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랑받는다는건.. 어떤 느낌인가요..? 다 잊었네요.

무기력 조회수 : 5,128
작성일 : 2012-08-09 13:02:50

분명히 사랑 받는다고, 사랑한다고, 그래서 행복하다고,

너무 행복해서 누군가 시기할까봐 내색도 덜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네. 있었어요.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기억은 나는데,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아침 출근길이었던가.. 아, 너무 평온하고 행복해.. 라고 생각하며 운전을 하던 기억이 나요.

추운 겨울날이었고, 그 며칠 전에 내린 눈이 녹아내린 도로위로 비취던 햇빛도 기억나요.

그게 신혼 때 였죠. 그 후로 임신을 하고, 애를 낳고 키우고, 또 임신을 하고 낳고 키우고.

그 동안에 남편과 싸우고 울고 화해하고 용서하고 또 싸우고 울고 화내고 실망하고,

점점 더 강도는 세어져 가서 화내고 싸우고 울고 증오하고. 그렇게 됐네요.

 

제가 남편한테,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당신도 나를 사랑하지 않고,

우리 서로의 자리가 필요해서 같이 사는거 아니냐. 지친다. 했더니

남편은 제가 '사랑하느냐?'고 물은 그 자체가 답답하답니다.

자기는 저를 사랑한다.. 그거죠.

 

제 생각엔 그게 사랑이 아니라 그저 서로한테 익숙한거 같은데요.

익숙한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잖아요.

제가 화내고 욕하고 뒤엎는 남편에게 익숙해져 있지만, 그게 좋진 않거든요.

문득, 나는 이렇게 타성에 젖어 익숙해져 버렸는데, 아직 어린 아이들이 제 아빠의 그런 모습에

이러다가 저처럼 익숙해져서 아빠가 화내고 뒤엎으면 좀 놀래고 울다가 며칠 잠잠했다가

아빠가 또 미안하니 전에없이 잘해줄테고 그 달콤함에 익숙해 질테고..

이렇게 살면 저희 아이들도 저처럼 되어버릴 것 같아서. 지금.. 끝을 생각중이에요.

 

며칠을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내가 사랑받는다는 느낌만 있더라도 어떻게 버텨볼텐데.

그 느낌을 기억이라도 한다면 어떻게 참아볼텐데.

그걸 모르겠는거에요.

 

얼마전에 제 생일이었죠. 친정엄마가 미역국을 끓여다 주셨어요.

제 생일날 아침인데 큰애가 엄마 배고파요~ 소리에 밥을 차리려다가

에이.. 오늘 같은 날은 엄마도 아빠가 차려주는 상 받고싶다.. 그러니까

큰애가 또 조르르 제 아빠한테 달려가서 아빠, 오늘 엄마 생일이니까 아빠가 상 좀 차려 주세요 - 그랬어요.

마지못해 부엌으로 온 남편이 달랑 미역국 한 대접 식탁위에 퍼서 올려놓고,

수저도 밥도 김치도 없이, 달랑 그 한그릇이요. 그래놓고는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컴퓨터를 켜요.

저는 그게 그렇게 속상하더라구요. 밥솥에 밥, 냉장고에 김치, 다른 땐 잘도 꺼내면서 보란듯이 국 한그릇.

왜 하필, 다른 날도 아니고 내 생일인거 알면서 그랬을까..

 

남자들이 원래 그런거 잘 못한다니 넘어가야겠지만

저희 남편이 좀 세심한 편이라 상차리는거, 선물 고르는거 무척 잘 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 기억이 남아서 이번 생일날 아침이 더 극명하게 대비되나 봅니다.

 

그냥 한 예에요. 떠듬떠듬 기억을 떠올리고 싶은데..

되짚어보자니 제 마음이 너무 아프고, 머리가 아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주먹밥 입안에 밀어넣고 그냥 꾹 참아봅니다.

 

자기만이 알 수 있는 느낌이겠죠.

내가 사랑받는다, 나를 소중히 여겨준다, 나를 배려해 주는구나. 하는거요.

저는 그 어떤 느낌도 가질 수가 없네요.

 

말하자니 너무 길어요.. 그냥 먹먹하고 답답해요.

IP : 121.147.xxx.17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대박공주맘
    '12.8.9 1:06 PM (1.241.xxx.29)

    뜬금없이...사랑해...라고 말해줄때요....

  • 2. 윗님
    '12.8.9 1:09 PM (119.70.xxx.194)

    제목만 보고 답 적으셨나봐요.. ㅋ

    그냥 원글님은 권태기인거 같아요~...... 힘내셔요~.
    사랑받지 못해서 헤어진다는 거.. 진짜 절절한 이유이긴 하지만 이혼사유로는 정말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저도 아줌마 다 됫나봐요

  • 3. 스똴
    '12.8.9 1:11 PM (211.181.xxx.31)

    ㅠㅠ 힘든게 느껴져요
    예전엔 분명 사랑받고 사랑했는데 왜 이렇게되었을까요?
    부부학교 가보심 어떨까요..

  • 4. 오래 살면
    '12.8.9 1:11 PM (211.111.xxx.51)

    사랑과 정이 구분이 안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정이라고 해서 사랑이 아닌 건 아니죠.

    조금 덤덤해질 순 있지만.. 연애시절과 신혼때의 불타는 사랑만이 사랑은 아니예요.

    하지만 원글님은 뭔가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남편과의 거리감.. 뭐 그런 걸 느끼시는 걸까요?

    갈구하지만 주지않는 상대에 대한 서운함일 수 있겠죠.

    그런데 원글님 먼저 한발짝 다가가 보세요. 남편이 보여주지 않으면 원글님이 한발짝 더 다가가보고 받고싶은 부분을 베풀어보세요.

    물론 하고 계시고서 서운함을 토로하실 수도 있지만.. 바라만 보고 갈구만 하고 계시는 상황이라면 먼저 한발짝 다가가고 표현을 해보세요.
    나도 너를 사랑하고 이렇게 표현한다. 너도 네 사랑을 표현해줬으면 한다.. 이런 느낌이 오가게요.

  • 5. ..
    '12.8.9 1:26 PM (110.70.xxx.77) - 삭제된댓글

    저도 아이 둘 낳고 살면서 그런 감정들 다 잊었어요.
    남편은 기본적으로 성품이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너무 재미없고 논리적인 사람이라 삶에 윤기가 없어요.
    근데 요즘 로맨스가 필요해 2012 보면서 다시금 연애세포들이 살아나는 거 같아요.
    예전의 그 설렘,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느낌들...
    현실과 너무 비교 되어 좌절했는데, 그래도 노력하고프더라구요.
    그래서 요즘 남편에게 먼저 손내밀고 다가가고 있어요^^
    남편은 뭐 큰 변화가 없지만 제 맘이 변하니 세상이 좀 달리 보이네요.

    근데,,,,원글님 남편분은 약간 걱정이 되긴 하네요.
    그렇게 섬세한 분이 아내 생일날 그렇게 밖에 못하다니...
    그리구 자주 화내고 엎는 것도 참 안 좋은데...
    원글님이 잘 선택하시겠지만, 어쨌든 한 번 쯤은 노력할만한 가치가 있어요.

  • 6. 동감해요
    '12.8.9 1:29 PM (59.22.xxx.85)

    님 마음 알것 같아요
    저두 너무 많이 해 본 생각이라서..
    너무 많이 아파하고..힘들어하는 순간에도 ..전 사랑 받는 그 느낌만을 갈구하며...하루하루 버텼죠
    모든게..엉켜버린것 같구..
    그냥..전 아이들만 보며 살았어요..
    시간은 무심히 흐르고...남편은 다시 예전의 그 사람이예요.
    제가 느끼지 못했던 시간속에..그의 맘이 ...내가 싫었던건지..
    아님 자신도 힘들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냥...지금은 아주 많이 절 사랑하고 있는지..알겠어요..
    느껴져요..
    저만 무덤덤하지요..
    분명한건 연애때와는 표현도 방법도 달라요

  • 7. 이건
    '12.8.9 1:33 PM (125.186.xxx.34)

    저도 한 때 원글님 같은 상실감에 힘들었어요.
    그러다 제가 큰병에 걸렸어요. 죽을병에 걸렸는데,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어요.
    제가 병에 걸렸을 때 남편은 미친듯이 저를 살리려고 노력했죠.
    꼭 사랑이 아니어도 마누라가 죽는다는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니까 누구라도 그랬겠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 맘이 많이 누그러졌어요.
    사랑이든 정이든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필요한 사람이라는걸 알게 됐죠.
    지금도 그래요 가끔 이 인간이 정말 날 사랑하나 그냥 정인가 마누라 소중한거 알아서 이정돈가....
    중요한건 내 맘인것 같아요.
    내가 밝고 긍정적일 땐 남편의 맘이 사랑이든 정이든 중요하지 않고 그냥 고마운데
    내가 힘들고 다운되어있을 땐 남편의 사랑 없음이 (없는지 있는지 헷갈릴 때) 서럽고 괴씸하고 도저히 용서 못하겠고 그렿더라구요.
    근데 나의 감정이란는걸 남편 행동에 맞추면 정말 힘들어집니다.
    내 스스로 강하게, 조그만 일에도 감사하고 감동하면서 스스로를 업시켜야하는 것 같아요.
    아마 지금은 권태기고 힘든 시기라 그럴거예요.
    님 마음엔 남편에 대한 사랑이 아직도 많은 것 같으니... 그냥 끝을 내긴 아까와보여요.

  • 8. ........
    '12.8.9 1:35 PM (123.199.xxx.86)

    신혼초......아...당신 만나지 못했더라면..내가 어케 살았을까../결혼생활 5년..지지고 볶고./..생활 10년.....이젠 도저히 못참겠다...차라리 이혼하는 게 낫겠다../
    결혼생활 20년....음...이제 좀...이 정도...견딜만 해.../...결혼생활 30년....다시...아~당신없이 이젠 못살거 같아요...절대 먼저 죽지마.......ㅠ...
    안맞는 타인이 만나서......이렇게 맞추는데...어언.....30년이 걸렸습니다..ㅠ...

  • 9. 25년
    '12.8.9 2:45 PM (121.124.xxx.58)

    저위 30년차님 댓글 공감하구요....

    원글님 글에서 우울한것이 느껴지네요
    생일때 바깥에서 외식하시지 그랬어요 왜 애시켜서...
    원글님 잘아는 미역국끓여주신 친정엄마는 이 난국에대해 뭐라 말씀하시는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1737 친정엄마 한쪽다리 거의 걷지를 못하시는데 장애등급 받아서 혜택 .. 2 // 2012/09/12 1,796
151736 어제 오늘 좀 뛰었더니 발 목이 아파요. 4 차 두고 버.. 2012/09/12 831
151735 포트메리온이요 백화점과 온라인가격 얼마나 차이나나요? 3 .. 2012/09/12 1,149
151734 이거 기억 나시는분? 예전에 엄청 유행했는데... 17 폴라포 2012/09/12 4,602
151733 사진 찍고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것 좋아하시는 분 2 newpri.. 2012/09/12 1,446
151732 층간소음문제 ㅠ ㅠ ㅠ 18 꽁이엄마 2012/09/12 2,906
151731 그대없인 못 살아 오늘 끝부분만 봤는데 7 .. 2012/09/12 2,507
151730 한편으론 이번 정준길 사건(?)이 무척 고맙기도 해요 3 역사의 뜻 2012/09/12 1,179
151729 며칠전 홈쇼핑 hns몰에서 주문한 김치가 왔는데 보관 방법 좀.. 1 익혀 보관?.. 2012/09/12 1,349
151728 신생아들은 잠 많이 자지 않나요?? 5 이제 한달 2012/09/12 1,435
151727 서울에서 지방으로 이사가는데요,,,특히 여수분들 도와주세요 1 지방이사 2012/09/12 1,021
151726 매실액이나 포도깝데기에 생기는 초파리 제거법 임니더~ 7 가을하늘 2012/09/12 2,325
151725 이런 경우 드실건가요..? ㅠㅠ 1 ... 2012/09/12 757
151724 본인 패물을 강매하시는 친정엄마때문에 혼란스러워요 ;; 9 의견구해요... 2012/09/12 3,737
151723 5세 남아 머리에 땀이 너무 많이나요... 2 어떻하죠? 2012/09/12 1,291
151722 한택식물원과 서일농원다녀왔어요~ 3 어제 2012/09/12 1,460
151721 로봇청소기 써 보신분 계신가요? (로보킹, 마미로봇등등) 5 fdhdhf.. 2012/09/12 3,273
151720 남편과의 계속되는 불화.... 3 괴로운맘 2012/09/12 2,151
151719 아....감동 32 가을 2012/09/12 5,027
151718 [단독]투자자소송, 미국선 “폐지” 한국선 “유지” 4 12 독소조.. 2012/09/12 1,029
151717 161, 59 살 빼라네요. 5 건강검진 2012/09/12 2,818
151716 짝퉁 가방 파는 사이트 안전한가요? 3 궁금 2012/09/12 1,654
151715 박근혜 참...일관성있네요 15 ㅎㅎ 2012/09/12 2,583
151714 정준길사건요,,참 세상만사 신기하네요.. 1 신기 2012/09/12 1,838
151713 저도 생선 못만져요 17 클로이 2012/09/12 2,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