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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피에타 보고 왔는데... 멍하네요 (스포 있습니다)

오랜만에 조회수 : 19,359
작성일 : 2012-09-10 23:40:40

(눈꼽만큼의 스포도 원치 않는 분은 영화 보시고 나서 읽어주세요^^;)








아까 피에타 예매했다고 글 올렸었던 사람인데 보고 이제 왔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그냥 멍............. 했습니다.

아무 생각도 안나고 그냥 멍..............하더라고요.

만약 혼자만 있는 공간에서 봤으면 마냥 그 자리에 앉아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통로 쪽에 앉은 지라 안쪽 사람들이 나간다고 눈치를 줘서 빈 자리로 이동했는데

솔직히 움직이기 싫었습니다. 마냥 여운을 느끼고 싶었달까요.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인지 초반 중반까지는 눈에 거슬리는게 좀 있었어요.

마침 민용근이라는 감독님이 쓰신 칼럼에 제가 느꼈던 것과 흡사한 내용이 있어서 옮겨보겠습니다.

'과장되고 직설적인 표현, 현실의 미세한 디테일을 무시하고 가는 장면들은 강렬함을 품고있긴 했지만,

자꾸 반복되다보니 오히려 상투적으로 느껴졌다. 영화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강제로 '주입'하는 듯한 뉘앙스도 불편하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강도(이정진)의 잔혹한 악마성,

그리고 엄마라고 자처하는 여인(조민수)을 만나 변하게 되는 과정은 마음으로 느껴진다기 보다

'정보'로 전달받는 느낌이었다.'  (2012.9.10. 한겨레신문, 민용근의 디렉터스컷 중에서)


그리고 잘 못찍은 건데 그냥 넘어간 건지 아니면 일부러 그렇게 촬영을 한 것인지

눈에 거슬리는 촬영 장면도 좀 보였고요(제가 영화쪽 일을 꿈꾸는 사람이라 영화를 뜯어보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강도 역을 맡은 이정진씨가 밑바닥을 전전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기는 잘 하셨어요. 근데 얼굴 피부가 너무 매끈하고 깨끗하고 반듯하게 잘 생기기까지 하니

도대체 밑바닥 인생처럼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중반 넘어가면 장미선(조민수)이 점점 정체를 드러내면서 영화는 흥미진진해집니다.

그러다 마지막 10여분이 뭐랄까... 가슴이 아려져요.

짓다만 건물인지 폐건물인지에서 벌어지는 클라이막스에선 눈물이 나려고 했는데

관을 꽉 채운 관객들이 의식이 돼서 그런지 눈물을 흘리진 못했습니다.

정말 그 악마새끼 같은 강도 자식이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진심으로요.

그리고 엔딩을 보고나니 기분이 참 묘하더라는...

어떻게 말로 도저히 표현이 안되는 애매모호한 기분에 정처없이 한 시간을 걸었네요.

양익준 감독님의 '똥파리'를 보고 났을 때 뭔가 정화되는 기분을 느꼈었는데

'피에타'를 보고는 그때와는 다른 느낌의 기분에 지금도 깊이 빠져있습니다.



참 쓰고보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저도 스포에 엄청 민감한 사람인데 '피에타'는 줄거리를 아신다 해도

그다지 구애받지 않고 보실 수 있을 거라 단언합니다.

단, 마지막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기사를 봤는데 기자분들 이런 건 좀 제발 그러지 말아주셨으면...

오늘 밤은 내내 피에타 생각을 하게 될 거 같습니다.

대체 이 영화의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지

도대체, 도대체 모르겠네요.




(김기덕 감독님 만세!)

(베네치아 영화제는 규정을 고쳐라~ 연기 잘 했으면 배우한테 연기상 줘야지~!)

   

   




IP : 211.214.xxx.226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9.10 11:46 PM (216.40.xxx.106)

    저는 스포 원해요. 외국이라 지금 못보는데 넘 보고싶거든요.
    일부러 스포 찾아다니는데.. 내용좀 알려주세요.

  • 2. ...
    '12.9.10 11:47 PM (119.67.xxx.202)

    포털 싸이드 가시면 스포 엄청나요.
    심도있게 잘 쓰신 분들도 많더라구요.

  • 3. zzz
    '12.9.10 11:48 PM (115.139.xxx.23)

    하두 결말..결말들 하시기에
    여기저기 찾아서 읽어봤네요.
    두 사람의 관계까지 다 알아냈음..ㅋ

  • 4. ,,,,,
    '12.9.10 11:48 PM (216.40.xxx.106)

    다음은 별로 없던걸요. 네이버는 좀 있나? 가볼께요!

  • 5. 월천선생
    '12.9.10 11:50 PM (219.251.xxx.153)

    이정진씨 아이라인이 거슬린 건 저 뿐인가요..
    악역에 억지로 끼워 넣은 느낌.
    19번째 작품에는 다시 조재현씨 만나고 싶어요.

  • 6. 오랜만에
    '12.9.10 11:51 PM (211.214.xxx.226)

    죄송합니다. 스포를 원하는 분 보다는 원치 않는 분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생각돼서요..

    분명 제 글도 영화 안보신 분들이 보실 듯 해서 가급적 줄거리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잔혹하고 폭력적인 장면들 싫어하시는 분들은 역시나 보기 힘드신 영화일테고요.

    저도 초반에 손으로 눈 많이 가렸네요. 그래도 김감독님의 다른 영화들 보다는 묘사 수위가 낮아졌네요.

  • 7. 고롸췌
    '12.9.10 11:52 PM (180.182.xxx.152)

    저 이번주는 못보는데..어제 봤어야 하는데..억울해요..ㅠㅠ
    그래서 스포는 피하고 있어요
    다들 마지막에 감동이 온다니..스포는 절대 안보고 갈려구요.

  • 8. ....
    '12.9.10 11:55 PM (182.213.xxx.41)

    제가 아까 재미있게 보고 오시라고 리플 달았는데요

    그냥 아무말 안적어도 님은 충분히 감동받고 오실 것 같아서 간단하게만 달았어요 ^^

    촬영히 어설픈 앵글이 참 많죠. 근데 김기덕식 영화가 그런식인 듯 합니다. 제예산이라 촬영장 분위기가 스피드업하다고 해요

    그리고 카메라기법으로 효과를 주는 것 보다, 배우의 감정이 고대로 묻어나는 연기를 김기덕은 좋아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줌으로 땡기던지 하지 연기하는 배우 앞에서 카메라 가지고 왔다갔다하며 감정 흐트리게 하면 화낸다고. 그리고 편집을 위해 컷 안끊고 그냥 쭉 가나보더군요. 연기자의 감정을 위해 자기는 촬영기법을 포기했다고..

    그리고 저예산이다보니 이정도면 쓸만하겠다 싶으면 그냥 그 컷을 쓰고, 연기자가 연기가 안나오면 그냥 현장에서 과감히 그 씬은 없애고 다른 장면을 찍고 한다고..거의 버리는 컷이 없다니까

    그 어설픈 앵글은 이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수식과 찬사를 받은 그 어느영화보다 제 마음을 움직인 영화였습니다. 다시 한번 더 보러 가고 싶네요..

    제가 김기덕 영화를 다시 한번 더 보고 싶다니... 감독님 이번 영화에서 대중성을 좀 가미하신거 잘하신 선택이세요~ ㅎㅎ

  • 9. 오랜만에
    '12.9.10 11:57 PM (211.214.xxx.226)

    저도 영화 보는 내내 강도와 장미선이 실제 모자일까 아닐까 계속 생각하며 봤어요.
    그러다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느쪽인지는 안쓸게요.

    아이라인이 좀 진했죠? ^^ 다크서클처럼 분장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요.

    고롸췌님 제목에 스포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왜 보셨어요~ ^^;
    배우에 대한 얘기도 선입견으로 작용할까봐서 스포있다고 했답니다^^;
    무사히 관람하시게 되길 바랄게요~

  • 10. 오랜만에
    '12.9.11 12:01 AM (211.214.xxx.226)

    앗! 무플방지해주신 점4개님!
    이리 또 답글 주시니 반갑고 감사합니다^^
    하긴 적은 예산으로 영화를 완성하시는데 다 바랄 순 없겠죠? ^^;
    재관람 잘 하고 오세요~ 저는 한참 뒤에 다시 한번 볼까 합니다.

  • 11. ^^
    '12.9.11 12:32 AM (121.125.xxx.149)

    엉성한 앵글 어떤 건지 느낌이 와요.
    저예산 영화라 다큐처럼 카메라 한대 들고 찍는 듯한 느낌이랄까.. 아직 보진 못했지만 그럴거 같아요.
    근데 그런 거침도 이 영화의 한 면이겠죠.
    이때까지 감상평 보고 있는데 원글님 감상이 제일 저랑 비슷할 거 같다는 예지감일까?
    하여튼 저도 드뎌 봅니다. 내일

  • 12. 오래만에
    '12.9.11 12:51 AM (211.214.xxx.226)

    사실 배경으로 나오는 동네도 칙칙하고
    강철 금속이미지도 많이 나오는데
    세련되고 섬세하게(?) 촬영하면 그것도 좀 어색할거 같아요^^;
    ^^님 감상평 기대해도 될까요? 즐감상하시길~

  • 13. ㅋㅎ
    '12.9.11 10:05 AM (1.225.xxx.132)

    오랫만에 님도 스포 너무 나갔어요...
    반전에 관한건 하지맙시다. 진짜 김새요.

  • 14. 오랜만에
    '12.9.11 10:16 AM (125.129.xxx.218)

    ㅋㅎ님, 제목에 스포있다고 밝혀놨는데요?
    글 처음에도 스포있다고 밝혀놨고 영화 안보신 분 나중에 읽으시라고 해놨습니다.
    더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리고 제가 줄거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한건 없는데요.
    스포 있다고 써놔도 읽고 뭐라 하시는 분 참 이해 안되네요.

  • 15. 오랜만에
    '12.9.11 10:19 AM (125.129.xxx.218)

    아... 아마도 제 글은 읽지 않고 스포 얘기 하셨나 보네요.
    제 글을 읽으셨다면 스포 너무 나갔다는 말씀은 안나올텐데 말이죠.

  • 16. 오늘 ..오전에
    '12.9.11 2:36 PM (110.9.xxx.135)

    혼자 보구왔어요. 다들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어요. 고요하니~

    휴~ ~~ 다 끝나고

    햇볕..쨍쨍한곳을 1시간 동안걸었어요. 햇볕에 한동안 걸으니 극복이 되더군요.

  • 17. 오늘 ..오전에
    '12.9.11 2:39 PM (110.9.xxx.135)

    남자연기자분.. 조금.뭔가 아쉬워요. . 연기? 아님.분장? 아님둘다?

  • 18. 저도~~
    '12.9.11 3:04 PM (121.134.xxx.102)

    오늘 오전에 보고 왔는데,,
    그냥 먹먹하던걸요..

    영화 좋았어요..

  • 19. 오랜만에
    '12.9.11 3:53 PM (125.129.xxx.218)

    피에타는 흥행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전에님도 걷기로 극복하셨군요^^ 피에타 볼 땐 진짜 음식먹는 소리 거의 안나더라고요 ㅎㅎ
    그 먹먹한 느낌 또 언제 받을 수 있을지...

  • 20. 82에서
    '12.9.11 6:04 PM (118.37.xxx.150)

    보고 싶은신 분들 망설이지 말고 고고~
    영화 좋아요...깊은 여운이 있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고
    마음에 깊은 울림이 있어요.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 21. 힘겨웠어요..
    '12.9.11 8:22 PM (211.234.xxx.98)

    아.. 저도 지금 막.. 혼자 보고 집이 멀지 않아 휘청 거리면서도 걸어서 들어왔어요.
    누군가와 얘기라도 나누고 싶은데 뭐라고 말을 할지도 모르겠고.. 82에선 말 할수 있을 거 같아서..

    힘겨웠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마 느껴지실 지도.. 좀 느낌이 다르게 표현되야 하는데..
    엔딩타이틀 다보고도 감정적으로 영화가 끝이 안나서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도 너무 힘겨웠어요.
    영화 내내 긴장도 하고 헉 소리도 내며, 치밀어 오르는 데도 울지도 못하고..
    김기덕 스타일에 대해 과하지만 참아내는 팬인데요..
    정말 과하지만 고개를 늘 끄덕이게 합니다.

    좋다는 말도 쉽게 내뱉어 지진 않지만
    그 말이 교훈이나 재미를 주는 영화에만 붙이는 수식이 아니라는 전제로
    좋은 영화네요..

  • 22. 글쎄요..
    '12.9.11 10:31 PM (116.41.xxx.41)

    그져 실험적인 영화 그런 느낌이었어요,,,지극히 주관적인 느낌 입니다,,,

  • 23. 정원사
    '12.9.11 11:36 PM (112.156.xxx.25)

    제목에 스포라고 제대로 밝혔는데도
    일부러 들어와서 뭐라하는 사람들은
    대체 뭔가요?

    전 스포 찾아다니며 읽는 사람입니다
    감상문 잘 읽었고요
    원래 김기덕 영화 불편해서 보러 갈 생각 없었는데
    자꾸 여러분들의 감상문을 이렇게 읽다보니 마음이 바뀌네요
    보러가고 싶다고...ㅎ

  • 24. 이 것도 스포라 하시면
    '12.9.12 12:07 AM (112.153.xxx.36)

    내용 다 아는데 이 정도 글이 어느 부분이 스포인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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