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자발적 가난 관련글 읽고 댓글로 달다가 너무 길어져 새로 글 올립니다.
예전에 일때문에 한 일 년 정도 기본적인 짐만 가지고 지방 가서 산 적이 있었어요.
세 식구 살림을 승용차 트렁크에 들어갈 정도 분량으로 맞춰 가지고 갔지요.
가서 초소형 냉장고, 2구짜리 가스레인지, 초미니세탁기 이렇게 사서 쓰다 팔고 왔습니다.
그런데요...
전혀 부족함없이 잘 먹고 잘 지냈습니다.
밥 해 먹을 때 살짝살짝 아쉬울 때 있었지만, 그래도 매식 거의 안 했고요.
학교 다니는 아이도 있었지만, 그 살림으로 잘 지냈었네요.
일년이면 짧다면 짧은 기간이긴 해도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사계절 옷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짐의 대부분이 옷이었어요.
진공청소기 없으면, 청소 못 하는 줄 알고 살던 사람인데...
물걸레 밀대 하나로 밀어내면서 청소하니 집이 더 깨끗하게 유지되더군요.
그리 먼 거리가 아니라서 처음엔 중간중간 필요한 짐 가지러 오지뭐...이런 생각으로 그것만 가지고 내려갔는데...
그 사이 다른 일때문에 서울집에 들렀지, 짐때문에 온 적은 없었습니다.
소형 아파트에 짐이 없으니, 조그맣게 얘기해도 에코가...ㅎㅎ
그래서 저희 아이가 그 집을 메아리 아파트라고 불렀었어요. ㅎㅎ
그 때 얻은 교훈과 아래에 쓸 들은 교훈 하나가 아마도 제 평생의 나침반이 될 듯 싶어요.
어느 노부부께서 가세가 기울어 아들네 합가하러 오셨는데...
이층집에서 아주 제대로 갖춰 살던 분들이 세간살이 싹 다 정리하고 각각 가방 하나씩 가방 두 개 딱 들고 오셨다더군요.
이렇게 가방 하나면 될 것을 평생 너무 많이 이고지고 살았다...그러시더랍니다.
일면 서글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맞는 말씀 같았어요.
물론, 그 이후로도 짐 안 늘린다 안 늘린다 하면서도 물건을 보면 욕구가 생기지요.
그래도 한 번씩 그 때를 떠올리면 물욕이 저절로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