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선 응급실에선 일단 나오셔서 입원중이세요. 전 아마도 추석즈음쯤 한국에 잠시 나갔다 올 것 같네요. 일단 한숨돌린 상태시라 하던 일을 좀 마무리 하고 가려구요.
craiglist라고 이것저것 팔고 사는 꽤 큰 온라인 시장인데요 미국 전국에 퍼져있는, 이곳에 올렸더니 바로 세 사람이 연락을 해 오더군요. 그런데 결론은 아무도 안 왔어요. 사람들이 왜 온다고 하고 아무 말 없이 안 오는지. 못 데려가도 좋은데 왜 못오겠다..이런 이야기는 있어야 하는데 참 특이한 사람들 많더군요. 한 남자는 1시간 후에 데리러 간다고, 출발 한다고 집 주소를 물어요. 그러더니 아무 연락없네요. 묻지도 않은 말을 너무 장황하게 하고..그러고 나니 좀 겁이나는거예요. 제 정보는 다 노출이 된 상태라서요. 집에 보안장치가 있어서 다행이긴해도 며칠 좀 무섭더군요.
그리고 이번주에, 지역신문에도 내고 다행이 3일 전 검은 암놈 새끼냥이를 데려갔어요. 오빠와 여동생이 왔는데 엄마도 고양이를 좋아하고, 집에 큰 고양이가 있지만, 어린고양이를 한 마리 더 데리고 있고 싶다고해요. 제가 이것저것 거의 한시간을 물었네요. 다음주 화요일에 새끼냥이들이랑 보미 추가 주사 맞추는 날인데 이날 병원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평생 주고 받을 연락처에 온 식구들 연락처를 받아놨구요. 가끔 사진보내주기로 했어요.
원래 턱시도 암놈을 데려가고 싶어했는데, 턱시도 냥이 '라'는 좀 많이 낯을 가려요. 아직 제게도 덥석덥석 안기거나 그러지 않거든요. 그리고 관찰결과 예민한듯하고 몸이 약해서 좀 과하게 먹었다 싶은 날은 설사와 또 어쩌다 하고 토하거든요. 이 녀석은 다른 녀석과 같이 쌍으로 보내고 싶다고 했더니, 검은색 암놈을 데려갔어요.
나머지 다른 녀석들은 얼마나 제 몸에 휘감기는지 귀찮을 정도예요. 피곤해서 풀어놓고 잠시 침대에 누우면 부지런히 쫒아와서, 마치 걸리버여행기에서 처럼 작은 녀석들이 제 몸 여기저기 매달리고 장난치고 머리카락 물어뜯고 그러다 제 몸에 기대서 다들 잠이들어요. 하는 짓들은 정말 너무 귀여운데 정이 들어서 큰일이네요.
이젠 이곳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그나마 나비가 밖에서 놀기에 좋은 날씨가 되었어요. 새끼들이 밖에서 노는 3-4시간은 나비는 밖에 나가있어야 하거든요. 휴일은 거의 6시간도 나가있어요. 새끼들이 거실로 이방저방으로 뛰어다니는 맛을 알아서 작은 방에 있으려고 하지 않거든요. 지치도록 뛰고 들어가야지만 그 안에서 조용히 잠을 자거나 놀아요. 이젠 안 올라가는 곳 없이 올라다니구요. 온 갖 참견을 다 해서, 뭘 앉아서 먹는다는 건 상상할수도 없어요. 어떻게나 달려드는지. 아직어려서 야단을 쳐도 통하지도 않구요. 그냥 내가 이녀석들 나와 놀땐 안 먹는수 밖에 없더라구요. 이 녀석들 뛰고 난 후엔 욕조에 수건 다 떨어져있고, 칫솔은 거실에서 뒹굴어서 어지간한 건 다 숨겨놔야해요.
그런데 개와 고양이 성장과정을 병원에서 그래프로 보니, 1년 이전엔 고양이 성장속도가 강아지 보다 빠르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이젠 kitten 이라고 광고내기 어려울 정도로 커 졌어요. 늘 보는데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거 같아요. 사진으로 보면 더욱 확연히 느끼구요. 이제 다섯마리 남았는데 한국가기 전 까지 새로운 주인이 좀 나타나야 하는데 말이죠.
얼마전 동물보호소 멤버이신 분에게 이멜을 보냈어요. 보호소 냥이들도 넘쳐나지만 어디 좋은 사람있으면 좀 말 좀 해 달라구요. 이 분 말씀은, 다들 건강하니 보호소로 데려와도 된다고 하면서 왜 안데려오냐고 하시기에, 입양 보내기 전 까지 좀 더 넓은 곳에서 잘 먹이고 싶어서 그런다고 했거든요. 제가 그곳 사정을 모르는것도 아니고 여러번 갈때마다 그 안에 갖혀서 지내는 특히 혈기왕성한 새끼냥이들 볼때마다 안됐다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좁은공간에서 이리저리 뛰고 싶어도 못뛰어서 화장실 배설물과 범벅이 되는 새끼냥이들이 허다해요. 그래서 갈 때마다 playroom이라고 이곳에 데려다가 30분이라도 좀 뛰어놀게 해주고 그랬어요. 그런 걸 봤던터라, 막바지에 몰리지 않고는 선뜻 동물보호소로 데려갈수가 없더군요.
보미는, 모든 고양이들이 그렇지만, 길냥이어서 더 그런지 하루 여러번 밖을 나가려고 해요. 다시 돌아온다는 걸 알지만 혹시 몰라 이 녀석은 꼭 목걸이를 채워주죠. 그런데 그제 밤 1시에 쓰레기 버리러 나갔는데 따라나오더니 다음날 아침에도 안 들어왔어요. 밤엔 집 안에서 자는데 어쩌다 밤새 안들어 올땐 아침에 문앞에 앉아있거든요. 그런데 낮에도 안 오고.. 걱정이 되는거예요. 이 녀석이 사라진건가..보통 길냥이들이 새끼들이 3개월 정도 되면 독립시키고 새끼들에게 그 구역을 물려주고 어디론가 떠난 다는 말을 많이 봐서요. 혹시 그런건 아닌가 싶은게 이대로 못보는거 아닌가..어젯 밤 길건너 가는 걸 보고 달려가 잡아놨어야 하는거였나..등등 하루 종일 생각이 복잡했죠. 다행이 오후 6시에 돌아와 문 열어달라고 냥냥거리는데 얼마나 반갑던지... 보미는 아직도 옛날에 자기가 살고 새끼 낳아키우던 집 지하에 머물다 오는듯 해요. 몸에서 낙엽썩는 듯 한 냄새가 휙끼쳐서 알죠. 왜 그러는걸까요. 먹을 것도 새끼들도 이곳에 있고, 꼭 제게 다시 찾아오면서도 자기 살던 저곳을 쉽게 못 떠나네요. 전 보미가 살던 곳으로 자꾸 갈때마다 뭐라 설명하기 힘든 묘한감정이 들어요. 조금 섭섭하기도 하고.
나비도 밖을 나가지만, 이녀석은 절대로 길을 건너가는 적이 없어요. 뒷마당을 주로 탐험하고 멀리가야 옆집과 옆옆집이거든요. 제가 이름을 부를 때 들리는 거리에 늘 있으니 안심이 돼죠. 언제든 뒷문열고 나비야..하고 부르면 안 보이는 곳에 있다가도 어디선가 냥냥 거리면서 달려오거든요. 특히 밤엔 뒷 문 쪽 전등이 뒷마당을 다 커버를 못하니 멀리는 캄캄해서 안보여요. 게다가 까만고양이라 더 안보이구요. 안 보여도 이름을 부르면 저 구석에서 놀다 말고 황급히 제게 와요.
이사오고 나비가 자꾸 밖에 나가고 싶어해서 제가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나가면 아무래도 사고 날 확률도 많아지니요. 붙들어 앉혀놓고, 너 자유를 누리고 좀 짧게 살고 싶으니 아니면 집 안에서 오래살고 싶니..이렇게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그러다 제가 반 포기를 하고 짧게 내 보내보고 관찰하니 절대 멀리가지 않기에 야금야금 내 보내줬죠. 개 처럼 묶어서 산책을 시키려고 끈도 사고 그랬는데 이건 거의 경기를 일으키는 수준이라 하지 못했구요. 그런데 이녀석이 개 처럼 산책을 잘 했어요. 제가 동네 한바퀴..돌면 개 처럼 절 따라왔거든요. 동네 한바퀴라야 크게 도는게 아니라 집 뒷마당으로 난 문을 따라 이웃 집 네채를 끼고 도는거죠. 그럼 그렇게 졸 졸 졸 잘 따라왔어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신기한지 차에서 쳐다보기도 했구요. 그러다 겁 많은 나비는 무서우면 자기가 아는 지름길로 먼저와서 절 기다리고 있곤 했죠.
마트에 좀 다녀온 후 오후에 너무 커진 이 녀석들 사진 올려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