껴안고 싶을만큼의 딱 좋은 온도의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은
참 쓸쓸해지네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영원히 싱글로의 삶을 외치던 서른 다섯이던 제가 근거없는 불안감에 휩싸여서
주변에 구걸하다시피 해서 소개팅 한건을 겨우 체결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외모는 아줌마 성격은 까칠에 자뻑 한건 이라도 지금 생각해보면 한 건이라도 어디냐 싶지요.
눈은 하늘 바로 밑에 구름 끝자락이라 나타난 남자는 정말 촌스럽기가 그지없는게
스스로 오늘은 지구멸망의 날이라고 칭할 지경이었죠. 디자이너라서 외향의 커버는 어느정도 기대를 했는데
석달에 한번씩 샤워하고 햇빛은 안 보고 지하스럽고 얼굴은 찐빵이고 저 남자랑 뽀뽀는 네버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서 슈스케같은 데서 개발을 해도 안될 원석 중의 원석!
그런데 더 최악은 나름 트렌드를 맞추느라 파스텔톤 하늘색 엄청 큰 자켓을 입고
스스로 매우 스타일리쉬한 줄 아는 센스!
그날 주선한 커플도 같이 있었으니
술이나 펑펑 마시자 싶었죠.
그날 죽자사자 술 마셨어요.
그리고 나서 몇 일 뒤 이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됐는데
그런 거 있잖아요. 외로운데 별 관심은 없고 그래 한번 나의 영혼을 깨워봐 하는 그런 생각.
만나자니 제가 아는 와인바에 갔지요. 마당에서 스택그 립의 페이를 마셨는데
딱 오늘의 날씨였어요. 낮에 뜨거웠다가 바람이 불어주는
정말 하늘이 공기가 마법을 부리듯 사람을 무아지경에 빠지게 하는 행복감에 들어서
두달 후 우리는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그 와인셀러 얘기만 나와도 기겁을 하고 독약이라고 난리네요.
그런데 날씨는 최고인데 우리는 대화를 안하네요. 말은 하지만 서로의 말이 서로에게 소음이 되었어요.
싸우지 않기위해 더 심한 말로 상처주지 않기 위해 피하기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