 뜁니다. 이렇게 안 하면, 특히 아빠닮은 녀석이 밤새도록 나오려고 해요. 그리고 어떻게 막아놓아도 이 녀석은 올라오거든요. 참 대단하죠. 보미가 들락날락 하느라고 완전히 문을 못 닫고 덧 문을 높게만들어 달았는데, 이 녀석들이 커가면서 이런 어려움이 있네요.
그리고 보미는, 늘 여기저기 만져보고 들여다 보는데, 오늘 이를 좀 봤어요. 나비는 일년에 한번 치석제거하러 병원에 가거든요. 근데 얼마전에 봤을땐 괜찮았는데, 오늘 보니 위쪽 송곳니가 아래가 좀 부러진 듯 해요. 놀라서 여러번 들여다 봤는데 금이 간거 같기도 하고..이게 또 어찌된 일인지..그래서 아침에 병원에 또 데려가 봐야겠어요. 사실 어제 보미랑, 새끼들 모두 다 데리고 병원에 갔었거든요. 새끼들은 백신 2차 접종해야하는 날이고, 보미도 류키미아 2차 접종하는 날이어서요. 보통 의사가 가볍게 검진을 다 하는데 못 본건지..의사가 저날은 둘이 있었는데 전, 얼마전 입양해간 남학생이 까만 암놈을 주사맞추러 데려오기로 했던 터라, 이 녀석 돌보는 방에 있었거든요.
참..하루도 편할날이 없네요. 살아있는 생명을 돌보려니.
요며칠 고양이 좋아하는 동료와 어떻게 하는게 가장 좋은 새 주인 찾아주는 방법일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그러다, 이곳에서 두시간 떨어진 좀 더 크고 시설좋은 보호소에 데려다 두기로 어젯밤엔 거의 마음을 먹었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자원봉사하러가면 입양되기 전 까지 이 녀석들을 만날수있지 않겠나해서요. 그런데, 그 멀리 떨어뜨려놓고 오면 참 마음이 안 좋겠더라구요. 보내기도 전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 오는거예요. 시설이 좋다고 해도 어떤 집에 입양되어가느냐가 사실 더 큰 일이구요. 물론 대도시가 좀 더 경제적으로 나은 주인 만날 확률은 있겠지만요.
전 이 녀석들이 이 동네 좋은 주인에게 가는게 가장 좋거든요. 언제든 다시 볼수도 있고, 또 못 본다 해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생각하면 덜 섭섭하구요. 그러다, 이곳 보호소에 임원 중 한분, 고양이를 특히 좋아하는 나이드신 분에게 이멜을 다시 보냈죠. 우리집에 그냥 두면서, 보호소를 통해 입양보내는 게 되겠는지 물어봤어요. 아무리 좋은 보호소 시설이라고 해도 좁은 공간에 거의 있어야 하거든요. 아니면 조금 넓다고 해도 집에 있는 곳과는 비교가 안되죠. 그랬더니, 안 그래도 왜 안데려오느냐고 하셨었던 분이라, 흔쾌히 된다고 하면서 이것저것 다른 사람과 상의를 하고 연락을 주신다고 했어요.
보호소 통해 입양을 가면, 최소한 상대방의 정보는 정확하게 알고, 또 가끔 동물보호소에서 무작위로 들린다고 해요. 입양해서 잘 데리고 있나 살펴본다네요. 여하튼 그래서 craiglist나 이곳 신문에는 다시 안 올리는 걸로 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이것저것 주문을 한다고 해도 공식화된 계약서도 없고 그러니, 덜 안전해서요.
참, 어제 검은 암놈 새끼는 그 사이 같이 놀던 형제 자매를 잊었는지 보더니 하악거려요. 이 녀석은 하긴 특히 건강해서 병원에도 설사로 딱 하루 있었던 터라, 오래 서로 떨어진 적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다른 냥이 들은 떨어져서 길게는 일주일 이렇게 있었는데, 다시 집에 돌아오면 낮 설어하지 않고 잘 놀았거든요. 여튼, 이녀석을 다시 보니 반가웠어요.
2주후에 광견병과 류키미아 주사를 맞출때 다시 데려오기로 했는데, 한가지만 더 확답을 받으려고 해요. 혹시라도 이 녀석을 포기해야 하는 날이 오면 버리거나 보호소에 보내기 전에 먼저 제게 연락을 해 달라고 하려구요.
저도 제가 왜 이렇게 보미 새끼들에게 집착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한국에서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낳아 어린 새끼를 키워본 경험은 있지만, 사실 저보다 부모님이 키웠다고 해야 맞는 걸 테고..그 땐 제가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게 모조리 제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봅니다. 길냥이가 절 믿고 차도를 건너 새끼들을 물어다 놨으니..
검은 아빠냥이는 앞문쪽에서 다 먹고 계속 우는거예요. 그럼 제가 나가서 좀 만져주죠..그러다 들어오면 또 울어요. 그래도 안 나가고 있었는데, 아까 나비 들어오라고 해야겠어서 뒷 문을 여니 또 거기 앉아있네요. 나비는 깜깜한 저 쪽 뒷마당에 앉아있고..참 마음이 안 좋죠..이 녀석도 들어오라고 하면 얼씨구나 하고 들어올 녀석인데 나비만 살짝 들여놓기가 어떨땐 좀 미안하죠. 심야에 이 난리를 떨고보니 몇시간 후면 해가 뜰 시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