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어제 오전 집에 있으면 갑갑해하는 세살 아기 데리고 집 근처의 수목원에 갔어요
유모차 밀고 오르막길을 낑낑대고 올라가는데 저 앞에 휠체어에 탄 노모와 일곱살가량의 남자아이를 데리고 올라가는 남자를 봤어요. 날도 더운데 보기 드문 효심과 아들에 대한 사랑 집에 있을 아내에 대한 사랑까지 가득한 사람이구나 혼자 생각하면서 흐뭇했는데!
수목원 한 바퀴돌고 내려오다 아기가 잠이 들어 그늘에 유모차 세워두고 잠시 쉬고 있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봤어요
아까 그 할머니 혼자 휠체어에 타고 있길래 의아해했는데
아까 그 남자가-좋은 말이 안나오네요- 아이를 집어던지듯이 벤치에 내동댕이치고
이내 풀스윙으로 대각선으로 멀리 떨어져 있던 제게 휙휙 소리가 들릴 정도로 아이를 두 번정도 때리더군요
아이는 더 놀고싶어했는데 집에 가자 하니 떼를 쓰다 끌려온 모양인데
그냥 한 두대 치는 수준이 아니라 성인이 성인을 한껏 분노에 차서 때리는 형국이라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조그만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폭력이라
저 포함 그늘에 쉬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서인지 조용히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는데
이미 아이는 마음이 더 상할대로 상해서 안가겠다 떼를 쓰고- 그 남자는 달래다 이내 아이신발을 들고 다시 손을 올렸는데
왕소심 겁쟁이인 제가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어요-
남자는 멈칫하다가
이대로 여기 있으면 할머니 점심도 못 챙기고 자신을 출근해야한다고 아이를 설득하는데
아이는 울면서 싫다 소리만 연발하고
남자가 달래다 할머니 휠체어만 끌고 사라져버렸어요
그 이후
아이는 벤치에 앉아서 정말 서럽게 허리를 굽히고 울기 시작하는데
저 아이를 달래야 하나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주변에 나이든 분들이 어떻게 나서주심 안될까
생각만하고 아이를 보고 있었어요
그때 지켜보던 할머니들 중 한명이 아이에게 다가가 엄마전화번호를 물었는데
아이는 아빠도 싫고 사람들이 다 싫다는 소리만 하더라구요
엄마없이 아빠와 뇌졸증후유증을 앓는 듯 말을 못하는 할머니와 사는듯한데
모처럼 아빠와 나들이왔다 신이 났다가 사람들 많은데서 처참히 맞은 아이의 맘이 얼마나 부서졌을지 생각하니-
좀있다 그 남자가 다시 올라와 아이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사라져버렸는데
제 마음이 하루가 지난 아직까지 너무 안 좋네요
여서일곱살 먹은 아이 입에서 사람들이 다 싫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얼마나 무섭고 외롭고 절망스러운걸까 싶은게
그 남자도 사는게 버거워 그랬다치더라도
아이에게 가한 그 폭력은 너무 잔인했거든요
그 상황에서 저는 어떻게 행동했어야 했을까요? 그 남자를 말리지도 신고도 못하고 아이를 달래지도 못하고 동동대던 저 자신도 마음에 안들고 무엇보다 그 아이가 너무 가여웠어요 양육자의 보살핌이 아직 절대적인 작은 아이의 절망이 너무 크게 느껴졌어요
종교도 없는 제가 그 아이의 안녕을 기원하게 될 정도로
그냥 무얼 말하고 싶은 지도 모르게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