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올케와 며느리, 그리고 도련님, 아가씨의 호칭

제대로 조회수 : 2,617
작성일 : 2012-08-09 16:38:17
보도기관서울신문보도일2007-01-08

¶올케와 며느리, 그리고 도련님, 아가씨의 호칭^

한국여성민우회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여성비하 호칭을 바꾸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가족 관계에서 쓰이는 여러 호칭 속에 불평등하고 가부장적인 문화가 숨어 있다는 주장이다.


민우회는 이미 말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온전하지 못한 의미를 주는 ‘편부모’ 대신 ‘한부모’로 바꿔 쓰자고 제안하여 부모가 다 있지 않은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일도 했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번 여성비하 호칭 바꾸기는 잘못된 부분이 너무 많다.

우선 올케, 며느리, 아가씨, 도련님, 형님 등의 어휘 선정 문제이다.

잘못된 주장이나 가설을 그대로 믿고 맹종하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셈이 된다. 특히 어원은 객관적이고 문헌의 고증이 되어야 믿을 수 있는 학설이 되는 것이다. 호사가나 전문가가 아닌 재야 필자들이 억측으로 내놓는 수많은 주장을 가려 쓸 줄 알아야 한다.

민우회에서 ‘올케’의 어원은 ‘오라비의 겨집’에서 유래한 비칭으로 ‘오라비의 계집’이 되었다는 것이다. 원래 올케의 어원은 ‘두시언해’ 등에 나타나는 오라비(오빠)에 겨집(아내)이 합쳐져서 ‘오랍겨집’이 되었고, 그것이 축약되어 ‘올케(올겨집)’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올케는 ‘오빠의 아내’를 지칭하는 보통의 말이며 ‘겨집´ 또한 여성을 비하하는 뜻이 전혀 아니다.

옛날에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을 ‘겨집’이라고 지칭했다. 이것이 의미변화를 일으켜서 ‘계집’이 되었다.‘마누라’라는 말도 옛날에는 임금이나 상전에게 붙이던 아주 높임말이었는데 점점 변하여 지금은 아내를 낮춰 부르는 말이 된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며느리’는 기생한다는 뜻의 ‘며늘’과 ‘아이’가 합쳐진 말로 ‘내 아들에 딸려 더부살이로 기생하는 존재’라는 의미이니 철저한 남존여비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했다. 며느리는 며늘/미늘/마늘+아이의 구조에서 어원을 주장하는 이가 천소영이다.

그러나 며늘/미늘/마늘이 기생한다는 의미를 가진다는 옛 기록이 없다.‘며느리’의 ‘리’를 ‘아이’로 해석하는 것도 근거가 없는 틀린 해석이다. 그리고 며느리를 메(진지, 밥)+나르(다)+이로 분석한 이가 백문식이다. 그는 며느리를 제사 때 음식(제삿밥+메) 나르는 사람으로 보았지만 이것도 아무런 증거 자료가 없다. 틀린 어원설을 가지고 여성비칭을 설명하려 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문헌자료인 ‘왜어류해’에는 ‘며 리’가 보이고,‘훈몽자회’에는 ‘며느리’가 보이며,‘가곡원류’에는 ‘며 ’이 보이고,‘청구영언’에는 ‘며늘아기’가 보인다. 이들 자료에서는 여성 비하호칭이라는 근거가 전혀 없다.

민우회는 또 결혼한 여자가 남편의 여동생이나 남동생을 부를 때 사용하는 ‘아가씨’와 ‘도련님’을 문제삼고 있다. 과거에 종이 상전을 높여 부르던 극존칭으로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극존칭에 문제는 있지만 현재는 극존칭을 거의 쓰지 않으며 여기에 여성 비하의 의미는 없다.

여기에서 우리는 호칭어와 지칭어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가령 자기 아내를 부를 때 ‘여보’라고 하면 호칭어가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기 아내를 ‘내 집사람’이라고 말하면 지칭어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호칭어에서 역사성을 알아야 이해할 수가 있다. 서양은 수렵사회이고 수평사회이며 부부중심사회로 직접호칭이 발달하였다.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이며 수직사회이고 부모자녀 중심사회로 간접호칭이 발달하였다. 서양은 대통령이나 아버지에게도 ‘너(you)’라고 부를 수 있고,‘부시’라고 직접 이름을 부를 수도 있지만, 우리는 대통령이나 아버지 이름을 직접 부를 수도 없고 ‘너’라고 직접 호칭했다가는 난리가 나는 것이다.

최기호 상명대 국어교육과 교수·한글학회 이사

 

IP : 121.162.xxx.11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8.9 4:40 PM (211.253.xxx.235)

    민우회가 저번에 식당 서빙하는 종업원들 '차림사'라고 불러달라고 했던 데 아니예요?
    식당에서 '차림사'가 뭐냐고 되묻던데.
    일단 하나부터 좀 널리 퍼트리고 그 다음꺼 하지.

  • 2.
    '12.8.9 6:06 PM (87.152.xxx.158)

    그냥 @@씨 하면 안 되나요?;; 굳이 도련님 올케라고 부르는 건 어색어색. 울남편을 @서방이라고 부르는 것도 저항감이 있다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37517 여주아울렛에 페라가모 가방 싼 편인가요? 1 가방 2012/08/09 10,085
137516 30중후반 미혼 분들..부모님도 이러세요? 16 .. 2012/08/09 3,389
137515 올케와 며느리, 그리고 도련님, 아가씨의 호칭 2 제대로 2012/08/09 2,617
137514 '선식' 가게 많은 곳 국제시장인가요? 2 나무 2012/08/09 1,645
137513 결혼기념일에 감동받을 좋은 글 좀 알려주세요! 좋은글 2012/08/09 7,057
137512 짐 네이버 실시간1위가 우유주사.. 4 어이구 2012/08/09 2,898
137511 주말에 비 안온다고 하네요 3 이럴수가 2012/08/09 2,167
137510 아이 스트레스 대처 능력, 양육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2 샬랄라 2012/08/09 1,415
137509 전주여행 갔다왔어요 6 당일로 2012/08/09 2,262
137508 5년전에 친구가 해준 얘긴데 결혼 2012/08/09 1,469
137507 고졸출신 남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2 아이 2012/08/09 3,434
137506 남편 하루 술값이 68만원 나왔는데 이거 혹시.. 13 혹시 2012/08/09 3,626
137505 이름잘짓는곳좀 알려주세요 서울에 1 이름 2012/08/09 1,348
137504 요즘 영화 볼만한게 뭐있나요?? 딸맘 2012/08/09 614
137503 이 정도 남자면 결혼정보회사 vip 되나요? 8 .. 2012/08/09 4,440
137502 날씨에 따라 오락가락 나의 마음은 갈대 이눔의날씨 2012/08/09 488
137501 욕실문의요~아주 급합니다.. 1 gksk47.. 2012/08/09 1,092
137500 8세 아이보험 갈아타야 할까요? 2 2012/08/09 927
137499 도서관 생활.. 식사가 제일 문제예요ㅠ 9 빠샤 2012/08/09 3,326
137498 절전 호소 역부족‥'산업용 특혜' 바꿔야 2 세우실 2012/08/09 894
137497 오늘 서울 덥나요? 14 오늘 2012/08/09 2,689
137496 천도제 4 점순이 2012/08/09 1,604
137495 보온도시락 추천해주세요 1 도시락 2012/08/09 2,474
137494 일본 리꾜대학 경제학과 랭킹 아시는 분 3 로마 2012/08/09 1,281
137493 노르웨이 유학 15 노르웨이유학.. 2012/08/09 5,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