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제 맞고 있던 아이를 보고 마음이 너무 안좋아요

속상 조회수 : 2,525
작성일 : 2012-07-22 12:50:32

유난히 더웠던 어제 오전 집에 있으면 갑갑해하는 세살 아기 데리고 집 근처의 수목원에 갔어요

유모차 밀고 오르막길을 낑낑대고 올라가는데 저 앞에 휠체어에 탄 노모와 일곱살가량의 남자아이를 데리고 올라가는 남자를 봤어요. 날도 더운데 보기 드문 효심과 아들에 대한 사랑 집에 있을 아내에 대한 사랑까지 가득한 사람이구나 혼자 생각하면서 흐뭇했는데!

 

수목원 한 바퀴돌고 내려오다 아기가 잠이 들어 그늘에 유모차 세워두고 잠시 쉬고 있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봤어요

아까 그 할머니 혼자 휠체어에 타고 있길래 의아해했는데

아까 그 남자가-좋은 말이 안나오네요- 아이를 집어던지듯이 벤치에 내동댕이치고

이내 풀스윙으로 대각선으로 멀리 떨어져 있던 제게 휙휙 소리가 들릴 정도로 아이를 두 번정도 때리더군요

아이는 더 놀고싶어했는데 집에 가자 하니 떼를 쓰다 끌려온 모양인데

그냥 한 두대 치는 수준이 아니라 성인이 성인을 한껏 분노에 차서 때리는 형국이라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조그만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폭력이라

저 포함 그늘에 쉬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서인지 조용히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는데

이미 아이는 마음이 더 상할대로 상해서 안가겠다 떼를 쓰고- 그 남자는 달래다 이내 아이신발을 들고 다시 손을 올렸는데

왕소심 겁쟁이인 제가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어요-

남자는 멈칫하다가

이대로 여기 있으면 할머니 점심도 못 챙기고 자신을 출근해야한다고 아이를 설득하는데

아이는 울면서 싫다 소리만 연발하고

남자가 달래다 할머니 휠체어만 끌고 사라져버렸어요

 

그 이후

아이는 벤치에 앉아서 정말 서럽게 허리를 굽히고 울기 시작하는데

저 아이를 달래야 하나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주변에 나이든 분들이 어떻게 나서주심 안될까

생각만하고 아이를 보고 있었어요

그때 지켜보던 할머니들 중 한명이 아이에게 다가가 엄마전화번호를 물었는데

아이는 아빠도 싫고 사람들이 다 싫다는 소리만 하더라구요

엄마없이 아빠와 뇌졸증후유증을 앓는 듯 말을 못하는 할머니와 사는듯한데

모처럼 아빠와 나들이왔다 신이 났다가 사람들 많은데서 처참히 맞은 아이의 맘이 얼마나 부서졌을지 생각하니-

 

좀있다 그 남자가 다시 올라와 아이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사라져버렸는데

제 마음이 하루가 지난 아직까지 너무 안 좋네요

여서일곱살 먹은 아이 입에서 사람들이 다 싫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얼마나 무섭고 외롭고 절망스러운걸까 싶은게

그 남자도 사는게 버거워 그랬다치더라도

아이에게 가한 그 폭력은 너무 잔인했거든요

 

그 상황에서 저는 어떻게 행동했어야 했을까요? 그 남자를 말리지도 신고도 못하고 아이를 달래지도 못하고 동동대던 저 자신도 마음에 안들고  무엇보다 그 아이가 너무 가여웠어요 양육자의 보살핌이 아직 절대적인 작은 아이의 절망이 너무 크게 느껴졌어요

종교도 없는 제가 그 아이의 안녕을 기원하게 될 정도로

그냥 무얼 말하고 싶은 지도 모르게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안 좋네요

 

IP : 121.55.xxx.19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12.7.22 1:03 PM (121.130.xxx.7)

    읽는 저도 가슴 아프네요. ㅠ ㅠ
    마음을 읽어주고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들어줄 사람 한 명만 있어도...

  • 2. 예쁜호랑이
    '12.7.22 1:03 PM (121.88.xxx.13)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

    어떻게 자기 자식을 그렇게 때릴수가 있는지요

    그 아빠마음이 아이가 느낀 아픔의 몇백배가 아팠기를 바랄뿐이네요...

  • 3. 그냥
    '12.7.22 1:26 PM (58.143.xxx.216)

    아동학대로 신고해줘야 자기가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나 깨달을겁니다.
    자기일 안풀리지 부인없지 뇌졸증 환자 병간호, 아이와 대화하는 법도 모르고
    구슬르는 방법도 몰라.... 가난,경제적인 문제 확률적으로 폭력과 가까워지는 공식이지요.

  • 4. ...
    '12.7.22 2:03 PM (110.14.xxx.164)

    셋다 불쌍하긴 한대요
    우리나라 아이들이 좀 떼가 심해요
    제 아이만 해도 안된다고 하면 정말 오래 징징 투덜대는데. 아주 질릴때가 있거든요
    내 몸이 힘들면 저 그렇고요
    미국조카보면. 이건 안돼 하면
    바로 포기하고 오케이 하거든요
    그 아빠도 힘들게 휠체어 밀고 아이 데리고 나왔는데 일 때문에 가야 하고 아이는 난리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네요 물론 아이 때리는건 정말 잘못이지만요

  • 5. 아... 아가야....
    '12.7.22 3:58 PM (27.115.xxx.80)

    뒷골이 땡기고 눈물이 나네요....
    아.......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4945 한 학원 주욱~~? 1년단위로 다른학원으로? 1 중학생맘 2012/09/20 1,617
154944 아이 중국어 가르치시는 분 6 중국어 2012/09/20 1,803
154943 요즘 독서실 비용 얼마예요? 4 ^^ 2012/09/20 6,162
154942 피에타.. 해외에서 연일매진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있다네요... 8 축하 2012/09/20 3,365
154941 돌사진 안 찍는분도 계시죠? 4 돌사진 2012/09/20 2,283
154940 동그란 수은 건전지를 세탁기에 같이 돌렸어요-.-: 어떡하지? 2012/09/20 4,020
154939 요즘 저녁에 무슨 이불 덮고 주무세요? 6 날씨 2012/09/20 1,798
154938 9월 20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말과 말“ 세우실 2012/09/20 1,524
154937 애들 마음을 못 읽어주겠어요 7 애들마음 2012/09/20 1,851
154936 유치원생 딸아이가 맨날 머리아프고 어지럽다고 하는데요 9 두통어지럼증.. 2012/09/20 5,307
154935 싸이가 빌보드차트 11위네요 오홍홍홍 2012/09/20 1,909
154934 코스트코에 리코타치즈, 어느 코너에서 파나요? 3 리코타치즈 2012/09/20 1,874
154933 기러기 원하시는분 보세요 4 asd 2012/09/20 2,132
154932 응답하라1997, 윤윤제 키스신 모음 1 아야어여오요.. 2012/09/20 2,825
154931 여직원들한테 호구노릇하는 남편. 21 징글징글 2012/09/20 6,070
154930 독일에서 선물사온다는데..휘슬러?가좋을까요? 5 백도 2012/09/20 3,182
154929 리바트이즈마인vs 한샘 책장 10 제발 골라주.. 2012/09/20 8,086
154928 박선숙 전 의원, 안철수 캠프 선거총괄 22 .. 2012/09/20 3,875
154927 핏물도 빼지 않고 양념에 재운갈비. 5 .... 2012/09/20 2,319
154926 싸이 빌보드 11위 했다는데 이거 엄청난거 아니에요? 53 와우 2012/09/20 16,663
154925 기러기 유학해도 나중에 대학 특례입학 가능한가요? 7 기러기 유학.. 2012/09/20 3,299
154924 블랙컨슈머들이 판치는 세상.. 라나델레이 2012/09/20 1,551
154923 요즘들어 한겨레 전투력 급상승.. 1 .. 2012/09/20 2,268
154922 날씨도 선선해지는데 뜨개질 같이 하고 싶어요. 7 뜨개질 2012/09/20 1,596
154921 대선 투표율 이번에높을까요~? 3 차니맘 2012/09/20 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