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엔 일이 밀려서 밤12시에 직장에서 나오는데, 텅 빈 주차장에 삼색고양이라고 보여지는 냥이가 한 가운데 떡 앉아있어요. 모처럼 캔을 넣고 다닌 보람이 있네요. 캔을 따서 아스팔트에 부어주고 왔는데 알아서 먹었겠죠? 일하는 곳은 주택이 전혀없고 산과 나무가 많아서 보이는 고양이들은 다 야생고양이거든요. 그런데 꾸준히 보이는 녀석들은 하나도 없는 걸로 보아, 일찍들 사고를 당하는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건사료도 있었는데 이 건 며칠 전 새를 줬어요. 길고양이 밥 주다 처음 안 사실인데요 이 동네엔 까마귀보다 작지만 날렵하게 생긴 새가 있는데 보통 무리지어 다니고 육식도 하는거 같아요. 어느날 보니 길냥이가 먹다 남은 사료를 떼로 와서 다 집어 먹는거예요. 차라리 여름에 파리가 꼬여드는 것 보다 훨씬 낫더라구요.
뭘 사러 가서 상가에 주차를 시켜보면, 이 새가 여기 저기 너무 많아요. 이 더위에 입을 못 다물고 주둥이를 벌린 채 헐떡거리고 그 넓은 주차장을 이리저리 헤매거든요.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라도 집어 먹느라고 그렇게 주차장에 많은가봐요. 그래서 길냥이 주려고 가지고 있던 고양이 사료를 조금 아스팔트에 부어주면 너무 잘 먹어요.
제가 요즘 잘 해 먹는게 있는데 이 여름에 먹기 좋아서 하루에 한두번 해 먹어요. 오이랑, 토마토 그리고 크랜베리와 포도 말린것 등 등을 넣고 블루치즈를 얹고 올리브유랑 비니거를 넣어서 먹으면 정신이 확 돌아오는 듯 해요. 아마 신 맛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어요. 어젯밤엔 집에 와서 그냥 간단하게 오이, 토마토는 빼고 말린 베리 종류만 넣고 해 먹는데 좀 크랜베리 양이 적어보이는 거예요..그래서 좀 더 집어 넣어야지 하고 넣는데, 이게 비닐 봉다리에 담겨져 팔리거든요. 툭툭툭 넣는 중 이거 웬지 좀 이상해서 다시 들여다 보니 우리나비 간식이예요..왜 있죠 고양이들 치석제거용 작은 과자..요즘들어 정신이 없으니 부쩍 이런 짓을 많이 하네요. 늙어가는 탓도 있겠지만요. 전자렌지에 돌린다는 걸 집어들어 냉장고에 넣고 그래요.
어젠 옆집여자가 저번에 '파', 보미닮은 숫놈 데려간 집에서 두마리를 더 데려갈수 있다고 연락이 왔대요. 본인이 키우는 건 아니고 주변에 알아봐 줬나봐요. 제가 이번주 시카고에 가니 다음주나 와서 데려갈 것 같습니다. 그 사이 설사나 좀 잦아들어야 할텐데 말이죠. 까만 암놈은 아직까지 똥 하나만큼은 다 큰 고양이 같이 봤는데요, 지난 한달간 설사 한번 없던 놈이 글쎄 오늘 아침에 보니 설사를 합니다. 정말 기운빠지더군요. 어젯 밤만 해도 남아있는 암놈 세마리는 괜찮아서 다행이다 싶었거든요.
문제는 보미가 설사를 멎을 줄 몰라요. 어제부터 색깔이 좀 짙은 녹색에 가까워요. 먹는 건 달라진 게 없는데요. 냄새는 독하지가 않고 오히려 구수합니다. 유산균 파우더를 먹여서 그런걸까요. 약도 하루 두번 먹이고 있어요. 앉아 있다가도 보미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설사하는 소리가 나면 뛰어갑니다. 기다렸다 똥꼬 닦아줘야 하거든요. 그리고 발에 묻은거 닦아주고. 근데 보미가 다 괜찮아 하는데 발 만지는 걸 너무 싫어하네요. 그래도 한번도 발톱을 드러 낸 적이 없어요. 약먹을 때도 그렇고..어젠 화장실에 들어가기에 부지런히 뒤 따라가서 쪼그리고 앉아 지켜보다, 설사가 발에 닿으려고 해서 손으로 미리 모래로 확 덮어줬어요. 급하니 이게 장갑 낄 새도 없이 그렇게 되네요. 그래서 더 큰 일을 덜긴 했죠. 아침엔 밤새 한번 더 했는지 온통 여기 저기 도배를 해 놨네요. 이거 다 치우고 새끼들 방 치우고 나니 세 시간이 그냥 지나가요..
화요일에 중성화 예약을 했는데, 이렇게 설사를 해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어찌되었든 또 월요일 아침에 어미와 까만 암놈 이 둘을 병원에 데려다 놔야겠어요. 보미가 길냥이어서 하루 4-5 시간 정도는 꼭 밖에 나가고 싶어해요. 어딜 가나 싶었는데, 들어오고 나면 몸에서 썩은 낙엽 냄새같은 게 좀 나는 걸로 보아, 새끼들이랑 살던 그 지하에 있다 오나봐요. 밤엔 안 나가고 낮에만 나갔다 와요. 이 더위에 그 지하가 많이 서늘하거든요. 예전에 새끼들 찾아보려고 들여다 보는데 그 밑에서 찬바람이 무섭게 나오더라구요. 지금은 집도 좋지만, 살던 곳을 쉽게 떠나질 못하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