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주구장창 애만 키우다 막내 유치원 보내고 나니,
맥이 풀린 건지 아이들 키우면서도 안자던 낮잠을 두 세시간 씩 자고 있어요.
둘째 키울 때 까지는 이집 저집 오가기도 하고 맛난 것도 나눠 먹고
밖으로 부르면 나가서 놀기도 하고 모임도 했어요.
그런데 셋째를 낳고 나서는 제 스스로 에너지도 딸리고
얘들 숫자 바란스도 안맞고, 82 보니 애셋 엄마 이래 저래 민폐인 듯하여
애데리고 오라는 모임에도 안나갔어요.
그리고 우리집 애들도 셋이나 되니 누가 오는 것도 안 반겨지더군요.
점점 부르는 사람도 없어지고 오겠다는 사람도 없어지고...
올 초 막내 유치원 보내고 수영 강습하고 어쩌니 하다가
갑지기 운동도 피곤하기만 하고 그냥 집에서
책 몇권 읽으며 82로 오전을 다 보내네요.
오늘은 너무 심심해서 누군가를 만날까 부를까 하다가
이사람은 내가 모든 비용을 대야해서 꺼려지고,
저사람은 적당한 시간에 헤어질 줄 몰라서 꺼려지고,
다른이는 재밌기는 한데 항상 뒤 끝이 찜찜하고,
내 맘에 쏙드는 이가 없네요.
나이 먹으면서 더 까다로워지고 불편한 관계 피하고 손해보기 싫어 계산하다 보니
정말 내 곁엔 같이 사는 가족 만 남겠어요.
가족이면 된다지만, 저는 그런 삶을 바라지는 않아요.
이제 다시 친구와 이웃과 잘지내고 싶은데 될까요?
10에 8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고 행복한데 이 조용한 삶을 포기할 수 있을까요?
조금씩 포기하고 좋은 사람들과 아니 저 처럼 조금은 이기적이고 부족하지만
친구이고 이웃인 이들과 소통하며 지내야 겠어요.
가족밖에 없는 엄마도 아이들에게는 좀 부담스러워 질 수도 있겠구요,
제 가슴 깊은 곳이 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