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자녀분들이 부모님 주민번호를 도용해서 저작권 위반한 것 때문에 고소장이 날아오면 참고하세요.
1. 주민번호 도용은 친족간에는 해당 안 됩니다. 범죄는 맞는데 친족간에 행해진 일이라 피해자가 강하게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 안 합니다. 즉, 부모 걸 자식이 도용했는데 그 부모가 자식놈 잡아가 달라고 하면 잡혀갑니다.
2. 저작권 위반은 김본좌처럼 대대적으로 저지르기 전에는 특별히 결격사유 되지 않으니 부모님이 본인이 했다고 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어른이 했다고 하면 기소유예 나올 거 벌금형 나올 수 있습니다.
3. 우선 경찰서 어디로 언제 가야 하는지 확인하시고 경찰분과 약속하신 상태에서 부모님 중 한 분과 자녀분이 같이 가시면 됩니다. 경찰서에 가셔서 하실 일은
- 아이디와 저작권 위반 파일 확인. 블로그라면 자녀분의 블로그가 맞는지 확인하세요. 간혹 엉뚱한 사람의 것으로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올린 게 맞는지 자녀분에게 반드시 확인하라고 하세요.
- 저작권자가 합의를 원하는지. 원한다면 연락처를 달라고 하세요.
- 저작권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더라도 일단은 연락처를 달라고 하시는 게 좋습니다.
4. 아마 경찰이 합의건 조서건 결정할 시간을 좀 줄 겁니다. 왜냐하면 민사소송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음악파일이나 영화파일을 공유한 경우는 그냥 조서 쓰시고 기소유예나 벌금형 기다리시면 됩니다. 교육 받으라면 날짜 잡아서 교육 받으면 됩니다. 민사소송 했다는 소리를 거의 못 들어본 분야입니다.
- 만화책은 약간 위험합니다. 슬슬 출판사나 작가가 민사소송 시동을 걸고 있는 곳입니다. 아직 활발하지는 않습니다.
- 판타지 소설의 경우는 두 가지 케이스가 있습니다. 법무법인에서 저작권자를 대리했느냐, 작가 친고냐.
작가가 직접 고소했다면 매우 위험합니다. 제가 알기로 모 작가는 로스쿨까지 갔습니다. 다른 작가분 한 분은 판례 만들어 놓는다고 열심히 소송해서 4000만원의 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 판례를 만들어 놓기까지 했습니다. 작가가 자기 시간 들여서 고소했다는 건 일단 이 악물고 끝까지 가겠다는 겁니다. 반대로 법무법인이 대리해서 소송한 경우는 일반적으로 대리하는 법무법인의 수입이 합의금이기 때문에 합의로 유도하다가 안 되면 그냥 기소유예나 벌금형 받나보다 하고 많이 신경 안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법무법인의 대리소송에서도 그 작가가 혼자 법무법인에게 의뢰했고 이런 상황이라면 민사소송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5. 만약 판타지 소설을 올렸다가 걸렸다면, 집에 돌아와 우선 자녀분과 좀더 이야기를 하세요. 윽박지르지 말고요.
- 블로그에만 올렸는지. 블로그에 한 개를 올렸는지, 같은 작가 것 여러 개를 올렸는지.
- 파일 올려놓고 누군가 다운받으면 포인트 주는 웹하드에 올렸는지 솔직히 말하라고 하세요.
블로그는 상업적 목적성이 강하지 않아서 많이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웹하드 같은 경우는 자녀분이 파일을 올려 놓고 누군가 그 파일을 다운받으면 자녀분에게 일정 포인트가 주어지기 때문에 빼도박도 못하게 '상업적 목적'으로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한 꼴이 됩니다. 피해갈 구멍이 작아진다는 거에요. 블로그라고 알고 있다가 웹하드에서 걸렸다는 거 알면 정말 뒷통수 제대로 맞는 것이니까 자녀분 살살 구슬러서 블로그에만 올렸는지, 카페에 올렸는지, 웹하드에 올렸는지를 확인하세요.
6. 블로그나 웹하드나 어쨌건 자녀분이 파일 올린 게 맞다면 자녀분과 함께 저작권자분께 사과전화를 드리세요.
- 이건 가해자로서 피해자에게 반드시 해야 할 행동입니다. 민사소송 안 당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내가 자식을 잘못 가르쳐서 남의 돈을 훔치게 했다면 돌려 주고 사과하는 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해야하는 겁니다.
- 한 가지 팁을 드리면, 저작권자가 남자건 여자건 부모님이 전화하실 때 절대 절대 아버지는 하지 마세요. 남자분들은 몇 마디 하다가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저작권자가 20만원에 합의해 주겠다고 나왔다가 가해자 아버지 말 몇 마디에 화나서 싸우다가 민사 가서 기백만원 받아낸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절대 아버지 말고 어머니가 전화하셔서 사과하고, 자녀분도 사과하도록 하세요.
7. 이제 합의냐 민사냐의 문제가 시작됩니다.
- 작가가 합의를 요구하고, 그 액수가 내 자식이 남의 물건 훔친 범죄에 대한 보상금으로 너무 많은 것 같지 않다 싶으시면 합의하시는 게 좋습니다. 민사 없다고 답 다신 분들 몇 분 보였는데, 그런 분들 답 믿고 저작권자에게 개겼다가 포항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수차례 재판 받고 나중에 수백만원 배상금 물어준 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분이 소설책 한 권 파일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작가가 기백만원을 요구한다면 합의하실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자녀분이 웹하드에 소설책 한 질을 통째로 올렸고(이런 경우 한 질만 올리지 않습니다. 다른 작가 것까지 합쳐서 수백권 올리는 게 흔한 케이스에요) 그걸로 포인트를 받아서 문화상품권으로 교환했다...........정도까지 갔다면 합의하시는 게 좋습니다.(합의금이 수백만원이라면 좀 무리일 수 있습니다. 자녀분이 몇 권을 공유했고 얼마나 벌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기소유예는 죄는 있는데 검사가 기소는 좀 보류해 보겠다는 거고, 벌금형은 죄가 있으니 돈으로 떼우라는 겁니다. 둘다 유죄라는 것이라서 민사소송 가면 일단 패소는 100% 확정입니다. 배상금액 가지고 싸우는 거지 민사에서 돈 한 푼도 안 물어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님들은 공격할 수 없고 방어만 할 수 있고, 그 방어도 이미 칼은 빼앗기고 맨손으로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8. 합의를 하기로 했다면 합의금 보내주고 합의서를 받으세요.
- 이때 자녀분의 합의 날짜 이전 저작권 위반 건에 대해 더이상 고소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받으시면 좋습니다. 보통 책 한 권 올렸다 걸린 애들이 별로 없고, 특정 작가의 책 수십권을 한꺼번에 올렸다 벼락맞는 경우라서 저작권자가 각 책 한권씩 고소하면 곤란하기 때문에 묶어서 합의를 보는 겁니다. 다만, 작가가 다른 파일들을 섞어 올렸다면 그 저작권자는 '자신의 책'에 대해서만 합의를 해줄 수 있습니다. 합의서 받으시면 경찰서에 가셔서 합의서 보여주시면 됩니다.
- 합의서를 받은 날짜 이후에 자녀분이 또 파일 올리다 걸리면 가중처벌로 가는 지름길이므로 반드시 그 이후엔 부모님이 저작권에 대해 공부하시고 아이들에게도 가르쳐 주세요.
9. 돈을 너무 많이 요구하거나 애초에 저작권자가 합의를 할 생각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면(몇몇 작가분들은 부모와 아이의 전화조차 안 받는 분도 있습니다. 법정에서 보자는 거죠) 어쩔 수 없습니다. 법률구조공단 같은 곳에 가셔서 배상금액이 어느 정도가 적절할 것 같은지 알아보세요. 그리고 최대한 법률가와의 상담을 통해 배상금액을 줄일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안 줄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유죄를 안고 시작하기 때문에 배상금액은 줘야 하고, 액수가 크냐 작으냐만 다릅니다.
10. 배상금을 법원에서 강제 조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작권자가 그걸 받아들이면 재빨리 배상금액 주고 끝내시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민사소송으로 간 저작권자는 강제조정 불응하고 바로 소송으로 가서 재판합니다. 따라서 법원 강제조정으로 액수가 정해졌는데 너무 작다 싶으면 소송으로 갈 각오는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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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하드업체에 자녀분이 파일을 올렸을 경우 문제가 되는 건 '저작권 위반인 줄 몰랐다'라는 말이 안 통한다는 겁니다.
대부분 이런 업체에서 파일을 팔기 위해서는 회원 가입 후 '판매자 등록'이라는 걸 해야 하기 때문이고
저작자들은 이걸 다 알고 있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인 자녀들은 저작권이 불법이라는 거 속으론 다 알고 있습니다)
자녀분들로 인해 저작권 위반 전화 받으시면 하늘이 무너지고, 자녀가 원망스러우시겠지만
차츰 교육을 통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있는 중간 단계에서 철없는 아이들이 저지른 일입니다.
그러므로 너무 지나치게 걱정하지 마시고 가능한 한 합의를 하시도록 노력하시고
아이에게 다시는 타인의 파일을 함부로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부모님이 함께 저작권에 대해 찾아보기도 하시고 그러면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