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친정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사드린 얇은 바람막이 점퍼를 어디 가면 살 수 있냐고 물으시더군요
제가 백화점에 갔다가 골프대전을 하길래 색깔도 이쁘고 얇은 점퍼가 필요하실거 같아서
하나 사드렸거든요
이미 이월된 상품이고 제가 살 때도 딱 하나 남은거였어요
그래서 이젠 못구할거라고 했지요
알았다고 나중에 전화한다고 하시더군요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버지 친구들끼리 가끔 식사를 하시는데 그 점퍼를 입고 나가셨더니
친구분들이 이쁘다고 벗어보라고 하시더니 당신들도 부인한테 사다달라고 하겠다며 상표를 적어가셨다는군요
친구분들 골프 치시고 경제력 좋으셔서 더 고가의 브랜드를 입을텐데 딸이 골라드렸다는 말에 이뻐보이고 좋아보여
부러우셨나봐요
저희 아버지 올해 일흔 다섯이시거든요
남자들이 나이 들면 여성스러워진다더니 그 광경을 떠올리니 웃음이 나더군요
한 분은 자식이 없으시니 그런 재미는 못느껴보신 분이시고 다른 분들도 딸은 없으세요
저는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저희 남편이 친구들 만나고 오면 누구 부인은 제왕절개했고 누구 부인은 산후조리를
어디서 했고 누구 부인은 모유를 먹인다는둥 그런 이야기를 하길래 너무 웃겼는데 나이 들면 저희 아버지 친구들
같아질까요?
아버지 친구분들도 젊으실 때는 일밖에 모르시고 그러시던 분들이었거든요
제 친구가 맨날 저한테 너는 여자형제도 없는데 딸도 없어서 어쩌냐고 하더니 저희 남편은 그런 소소한 재미는
못느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