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어요. 아기가 낮에는 잘 놀지만 밤에는 10번 이상 깨고, 낮잠도 30분 이상 안 자는 아이라서 밥 챙겨먹기가 힘이 드네요.
친정 근처에 살고 있어 육아에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아요. 제가 아기 데리고 친정에 오기도 하고 엄마가 봐주시기도 하고 아빠가 봐주시기도 하지요.
반찬도 많이 얻어먹구요.
그런데,, 저는 엄마랑 있으면 마음이 굉장히 혼란스러워요. 원래 엄마랑 합이 잘 안맞는다고 해야되나, 성격이 정반대에요.
엄마는 단순하고 둔하고 답답한 스타일. 저는 여리고 예민하고 까칠한 스타일.
제가 엄마를 보면서 답답한건,, 엄마는 자기 스스로의 모습에 대해 솔직하지 못해요.
자기 스스로 굉장히 희생적이고 뭐든지 다해주는 사람으로 저에게 이미지메이킹을 하신다는 거죠.
그런데 정작 실상은, 엄마는, 자기 친구 모임이 있거나 무슨 볼일이 있으면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절대 개인 시간을 희생하지 않아요. 제가 아파도..
그런데요, 전 엄마가 제가 아파도 와주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엄마가 솔직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엄마 코스프레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언행이 일치했으면 좋겠어요.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엄마를 보는 게 너무 답답하고 혼란스러워요.
실상은 엄마가 결혼까지 시킨 딸을 놓아주지 못하는 거면서,, 마치 딸과 손주를 잘 돌보는 엄마인냥 척은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집 살 때 친정 도움 3억을 받았답니다. 이만하면 불평하면 안되는 거죠? 그런데 제 가슴은 답답해요. 왜 그럴까요.
제 남동생에게는 집을 사주셨죠. 거기까지도 좋아요.
제가 답답한 지점은, 그러면서 딸과 아들에게 재산을 공평하게 나눠준단 얘기를 하신다는 거에요. 여기서 숨이 콱 막혀요.
지금도 아기 데리고 친정에 와있는데요, 걸어서 15분 거리인데, 엄마가 차를 가지고 데리러 오셨거든요. -_-;; 전 걸어갈 수도 있고 택시를 탈 수도 있어요.
그런데 친정에 와서 놀다가 엄마 왈, 요새 약은 애들은 시어머니에게 애 맡기지 친정엄마에게 애 안맡긴다는 말을 하세요.
전 순간 죄책감이 들었지요. 내가 엄마를 힘들게 하나.
일관성 없는 엄마의 말과 행동에 전 혼란스럽기만 해요. 답답하고.
엄마의 저 말은, 실은 저랑 아기가 부담스럽단 거잖아요.
부담스러우면 쉬시면 될텐데 굳이 또 오버스럽게 차를 가지고 데리러 오신 건 뭔지..
엄마의 마음을 모르겠어요.
무의식적으로 증오하는 대상(자식일 수도 있어요)에게, 자기의 마음을 스스로에게조차 속이기 위해 과잉보호하고 잘해주는 심리적 기제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우리 엄마의 마음인지..
전 엄마가 저를 24시간 돌봐주기를 원하지 않아요.
제가 원하는 건,
엄마와의 솔직한 소통이에요.
(엄마가 변하지 않으면 엄마가 죽을 때까지 저는 엄마와 소통하지 못할 거에요.)
엄마는 자기 스스로의 감정상태조차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럴 능력이 없어보여요.
심리학에 demon-lover complex 라는 용어가 있어요. 한국어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게 우리 엄마인가 싶기도 하고..
지금도 친정에서 잠깐 엄마가 아기 봐주시고 저는 슬프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이 글을 써요.
제가 엄마에게 의지하고 기대고 싶어하는 마음보다, 엄마가 저를 놔주지 못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글을 쓰기 전에 생각한 건데, 제쪽에서 엄마와 거리를 둬야겠어요.
분명 엄마는, 엄마와 거리를 두려는 딸이 서운해서, 만만한 저에게 다시 언어의 화살을 쏠 테지만요.
내일은 친정에 오지 않고, 엄마 쉬시라고 하고 저는 아기와 시간을 보낼래요.
이러면 또 저희 집에 오십니다 -_-;; 아기 데리고 나갈거라고 뻥을 쳐야겠어요. 친구가 온다고도 거짓말하고요.
어쩔 수가 없네요.
혼란스러워서 써봅니다. 제가 답답한 분도 계실거에요. 배부른 고민이다 하실 분도 계실 거구요. 이해합니다.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배부른 고민인가요 친정엄마랑 안맞아서 속상해요ㅠㅠ
아기엄마 조회수 : 1,568
작성일 : 2012-08-07 13:40:55
IP : 211.246.xxx.8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2.8.7 3:13 PM (221.151.xxx.53)절대 배부른 고민 아니에요.
얼마나 괴로울지 짐작이 갑니다. 저도 친정 엄마와의 애증관계로 머리가 복잡하고 고통스럽거든요.
아예 안 보고 살 수도 없고 만나면 숨이 턱턱 막혀서 까칠하게 대하고 쓴소리만 하게 되어요.
엄마가 변하길 바랬지만 이젠 포기했어요. 절대 변하지 못할 분이란 확신이 들어요.
아니 만약에 엄마가 변한다면 제 자신이 더 혼란스러울 거 같아요. 변한 엄마를 상상해보지 못해서요.
하도 오랜 시간 그 고집에 시달려왔기 때문에 그 모습이 사라지고 다른 것이 되면 그게 오히려 충격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러면서 저 자신은 엄마를 아주 싫어하면서도 측은하게 보는 양가감정이 있고 이런 감정에 너무 익숙해서 벗어나기가 힘들어요. 익숙하고 사악한 감정 놀이에 빠져서 엄마의 진정한 변화는 뒷전이 되어버리는 거 같기도 해요. 저도 빠져나오기 힘들고 엄마도 변화하기 힘들고...지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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