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 당시 직장을 다녔는데 청담동 있던 패션회사.
졸업 후 바로 취직했는데 당시에 미니멀한 정장을 약간 여유있게 입고
페라가모 바라 구두나 카르멘 정도 신고
올리비에 큐빅 핀 단정한 단발 옆에 꽂아주면
그냥 청담동 며느리 룩 완성이었지요.
입사동기 중에 신민아 닮은 애가 있었는데
그 스타일이 너무 잘 어울렸어요.
좀 지나니 거짓말 좀 보태면 출퇴근길에 죄다 그러고들 다님.
너도나도 나이를 알 수 없도록 비슷하게 그렇게들 하고 다녔어요,
지금 없어진 압구정 스타벅스 갔더니 누가 봐도 스무살 정도 되는 어린 애도
그런 스타일, 그 엄마도 비슷한 스타일.
당시 유행 아이템은 25센티 스피디, 또다른 루이 숄더백 통통하고 작은거,
원통형 에트로 가방, 에르메스나 페라가모 로퍼, 무늬없는 트윈세트.
프라다 나일론 배낭이나 불가리 백 작은 것도 있었고.
샤넬은 당시에도 좀 비쌌지만 유행이 아니라 갖고다니는 사람이 적었어요.
그 옷 들 중 몇 벌은 지금도 가지고 있는데
원단은 좋지만 너무 유행이 지나서 핏이 촌스러워 입을 수가 없더군요.
당시에 명품이라고 샀던 가방들도 지금은 넣어두고 들지 않구요.
10년이 넘었지만 가끔 드는 건 스피디 30하나에요.
말하자면 옷을 평가하는 게 일이라서
옷을 보면 대강 견적?이 나오는 편인데
지금은 그 동네 떠났지만 그래도 옷을 보는 재미는 여전히 누리고 살아요.
가끔 예쁘게 잘 입은 사람들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요.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옷 많이 사입을 그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