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글 보다보니 생각나는 일화 ㅋㅋ
20대 초반무렵 스터디하러 들른 남자동기네 집.
당시 저와 cc였던 남자애의 절친네 집이었는데요
돌아가며 스터디 멤버들 집을 전전하며 공부하고 과제하던 시기였어요.
그 그룹에 여자라곤 저를 비롯 두명뿐이었고 나머지 5명은 모두 남자였고,
남자동기네 집에 들른 그 날엔 다른 여자멤버 한 명이 빠진 상태였어요.
일부러 식사시간은 피해 가는지라 2,3시쯤 동기네 집에 도착했어요.
근데 저희가 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계셨던 동기 어머님이
가게를 하시는데도 불구하고 미리 와서 기다리고 계시더라구요.
돌아서면 배고플 나이고 덩치가 산만한 장정들이 몇인데 내가 뭐라도 채려줘야지,
하시면서 정말 따뜻하게 맞아주셨습니다. 그것은 진짜 감사했어요.
근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어머님이 내주신 식사와 간식을 폭풍흡입하고
특히나 몇몇은 저녁시간 알바가 잡혀있는지라 더욱 촉박해진 시간 내에
그룹과제 해보자며 전공책을 꺼내들 찰나
방문이 벌컥 열리더라구요.
10여년이 지났건만 잊혀지지 않습니다 ㅎㅎ
동기 어머님의 그 한마디
"ㅇㅇ이, 넌 나와서 설거지 해야지. 여자애가 본데 없이 그게 뭐냐"
남자형제 없이 무남독녀로 자라서일까요, 대한민국 1%의 가정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설까요?
진짜 맞닥뜨려본적 없는 상황에서 전 돌처럼 굳었습니다.
뭐라고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근데 더 당황스러운건, 항상 저와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과제를 분담하고
심지어 금요일 수업끝나고 가지는 술자리때 꼬박꼬박 회비도 다 걷어가던 남자동기 녀석들이
당연하다는듯 '안나가고 뭐하냐?'라는 눈빛을 보내는 상황, 그것이었네요..
결국 마지막 희망이었던 제 cc남친마저 절 외면했을때 ㅋㅋㅋ
제 입으로 말했어요
"어머니, 식사는 정말 감사하게 먹었지만 어째서 저만 설거지를 해야 하나요?
시키시려면 모두에게 시켜주세요. 저도 여기 공부하러 왔습니다"
동기 어머님은 아연실색하셔서 몇 번 더 저를 추궁하시다가 고갤 가로저으며 나가시더라구요.
뭐, 그분껜 제가 못됐고, 못배우고, 본데없는 계집애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전 그때 따라나가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도 정말 다행스럽습니다.
물론, 아까 이슈가 됐던 시댁설거지와 나란히 놓고 볼 문제는 절대 아니란 거 저도 잘 알고 있지요.
문득 그 글을 보다보니 생각이 나서요.
우리집 어른을 잘 모시는 것은 남녀를 떠나서 장려되어야 할 덕목이라 보지만
집안일=여자일로 당연시 되는 이런 풍토는 하루빨리 없어졌음 좋겠습니다.
하긴 십년이나 지난 일이니 요샌 저러는 분들 없으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