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거의 10년 가까이 하고 작년에 결혼했어요.
아직 아이는 없구요...
결혼해서 1년여 살아보니까
이 남자가 참 게으르고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주말에 마트 한번 가자고 하면 한번에 OK하는 적이 없어요~
주말에 사람이 많고 주차가 어렵다는 둥, 내일 가자는 둥 항상 나중으로 미뤄요~
둘다 일하는데 그럼 주말에 가지 언제 가나요?
결국 토요일, 일요일 다 장 못 본적도 많아요...
아이도 없고, 둘다 직장 다니니까 사실 장 안 봐도 별로 상관없지만
제가 가자고 할 때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게 너무 싫으네요...
또, 봄, 가을에 날씨 선선할 때 동네 한바퀴 손 잡고 산책하고 싶을때 있잖아요..
제가 산책하러 가자 하면, 또 귀찮아서 가기 싫어해요..
이 남자는 동네 산책 한번하기도 힘든 남자랍니다.
그러면서 말로는 운동하고 다이어트 한다고 하네요..
물론 연초에 3개월 PT 끊어서 운동해서 10킬로그램 정도 뺐어요~
말로만 운동한 것은 아니니 그건 인정.. ;;
그치만 평상시에 아내하고 손 잡고 동네 한바퀴 도는 것, 운동도 되고, 얼마나 좋은가요?
그냥 손잡고 장도 보러 가고(별로 사는 것은 없지만요), 동네 산책도 하고
저는 그러고 싶은데 이 남자 집에 누워서 야구나 보고, 인터넷이나 하고 싶어해요...
그러면서 자기 친구들 만나러 갈 때는 총알, 다 집합시키고, 빨리빨리 모이라고 다그치고,
(남자들 사이에서 약간 대장질 하는 스타일--;)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유부남인데요, 친구들 모아서 남자들끼리 여행 간다고 막 추진하고 그러네요..
(전 남자들끼리 며칠씩 여행간다는 것도 너무 싫어요...제가 무서움을 많이 타서 밤에 남편 늦게 들어오는 날엔 잘 못 자는 데, 그거 알면서 어떻게 이럴수가 있을까요 ㅠ)
그럴때 쫌 배신감 들어요.. 와~ 이렇게 재빠르게 행동할 때가 있어?? --;
제가 뭐라고 하면 말은 잘해요...
나한테 니가 제일 소중하다는 둥... 만나서부터 지금까지 10여년을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살아왔었네요..
바보같이...
제 눈에 보이는 행동들, 제가 느끼는 것들은 그게 아니었는데...
아니라고 이미 말해주고 있었는데, 그 달콤한 말에 그냥 넘어가 있었어요..
그렇게 믿고 싶었던거죠..
사랑받는 달콤함에 취해서, 진실을 보려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처음 만난 남자가 이 세상 전부인줄 알고.. 바보... ㅠ
말로는 니가 소중, 행동은 친구들이랑 여행 추진, 왜? 친구가 좋으니까.. 자기는 그게 즐거우니까...
당연하게도, 제가 젤 소중한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제일 소중한거죠.. 저는 자기 삶을 이루는 일부분일뿐이고..
그게 당연한건데도 저는 그 사실이 너무 슬프네요..
이런식으로 하나씩 진실을 깨달으며 덤덤한 부부사이가 되는 걸까요?
우울해요.. 웃기죠 저...
십대 소녀도 아닌데 사랑이 이 만큼 밖에 안 되는 거였다는 진실을 뒤늦게 마주하고 이렇게 슬퍼하다니...
사실을 알면서 모른척 해 왔던거죠.. 실은...
내가 남편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겠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가 잘 안 되네요..
이 인간이랑 손 잡고 다정하게 장보기? 포기해..
그냥 니가 혼자 가서 필요한 것만 사서 집에 오면 되지 뭘...
산책? 포기해...
그냥 너 혼자 한바퀴 휘 돌고와~
혼자 커피숍 가서 독서 하고 오든지..
이렇게 혼자 생각하면서도 이 허전함과 상실감은 뭘까요?
울 남편, 제가 이런 생각하면
배가 불렀다 불렀어...
내가 바람을 피냐, 도박을 하냐, 밖에 나가서 사고를 치냐,
요런 소리나 하겠지요...
더 이상 제 삶에 반짝반짝 빛나는 사랑은 없을거라는 생각에 눈물까지 나요..
서른 넘어서 이런 생각 하는 제가 이상한걸까요?
내가 느끼는 사랑의 크기와 저 사람이 말하는 사랑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저 사람의 '많이', '정말' 과 제가 생각하는 '많이', '정말' 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이제 깨닫고 있어요..
만난지 10년이 넘어가니까, 결혼한지 1년이 되니까 조금씩 콩깍지가 벗겨지는 느낌이예요 ㅠ
저 혼자, 제 머릿속에 울 남편은 이런 사람이야 라는 환상을 가지고, 그 기대치에 못 미칠 때마다 짜증을 내면서도,
그래도 그 환상을 깨지 않고 살아왔었는데
깨달음은 갑자기 찾아오네요..
원래 그런 놈이야.. 너 혼자 착각한거지... --;;
정신차려~!!!
아 나 혼자 상상속의 남자를 그려놓고 이 놈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10년 넘게 생각했었어..
완전 바보였어 난... 너무 슬퍼요...
저희 남편 좋은 점은요 저보다 출근이 좀 늦는데 맨날 청소기 다 돌려놓고 나가요.. 쉬는 날엔 자기가 화장실, 베란다까지 다 청소하네요.. 그런건 참 고마워요...
그래도, 너무 허전하고 쓸쓸하네요...
결혼선배님들, 조언 좀 해 주세요... 제가 유난한건가요?
다들 그러고 사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