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에 자존감 2편 보고 제가 어떻게 살아왔나 되돌아 보게 되는군요.
유학하고 결혼하고 일하고 애낳고 세월지나보니 나도 이제는 아줌마 인게 참 충격이더라구요. 전혀 느낄기회가 없다가 20대외국애들이랑 얘기하다보면 내가 세대가 틀린게 느껴지고 젊어지고싶은 맘도 없는게 더 황당했어요.
언젠가 혼자 애들 데리고 수영장에 갔거든요.
저는 외국살면서 애들한테 저랑은 꼭 한국말로 대화해야한다고 가르쳤는데요. 수영장에서 작은애 데리고 쉬고있는데 큰애가 큰수영장에서 놀다가 울면서 뛰어오더라구요. 한국말로 어떤 아저씨가 자기 미끄럼틀에서 빨리 가라고 등을 쳤다는데 그게 그렇게 충격이었는지 꺽꺽대면서 한국말을 하더라구요. 당연한거지만 주위 그나라사람들 아무도 못알아듣고 저만 황당해서 누구냐 무슨상황이냐 물어봤는데 주위에 반응이 다 듣고있으면서 시큰둥하길래 어... 하다가 아... 한국말.
조금은 억울한 상황이었네요. 보통 어린애들 이런일 있으면 자기일처럼 챙겨주는 게 당연한 이곳 (유럽) 인데 못알아들으니 반응이 없죠. 그렇다고 이나라말로 다시 얘기하라고 애한테 부탁해도 누구였는지 그 큰 수영장에서 찾아서 따지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해도 상황이 썩 바뀌지는 않을거고.
그래서 애한테 그런사람있으면 있는자리에서 울고 화내라고 했어요.
그럼 주위사람이 상황보고 그 어른을 혼내던지 애를 달래던지 할테니까.
삼천포로 흘러갔지만 그래도 여기 외국살면서 2세 한국어문제로 고민하시는분 많으실거 같아서 혹시나 공감하실까 적어봐요.
이런저런 상황이 2개국어 쓰는 애들한테는 생기겠지만,
한국가서 한국말 못알아듣고 힘들어하는거보다는 이런거 겪어가면서 양쪽언어 연마하는데 길게보면 애들한테도 좋겠지요?
주위에 한국사람있는 환경이 아니니 저랑 한국말 쓰도록 유지하기가 힘드네요.
저도모르게 애들이 이쪽말쓰는거 듣고도 숙지못하기도 하고요.
나이가 드니 반응이 느리네요. ㅎㅎ
그냥 간만에 끄적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