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한마리 기르고 있고 오년전 잠시 기르던 강아지가 어려서 죽었지만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생각처럼 패닉이 되고 카오스가 되고 그러지 않던데요..
사고사 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이라면 당연히 그렇겠지만
아픔에 괴로워 하는 아이가 차라리 빨리 그 고통이 끝났으면 좋겠고(그 끝나는 방법이 죽음이 아니라면 더 좋겠지만요)
파보로 장 내벽이 녹아 나오는 설사를 겪는 한줌만한 강아지에게 생명(=고통)을 연장하는
링거줄을 내손으로 뽑아버리고 아이품에 안겨 죽어가는 한시간여동안
점점 편안해져 가는(=죽어가는) 강아지의 표정을 보며 우리 가족들의 마음도 이상하리만치 편안해져 갔습니다.
도리어,그 이전의 몇날 몇시간은 정말 정신이 없었던 게,통증이 한번 지나갈 때마다 털 덮인 그 작은 강아지 얼굴에도 쓰나미 같은 아픈 표정이 나타납니다. 그때는 보는 이의 가슴에도 작은 바늘 하나는 꽂는 것 같이 아프고 놀랍고 걱정스럽고 정신이 아뜩해지고 눈물이 활칵 솟아요.
끝내 평화로운 얼굴로 잠든 강아지를 보니 고통스러워 하는 걸 보며 이걸 어째 하며 흐르던 눈물도 어느덧 마르고
어쩌면 아픔에서 벗어난 걸 축하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고등학생이던 딸아이들이 번갈아 강아지를 안고
눈물 마른 벌건 눈으로(베스트 글의 그녀 얼굴과 비슷한 표정입니다) 엷은 미소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당연히 우리와 더 오래 함께 있을 줄 알고 그동안 찍어주지 못했던 사진 늦었지만 남기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옛날 어느 안방마님은 벼슬 받은 (아 그놈의 낙점을 무르와..ㅠ.ㅠ) 집안 아저씨가 선물한 바늘 하나를 부러뜨려 먹고 눈물 젖은 조침문을 남겨 수백년이 흐른 한글전용시대에 수십만 학생들을 괴롭히셨는데
내가 사랑하던 강아지의 탄생을 기념하듯이 죽음의 순간을 함께 하고 남긴 게 무슨 잘못이라고
오만 욕을 먹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안 좋은 거,안 이쁜 걸 사진 찍는 데에 반감이 큰 것 같아요.
안 좋고 안 이쁜 것도 내 물건 내 가족 내 일인데 말이죠..
그 댓글 중에, 뭐라도 덮고 찍던가..하는 글도 있던데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아직 안 죽은 것 같다는 글이 있을 정도의 살아있는 듯 따뜻한 아이일 겁니다. 기르던 그녀의 눈에는 입이라도 맞추고 싶을 정도의 사랑스럽고 아까운 애견인 거죠.
죽은 강아지 얼굴에 흰천 덮고 사진 찍었으면 그땐 보기 좋다고 했을까요?
뭐가 엽기라는 건지 아무리 봐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