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대하역사소설-
조정래 씨의 <아리랑> 큰 기대를 품고 읽기 시작했는데,
일제강점기를 세밀히 묘사한 건 좋지만
작품성은 크게 못 느끼겠고....
조정래 씨의 취지는 적극 찬성합니다.
유대인 6백만을 죽인 나찌에 대한 고발은 온갖 소설, 영화, 드라마로 제작되어
전세계에 알려지는데, 조선인 몇 백만을 죽이고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 을 학살한
일본 만행은 너무나 세계에 알려져 있지 않다고...
우리도 쉽게 잊고 있다고.... -이 취지는 열렬히 찬성하는 바이나,
무엇보다 신경 거슬리는 것은-
여성들에 대한 묘사네요.
남성작가들의 소설을 읽다 보면, 여성작가들과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하는 저급한 표현들이 많더군요.
조정래 작가도 예외 아니더군요. 저급한 묘사들이 눈에 거슬릴 뿐 아니라
5권까지 읽었는데
여성 캐릭터가 맘에 드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네요.
얼굴이 아름다운 보름이와 수국이는 이 놈 저 놈한테 강간당하고
(이것은 일제하의 여성들의 수난이니까 그렇다 치고-그 장면 디테일묘사도 참 싫네요
그렇게까지 자세히 할 필요가 있나 싶고)
남편 성불구된 삼천댁이란 여자는 머슴 한씨에게 강제로 끌려가 강간당하다
감정을 느끼고 그를 따라나선다....?
독립운동하는 승려 공허는 다른 남자 좋아하는 맘 품고 있는 홍씨라는 여자를 강제로 범하는데
- 이 여자는 그 과정에서 공허를 좋아하게 되고....
아직까지 서로 사랑해서 좋아서 맺어지는 장면은 기혼 부부 말고는 나오질 않네요.
참, 거시기합니다!
남자들이 범해도 여자들은 그를 좋아하면서 서로 애인이나 부부 사이가 된다...?
아무리 그 시대지만, 이런 묘사는 참 거슬립니다.
하와이에서 말녀라는 여자가 좀 나댄다고 남편은 개 패듯 두들겨 패고....
말녀라는 여자를 아주 악녀로 묘사해 놨네요.
남성작가들의 여성관에 대한 실망이랄까요...
5권 넘어가면 좀 맘에 드는 여성 캐릭터 나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