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경에 침대에 누워 봉주 19회를 듣다가 자정 즈음, 장준하 선생 의문사에 관한 부분을 듣는데 갑자기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감이 밀려왔어요. 제 주변에 으시시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갑자기 아이들은 잘 자고 있는지 문은 잘 잠겼는지 하는 걱정이 들더군요. 눈만 뜨면 어둠 속에서 뭔가를 발견할 것 같은 두려움에 눈을 떠야 할지 직시하고 대면해야 할지 고민했죠. 실제 장준하 선생 사망 장소인 포천시 약사계곡의 공간에 제가 와 있는 듯했어요.
김대중 정부 당시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관이 나와 당시 조사했던 내용을 이야기 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영화 스포가 될 것 같은 생각... 암튼, 강한 반전이 있는 스릴러 한편을 본 것 같았습니다.
그 김용환이란 사람... 장준하 선생의 죽음을 목격한 유일한 목격자... "장준하 선생이 먼저 절벽을 내려가신다고 하시면서 소나무를 잡고 뛰셨고 소나무가 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라고 말한 김용환... 이 사람이 너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개인이 무섭다는 말이 아닙니다. 바로 그 중요한 역사적 음모 또는 한 개인의 사망 순간을 유일하게 목격하고도 실제 자신이 아는 사실을 대체해 전혀 다른 사실을 얘기했고 현재도 여전히 같은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는 거에요. 이 사람을 둘러싼 무서운 기운이 제가 느낀 공포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 사람이 자신의 모순을 스스로 증명하면서 힌트를 주고 있지만 아마 죽어서도 자신이 본 사실, 또는 자신도 연루된 음모를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세상...
봉주19회에 나오신 조사관이 말하더군요. "실제 세상은 신문에 나오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볼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곳의 힘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청와대만 바뀌었지 지배세력은 따로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용환이란 사람, 장준하 선생이 일행과 다시 만나기로 하고 홀로 정상에 가시는 길에 유일하게 따라 붙어 장준하 선생이 추락할 때 까지의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이 사람은 한마디도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21세기에도 말이죠. 정말 무서워요. 사실 스릴러의 절정에 이르는 부분 중 하나는 이 김용환이란 사람이 장준하 선생 옥중 국회의원 출마 시 선거운동을 돕겠다며 자원을 했고 그 후 71년(?) 부터 75년간 연락이 없던 사람이 선생 사망한 날 갑자기 나타나 일행들에게 오늘 선생님 산행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약사계곡에 가는 버스를 함께 탔을 상황의 긴장감입니다.
그리고 봉주 19회의 제가 말한 그 반전... 조사관이 하는 말, 사고 후 의문의 전화 한통이 장준하 선생 집으로 걸려왔습니다. "선생님이 많이 다치셨어요. 서울에서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합니다."라고요. 그 전화를 한 사람이 누구였을까요? 조사관이 그 사람 이름을 얘기했을 때가 제가 소름이 돋은 그 순간이에요.
김용환의 주장은 그 사람의 알리바이 그리고 과학적 증거에 의해서 사실로 볼 수 없답니다. 퍼즐을 맞추면 장준하 선생은 두 사람에 의해서 팔이 잡혀 끌려가 다량의 주사를 맞고 기절한 상태에서 6cm 둔기로 머리를 강타당한 후 절벽에서 던져졌다는 것입니다. 같은 시간동안 김용환이 증언하는 개요는 선생님과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이었고 선생님이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다는 것이죠. 이 얼마나 괴리가 큰가요? (제가 그것이 알고 싶다도 봤는데 조사관이 말한 것과 비슷한 추정에 이르고 있습니다.)
정말 김용환은 언제부터 이 계획에 연루가 됐던 걸까요? 장준하 선생 선거 자원부터 계획된 것이었는지... 안개가 짙으면 짙을 수록 권력앞에 진실이 무색해지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