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 속에 열이 들끓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눈물이왈칵 조회수 : 2,151
작성일 : 2012-08-31 22:06:07

괜찮은 줄 알았어요.

원래 제가 쓸데없는 눈물이 과하게 많은 사람인데

근 한달간 눈물도 고이지 않아서 내가 변했구나, 독해졌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네요.

 

가정이 있습니다.

예쁜 두 아이도 있어요.

한 때는 사랑했기에, 사랑이라고 생각했기에 결혼을 해서 남편도 있죠.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누가 봐도 그저 그런 평범한 주부에요.

 

하지만 남편과는 담을 쌓았죠.

처음엔 남편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남편이 너무 미웠지만

시간이 이렇게 흐르고 보니 이젠 누구 잘못인지, 뭐가 잘못이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묵묵히 담을 지키고만 있어요.

 

남편은 정확히 밤 10시 25분에 귀가를 해요.

이렇게 서재에 앉아서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째깍째깍 시계가 가고 10시 25분이 다가오면 제 심박이 빨라져요.

남편이 오기 전에 이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그 사람이 들어오는 순간에 저는 그냥 정지된 채로 있고 싶으니까요.

 

집이라도 넓으면 각자의 공간에 숨죽이고 있겠지만 방 세개짜리 작은 아파트엔 몸을 숨길 곳이 없네요.

내 눈에 남편이 보이지 않는 곳, 남편의 눈에 내가 보이지 않을 곳은 컴컴한 거실 소파 뿐이에요.

남편도 저도 서로 부딪히고 싶지 않고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고 엮이기가 싫어서

최대한의 노력을 하며 이렇게 피하고 지내지요.

 

한 집에서 이렇게 서로 없는 사람 취급을 하며 지내는 것, 불편해요.

불편한데 그게 또 그냥 편해요. 이상한 말이지요..

 

낮에는 열심히 살아요.

아이들과 재밌게 놀아주기도 하고 맛있게 밥을 지어 배불리 먹이기도 해요.

아이들을 깨끗이 씻기고 토닥여 재우고 아이들이 잠들면 집안을 정리하고 저를 정리하고.

그리고 제 시간을 가지다가 남편이 돌아오는 10시 25분이 되면 이제는 없는 사람처럼 지낼 준비를 하지요.

 

이렇게 지낸지 이제 한달이 되어가요.

남편도 저도 서로 어디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보려는 의지가 없어서,

앞으로 또 몇달을 이렇게 지내게 될지, 어쩌면 몇년을 이렇게 지내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제가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이 상황이 힘들거나 우울한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견딜만 하다고, 집에 아이들이 있어서 제가 할 일은 끊임없이 있으니 괜찮다구요.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제 속에서 뭔가 자꾸 끓어넘치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음속에 불이나서 뭘로든지 진정시키고 싶어 소주를 물에 타서 한모금 마셨는데,

그것도 술이라고 알콜 기운이 속으로 확 퍼지니 갑자기 이렇게 눈물이 쏟아지네요.

 

하지만 이제 곧 눈물을 닦고 아무일도 없는 듯 멍하니 티비 앞에 앉아 잠이 오기를 기다릴거에요.

그래서 오늘 밤도 이렇게 지나가고 내일 하루도 또 시작되고 저는, 저와 남편은 서로 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지내겠죠.

 

IP : 121.147.xxx.22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8.31 10:09 PM (124.199.xxx.189)

    이렇게 된 사건의 발단이 있겠죠??
    찾으세요..
    그리고 물고를 트셔야지요..
    사과를 하시든. 사과를 받으시든..싸우든 화해를 하든..
    언제까지 이렇게 답답하게 살 수는 없으니...

  • 2. 지쳐서요..
    '12.8.31 10:16 PM (121.147.xxx.224)

    자주는 아니지만 매번 비슷한 일로 비슷한 결과가 생기고
    그럴 때 마다 이렇게 담을 쌓다가 치열하게 싸워서 부수고 ..
    그 모든 과정에 지쳐서요.. 잘 풀어도 다음에 또 이럴거라는 의심이 먼저 들어서요..
    왜 매번 내가 이해하고 내가 받아들이고 내가 용서해야 하는가.. 그것도 지쳐서요..
    그냥 답답한게 죽을듯이 괴로운거 보다 나아서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 3. 망치
    '12.8.31 10:17 PM (175.119.xxx.188)

    어쩌면,,저와 너무 같은 상황이네요
    퇴근시간도 같고,,,
    낮에는 직장도 다니고 그럭저럭 지내요
    이혼ㄴ을 할 용기도 없고
    같이 잘 살자니 그렇고 참 내인생 어쩌려는지
    전 이상황이 오래되었어요
    가끔씩 뭉클뭉클 합니다
    내인생이 너무 불쌍해서
    그냥 자다가 갑자기 아프지말고 병들지말고
    제발 조용히 가는 겁니다 한방에,,
    너무 슬퍼요,,,

  • 4. ...
    '12.8.31 10:27 PM (211.178.xxx.67)

    아우..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러지 마세요..괜찮은거 같지만 상처는 점점 더 깊어져요
    그게 홧병이 되는거예요..
    아무렇치 안은척 자신에게 감정을 숨기지 마세요..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사람은 안바뀐다는 말이잖아요
    사람은 안바뀌어요..손해본다는 생각마시구요..상대도 나때문에 힘들수 있다고 아주 조금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조금 편해져요..안타까워요..

  • 5. ㅜㅜ
    '12.8.31 10:32 PM (221.141.xxx.17)

    풀어야하느니라...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9568 솔직히 말해서 물리적거세 해야되는거 아닌가요? 5 -- 2012/09/07 1,040
149567 요며칠 마음이 선들하니 그러네요.. 4 마흔하나 2012/09/07 1,272
149566 일본 도깨비여행 가보신분!! 7 여행에 꽂히.. 2012/09/07 1,909
149565 맛집-종합운동장역 부근 4 파랑주의보 2012/09/07 1,729
149564 나사풀린 사회분위기 잡아주었으면 10 사형집행 2012/09/07 1,352
149563 동네 산책하다 만난 아기 엄마가 집으로 초대했는데 6 하아 2012/09/07 4,236
149562 불교제단에서 오줌싼 목사, 성당서는 마리아상에 오줌,똥 쌌네요 .. 5 호박덩쿨 2012/09/07 1,871
149561 고등학교 때 왕따 아이 5 친구 2012/09/07 1,777
149560 정기적금 한달에 500만원씩 은행에 넣고 30 ... 2012/09/07 13,531
149559 나루뷔페 가보신분!!! 김포공항 2012/09/07 757
149558 건강방에 아토피 비염 나았다는 글.. 11 음.. 2012/09/07 2,370
149557 김연아가 욕먹을 이유가 있을까요? 40 ㄷㄱㄹㄹ 2012/09/07 3,414
149556 무비24예매 어떻게 하나요? 영화 2012/09/07 652
149555 유치원축구팀 이름좀 지어주세요 5 부탁해요 2012/09/07 1,607
149554 여름 롱티가 많은데 가디건 고민 1 .... 2012/09/07 1,480
149553 시작합니다. 1 막춤다이어트.. 2012/09/07 709
149552 이 사람 무슨 생각일까요.. 5 -_- 2012/09/07 1,679
149551 3천만원 목돈이 생겼는데 정기예금 이율높은데 어딘가요..? 3 저금 2012/09/07 3,214
149550 저번 나가수 이후로 조장혁 목소리에 꽂혔어요...ㅠ.ㅠ .. 2012/09/07 908
149549 볼터치 어떤게 화사한가요? 4 볼터치 2012/09/07 1,957
149548 히트레시피의 "닭매운찜" 해보셨나요? 14 123 2012/09/07 5,301
149547 항암 치료 마치시고, 뒷머리쪽이 듬성듬성 자라시는데, 좋은 샴푸.. 2 친정엄마 2012/09/07 2,090
149546 이런 관계 어떻게 될까요? 3 답답이 2012/09/07 1,296
149545 휴가내고 아기보고 있는데 전업의 욕구(?)가 솟구치네요 9 실미도 2012/09/07 2,433
149544 수학과가 센 이유? 13 수시맘 2012/09/07 3,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