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어요. 저포함 여자 세명과 남자 한명..
이렇게 넷은 잘 어울리면서 정말 친하게 지냈죠. 그 남자가 여자 셋 중 누군가에게 마음이 있다거나 그런 낌새는 못느꼈고(혹은 숨겼을지도) 여자 셋도 그 남자를 친한 친구로만 생각을 해서 관계가 유지가 되었죠.
그러다 남자는 외국으로 일을 하러 떠났고, 몇년간 한국에 들어오지 못할지도 모르고요.
올 여름 유럽 여행 휴가를 계획하던 저는 마침 그 친구가 있는 나라로 지역을 급 변경하여 그 친구를 만나기로 했어요.
순수한 친구로 생각을 했고, 그냥 동생으로 생각을 했죠. 편하게..
서른 넘어서 이런 생각을 한게 바보같다는걸 이제야 깨달았네요.
한국에 있을때 친하게 지냈지만 한번도 저를 여자로 본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선을 긋는다고 생각을 했기에 안심을 하고 갔어요. 타지에서 만나니 반가웠고, 그 친구가 예약을 했던 숙소에 같이 묵었어요. 그 친구가 주말을 이용해 제가 도착한 나라로 찾아왔어요. 그렇게 2박 3일의 주말을 함께 보내고, 즐겁게 여행을 하고 그 친구는 출근을 해야해서 자기 나라로 돌아갔어요. 저는 3-4일 혼자 여행하다가 한국 가기 직전에 그 친구가 있는 나라를 가기로 했구요.
문제는 2박 3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온전히 붙어있다보니 많이 친해졌고, 처음에 같이 지내는것에 대해 약간의 어색함을 느꼈는데 그것도 외국이라는 분위기에 뭍혀서 주말이 끝날쯤에는 많이 편해졌어요. 정이 든걸지도 모르구요.
그 친구와 제가 기차역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3일 후 다시 그 친구가 있는 부다페스트에서 만나기로 하면서 헤어졌어요.
저 혼자 비엔나에 남겨져서 여행을 하는데 너무너무 허전하고, 외롭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봐도 좋은줄 먹어도 맛있는줄 모르겠고, 하루 빨리 부다페스트로 가서 그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들더라구요.
저 오기 전엔 부다페스트 볼거 없다고 한국가기 전 하루이틀 지내다 가라고 했던 그 친구도, 저 비엔나에 있는 동안엔 제가 무얼 하는지 수시로 연락하고, 심심하면 부다페스트로 빨리 넘어오라구 하더군요.
그렇게 약간은 그리운 마음을 가지고 부다페스트로 가서 만났습니다. 늦은밤 만나서 그 친구 집으로 가는 길... 뭔가 서로 어색한 기운이 흘렀어요. 그렇게 다시 만난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스킨쉽을 하게 되었고, 깊은 관계를 가지게 되었어요. 그 이후 제가 있던 4일동안 온전히 연인처럼 지냈고, 함께 있는 그 시간을 아쉬워하면서 함께 했어요.
저를 위하여 부다페스트의 최고급 식당에서 저녁을 사 주고, 평소에 틱틱거리며 장난을 치던 모습은 없었죠.
제가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 밤 은근슬쩍 제가 떠나는걸 아쉽다고 표현을 했지만 한명은 남아야하고, 한명은 떠나야하는 제약 속에서 별다른 말은 못하고 아쉬운 마음만 남긴채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겠다. 추억으로 간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공항으로 배웅을 하는 길에 떠나는 기분이 어떤지 묻는 정도, 보내기 아쉽다... 가기 싫다... 정도의 마음만 표현한채 약간의 눈물만 보인채 저는 비행기를 탔어요..
돌아온지 삼일째... 보고 싶은 마음과 아무것도 할수 없는 이 상황에 눈물만 흘러요... 나를 어루만져주던 손길.. 함께 바라보면 아름다운 야경이 생각나고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슬퍼져요..
열흘 가까이 함께 하다 떨어져서 허전한 걸까요? 아니면 깊은 스킨쉽을 하게 되서 그런걸까요? 그 친구가 유럽으로 가게 되어 떨어져있던 두달 동안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전 왜그럴까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 전처럼 카톡하고 전화하면서 다시 전처럼 지낼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뭐라고 그 친구 연락을 기다리고 함께 했던 시간을 그리워하면서 눈물을 흘리는지 모르겠어요.ㅠㅠ
평소 그런 표현 한번도 안하던 그 친구도 같이 있다가 떨어져서 그런가 허전하다는 말을 내뱉더라구요.
친구로서 지내다 스킨쉽을 하게 되고 친구 이상의 사이가 되어 버렸는데.. 앞으로 함께 하자는 말은 서로 하지 않았어요.
저는 제 마음을 확인해보고 싶어요. 정말 좋아하게 된건지? 아니면 외국에서 들뜬 마음에 마음이 풀어져서 그런건지.. 지금 이 마음은 사랑인건지? 아니면 스킨쉽을 했기 때문에 생각이 나는건지...
그렇지만 할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이렇게 흘러가는대로 두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무뎌지게 내버려두는게 맞는걸까요?
평소 철두철미하게 선을 긋던 그 친구도... 앞으로 보기 힘들걸 알기에 그리고 혼자 외국에서 외로운 마음에 저에게 다가온 건지.... 그리고 외로웠던 시기에 함께 시간을 보내주던 사람이 가서 허전한걸까..아니면 육체적인 관계를 갖었던 것들이 생각나서 허전하다는 걸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어요.
평소처럼 연락은 하고 있고요. 둘 말고도 다른 친한 여자하고도 넷이 연락은 잘 해요. 평소와 달라진건 없이..
이대로 그냥 두는게 순리일까요... 이대로 둔다면 평소 그랬듯이 다시 친한 친구로 돌아갈수 있을까요...
아무렇지 않아보이는 그 친구에게도 섭섭한데.. 남자들은 깊은 관계를 갖고도 금방 잊을 수 있는건가요..
저만 이렇게 자꾸 생각이 나는건지...... 조언해주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