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후 25일째되었어요.
첫만남에서 마음에 아주 들고 다신 이런 사람 못 만날 것 같다며...진지한 만남을 하고 싶고 알아가고 싶다며
아침 점심 저녁으로 문자를 친절히 날려주시는데..
매주 딱 하루만 약속잡아서 밥먹고 얘기하고 차마시고..
주일에는 제가 다니는 교회까지 나와서 기도도 하고 가고 예배도 보고...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정말 시간 맞춘 듯 아침점심저녁 안부문자와 함께..일주일에 딱 하루 같은 날만 약속을 잡는 겁니다.
그리고 전화는 거의 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4번 만났고 그냥 차마시고 밥먹었는데
이 남자는 나름 아주 진지하다고..해요. 주변인들에게 다 얘기해서..저 보여달라고 한다는둥..
근데..만나면 얼굴 완전 굳어서는 말도 잘 못하고...뭐 좋냐고 그러면 가리는 것 없고 다 좋다는 뭐 그런식?
하도 말이 별로 없고 주로 저만 떠들어서 아 진짜 말하기도 귀찮고 피곤하네..이런 마음이었어요 저는.
이럴 거면 왜 보자고 그랬어? 싶은?
그리고 사실 스펙이 저보다 아주아주아주 안 좋아서..도저히 잘 될 것 같지가 않았지만
인상이 착해보이고 어딘가 호감이 가서...나한테 좀 잘한다면 계속 봐줄 용의도 있다..이런 심정으로
만나봤던 거거든요.. 근데 약간 첫인상이 바람둥이 같아서 별로여서, 처음 만나서
상대방에게 좀 바람둥이같으신 인상이라..염려되기는 한다..라고 솔직히 말하긴 했구요. 본인은 그런 얘기 자주 들어서
슬픈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주장했지요.
근데..
전화를 잘 안하는게 좀 이상하고..왜 꼭 하루만 보자고 하는 걸까 의심가서 그 날말고 딴 날 보자고 한번 우겨봤더니 그러면 그 다음주에 볼까요? 이러는 겁니다. 그래서 뭔가 감이 안 좋아서 걍 끝낼 결심을 하고 이틀 잠수탔다가
전화 여러번 오고 문자 폭발과 호소어린 이메일까지..제발 무슨 일있는 거 아닌지만 간단히 알려달라..
길래 아 이것참 인간적으로 못할 짓이네 싶어서...그냥 전화해서..
뭐하자는 거냐 당신, 왜 맨날 같은 날에만 보자는 거냐, 어장관리중이신 거면 나 됐다...왜 전화는 잘 안하며
막상 만나면 잘 웃지도 않고 말도 없고 왤케 따분해보이냐..라고
작정하고 따졌죠..
그랬더니 이 남자가 이실직고하길..
사실 내가 스펙이 훨 좋고 하여..자기가 가뜩이나 위축되어 있는데..자기가 진도를 팍팍 나가면
정말 뺨이라도 한대 맞을 것 같기도 하고...바람둥이처럼 보시길래...자꾸 전화하고 수시로 만나자고 하면
더 바람둥이라고 볼까봐 너무너무 조심스러워서 그러고 있었다..그리고 만날때마다 내가
본인하고 잘 안될 것 같다...라고 부정적으로만 말하지 않았냐...그래서 자기 감정 드러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본인한테 까딱 말실수라도 하면 자기한테 실망하고 안본다 할까봐..정말 말한마디 조심스럽고
행동하나 하나 내 눈치를 열라 보느라고 만날때마다 진짜 긴장한다..그거 왜 모르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아니 그렇게 나를 진지하게 생각하면 왜 일주일에 한번만 그것도 같은 날에만 보자고 하냐...
그건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냐..고 했더니..
자기네 회사 사람들이..자기한테 자기는 너무나 연애를 잘 못한다며..
처음 약 한달간은 일주일에 딱 하루 같은 날에만 만나라..그 다음달에는 일주일 두번, 그 다음달 세번
뭐 이렇게 간격을 늘려가라고 조언을 했다는 겁니다.
아니 뭐 이런 거지같은 조언을..
그러면서...하나님께 맹세코..자신은 저를 너무나 진지하게 많이 생각하고 있고 양다리 따위 절대 아니니
제발 그런 생각좀 하지 말고 믿어달라...라고 하면서..
오히려 내가 이렇게 짜증을 내주니까, 자신을 조금이라도 좋아한다는 확신을 얻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는 거에요.
이 남자,
고단수의 바람둥이일까요
아니면 진심일까요?
서로 나이도 많고(30대 후반)...객관적 스펙이 저보다 딸려서..남자가 조심스러워서 이럴 수도 있나요?
아 정말 헷갈리고 짜증나네요. 믿어줄지..확 관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