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3년 전 일이네요...
대학 4학년때.. 과에서 졸업여행을 제주도로 갔어요.
25명 남짓이었던거 같은데.. 원래 한학년에 120명 정원에.. 많이 참여한건 아니었지만 대학생활 성격상,
항상 참여하는 사람들만 참여하기 때문에 졸업여행 간 사람들은 남녀 선후배 나이차이를 막론하고 서로 고만고만하게 친한 사이들이었더랬지요.. 그래서 분위기 무척 화기애애했어요..
그리고 교수님이 한분 계셨어요... 당시 학과장님이셨는데 젊지만 학계에선 나름 말빨서는(?) 학자이시기도 했고,
저희학교 출신이 아니심에도 제자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분이셨어요.. 자상하시기도 하시고..
하지만 학생 입장에선 교수님.. 아무래도 어렵고 모셔야 하는 존재임엔 확실하죠..^^;;
암튼 사건의 발단은 빡세게 제주 대표관광지를 도는 와중에.. 어디명소에 들릴 때마다 계속해서 단체사진을 찍게 되잖아요.. 성산일출봉인가...
제가 전체샷을 찍을 때였어요... 교수님이 한 1m 정도 거리를 두고 서계시는 거에요.. 카메라를 보고 계시긴 했는데 마치
'같이 찍을까 말까' 하는 그런 갈등을 하고 계신듯...
그래서 제가 카메라에서 얼굴을 떼고 외쳤지요..
"교수니임~!! 붙으세요~!!!!"
그랬더니 교수님 순간 머쓱한 표정 지으시며 딴데로 발길을 돌리시고 자세잡고 있던 동기선배후배들 입을모아 "얼~"
이러는거에요..
뭐지? 싶긴 했지만 일단 찍던거 마저찍고 얼른 합류를 하니 다들 그러는거에요..
야~ 왜그랬어, 간도크다, 교수님더러 왜 비키라고 했냐고...
저는 "붙으세요" 한건데 사탕을 먹다 그랬는지 껌씹다 그랬는지 암튼 다른사람 귀엔 "비키세요" 로 들렸던 거에요..
"아니야~~ 난 붙으세요!! 한거야" 하고 항변해봤지만 민망하신 교수님 어디론가 멀리멀리 가버리시고..
교수님 쫓아가서 해명할 타이밍도 잡지 못하고..ㅠㅠ
암튼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그넘의 "붙으세요" 소리가 어디서라도 들릴라치면 전 어김없이 저 민망했던 상황이 떠오릅니다..
좀전에도 6살 3살 아들둘이 함께 놀면서 "기차놀이 할사람 여기여기 붙으세요~~" 하는데..
전 왜 그소리가 그케 듣기 싫은걸까요..ㅠㅠ 트라우마가 되었나봐요...
그래도 그 교수님께서 저 졸업하고 취업할 때 영문추천서도 써주시고.. 졸업후엔 딱 한번인가밖에 못 찾아뵈었는데..
10년도 넘은듯.. 앞으로도 뻘쭘하기도 하고 애둘낳고 퍼진 아줌마 모습 보여드리기가 민망해서.. 일부러 찾아뵙기는 힘들거 같아요... 이래서 여제자 길러봤자 소용없는건가요^^;; 문득 뵙고싶네요...^^
(결론은 안드로메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