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유로운 집안은 아니어도
나름 좋은 대학교 나와 이름 있는 대기업 들어가서
제 앞가림을 할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초식남이 늘어난다, 는 기사를 봤을 때
속으로 그 사람들 보고 한심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제 그 나이가 되어
대한민국에서 결혼하는 게 참 만만치 않구나, 라는 걸 경험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결혼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봤습니다.
그랬더니...정말 여유가 있어지더라구요.
제가 지금 가장 노릇을 하고 집안 생활비를 대느라
월 백만원씩밖에 저축을 못 하고 있습니다.
결혼할 때 전세라도 해가려면 이걸로도 부족해보여서
타고 다니던 차도 처분해서 월 30을 더 아끼고
월 130씩 12개월에 설, 추석 보너스, 연차비 등을 더 해 1년에 2천을 모을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결혼을 안 한다고 생각하니 굳이 집을 해 가기 위해 돈을 모을 필요도 없고
차 굴리면서 월 백씩 모으면 3달만 모아도 풍족하게 해외여행을 할 수가 있겠더군요.
외제차 사도 버틸 여력이 되고, 제가 읽고 싶은 책도 마음껏 살 수 있구요.
물론 아직은 그렇게 살 거라고 결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결혼을 하고 싶고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제가 사랑하는 아내에게 잔소리 듣고 쩔쩔 매면서도 같이 꼬옥 안고 자면서
힘들었던 하루를 버티고 다음 날도 힘차게 일하러 가고 싶구요.
주말에는 아이 데리고 밖에 나가 같이 놀아주면서 행복을 느끼고 싶구요.
그런 평범한 삶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그려온 이상적이 제 삶의 모습입니다.
다만 그런 평범한 삶을 사는 게 만만치 않다는 건 저보다도
이미 가정을 꾸리신 82분들이 더 잘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요즘 들어 자의에 의해 혹은 타의에 의해서
제가 초식남이 되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렇게 됐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그들의 삶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 시작하네요.
휴우~~ 사는 게 참...녹록치 않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