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느끼는건데
옷장을 열면 아무거나 오늘 입을 옷이 눈에 척 들어와서 파바박 꺼내입고 갈 수 있고
그 어떤 옷도 '이건 좀...'하고 주저할 옷이 없네요.
모든 옷이 다 마음에 드는 것만 걸려 있고
아무 상의나 꺼내서 아무 하의랑 매치해도 다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너무 행복해요.
이렇게 되기 까지 무려 십수년의 시간이 흘렀네요.
학창시절에는 엄마가 옷을 골라서 사주시는게 당연했고
사다가 옷장에 넣어주시면 그냥 아무거나 입고 학교에 다녔어요.
그때는 그게 당연했던 듯.. 사실 어렸을 땐 제가 뚱뚱했어서 뭘 입으나 별 차이 없었던 것 같아요. -.-;;;
무수한 시행착오와 이사를 거쳐 쓸데없는 옷을 많이 처분하고, 옷을 살 때 싼걸 많이 사기 보다는
비싸고 질 좋은 것을 조금씩만 세일할 때를 노렸다가 파바박 낚아챘고
정장들은 정말 괜찮은 걸로만 샀어요. (그런데 기본형 정장들은 세일을 잘 안해요 ㅋㅋ)
이렇게 고심해서 옷을 하고, 거의 모든 옷을 (면일지라도) 손빨래 하고 울샴푸로 빨다보니
옷을 정말 오래 입는 편이예요. 10년 이상 가지고 있는 옷이 아주 많아요.
외출했다 집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손 씻고, 입은 옷들 모조리 갈아입어요.
외출용 옷은 집에서 거의 안 입고 있어요. 집에선 편하게 편하게~
얼마전 여기 게시판에서, 그렇게 옷을 오래 입으면 자신만 모르지 남이 보면 후줄근하다는 평이 있었는데
꼭 그런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그렇게 오래 갖고 있는 옷은
디자인과 핏이 저랑 잘 맞아 정말 좋아하고 애착이 있어서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잘 입고
비교적 새옷이랑 매치해서 입어서 그런지, 오히려 오래된 옷을 입었을 때
직장에서도 친구한테도 칭찬을 많이 들어요.
한번은 지나가던 사람이 저를 유심히 보다가 멀어져서 걸어갔는데
나중에 일부러 뛰어와서 그 옷 어디서 산거냐고 물어본 적도 있어서 마구 뿌듯했어요.
10년도 넘은 옷이니까요. 얼마전엔 또다른 10년 넘은 펑키한 빈티지 무늬 셔츠를
너무 많이 + 오래 입은 나머지 옷 여기저기에 구멍이 나기 시작해서 울면서 버렸어요. ㅠㅠ
그렇다고 헌 옷만 입는게 아니라, 새 옷이랑 섞어서 코디해서 입어요.
옷을 살 때 요즘 새로 생긴 습관은, 물빨래 하기 힘든 옷은 아무리 예뻐도 조금 꺼리게 되더라고요.
실크같이 꼭 드라이 해줘야 하는 옷은 왠지 모시고 사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리고 시대를 풍미하는, 대 유행하는 옷은 거의 안 사요. 예를 들어 파워숄더나 집시풍 긴 스커트나
요즘 유행하는 몸빼 바지.. 혹은 짧은팔 코트나 징 박힌 옷들..
여기도 저같은 분 많으시겠지만, 가끔씩 옷장을 열고 눈을 부릅뜨고 뭔가 처분해야 할 것이 없나 확인해요.
옷장의 크기는 - 가로 길이 약 150cm 정도인데 이 안에 제 옷 다 들어가 있어요.
(물론 코트나 부피가 큰 겨울옷 일습은 현관 옷장에)
요즘은 겨울에도 실내의 난방은 괜찮으니
봄/여름/가을에 입는 블라우스를 겨울에도 코트 안에 입는 일이 많아져서 옷 정리 할 일도 그닥 없어요.
그냥 사계절옷 위에 스웨터나 가디건만 걸쳐 입으면 겨울옷이 되거든요.
작은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앞으로도 몸매랑 체중을 지금과 비슷하게 유지해서
지금 가진 마음에 드는 옷들을 앞으로도 오랫동안 입을 수 있게 되는거예요.
그냥 오늘 아침에 주르륵 걸린 옷장속을 보다가 기분이 좋아져서 적어봤어요.
82님들의 옷장 얘기도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