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지 이제 3년 정도 됐어요.
아빠는 경상도 대구 분이셨는데 말씀은 많지 않으셔도 인상이 좋고(우리 아빠라서가 아니라 정말) 조용하신 편이어서
뭐랄까요? 그냥 무뚝뚝하게 보일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요. 저희 집은 엄마아빠가 별로 싸우지도 않았어요.
아빠가 조용조용하시고 엄마 말을 잘 들어주시는 편이라서요. 그래도 자식들한테 특별히 애정표현을 하진 않는데
저에게만은 조금 그런 마음을 자기도 모르게 보여주시곤 했어요. 제가 막내여서 그랬겠지만요.
엄마가 갈치를 구워서 주면 아빠가 항상 가시를 다 발라서 제 밥공기 위에 올려주셨어요.
항상 우물우물 밥 먹고 또 먹으려고 밥공기 보면 노릿하게 구워진 갈치 살이 항상 올라가 있었고
계란말이를 해도 제가 좀 늦게 먹어서 밥상 위 계란말이가 없어진다 싶으면 꼭 밥공기 위에 올려놓아주셨어요
근데 그게 언제 올라왔는지도 모르겠어요. 딴데 정신팔려있다가 밥공기 보면 있어요. 가운데 토막으로요.
그래도 그때는 그게 특별한지도 모르고 아빠가 또 줬구나 하면서 홀딱 먹어버리곤 했었네요.
복숭아도 제일 좋은 거는 아빠가 깎아서 저 줬고요.
그러다보니 저도 학교에서 맛있는 간식 받으면 조금 남겨와서 아빠 주는게 습관이 됐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건 샌드위치였나? 진짜 맛있더라고요. 근데 그걸 1/4 정도 남겨와서 아빠를 드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먹던 거 1/4에 제 잇자국이 나 있는 걸 뭐 그리 중히 챙겨서(사실 먹고싶은 거 꾹 참고 드렸죠)
드렸나 싶기도 하지만요. 껌이나 사탕은 부지기수로 갖다 드렸죠.
아빠는 항상 저녁에 10시가 넘어서 퇴근을 했는데 엄마는 꼭 시원한 마실거리하고 과일을 준비해서 드렸는데
그것도 제가 먹고 싶어하는 거 알고 반드시 과일 한두 조각은 남겨놨어요.
그럼 제가 얼른 가서 접시 치우면서 또 먹고 ㅋㅋㅋ
오늘따라 아빠가 많이 보고 싶네요. 저 결혼하고 1년 후 돌아가셨는데 맛있는 것도 더 사드리고
같이 놀러도 다닐 걸 싶어요. 그래도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뒤에는 또 영원의 세상에서 헤어지지 않고
뵐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