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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어요.

..... 조회수 : 16,287
작성일 : 2012-07-16 00:01:59

단골 미용실이 있었는데 반년동안 머리를 계속 망쳐서...

결국 지인이 다닌다는 새로운 미용실을 찾아갔어요.

 

도시에 지점이 3-4개쯤 되는 미용실인데 제가 간 곳은

본점이라더군요.

가운입고 앉아서 머리하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저를 계속 유심히

쳐다보더니 다가와서 말을 걸더라구요.

'혹시 ## 고등학교 안 나오셨어요?'

'네. 맞는데요'

'어머..너 @@ 아니니? 나 &&야'

 

허거덕... 고등학교때 둘 다 키가 큰 탓에 맨 뒷줄에

항상 같이 앉다가 친해진 친구였어요.

어찌나 반갑던지!...

 

저는 고등학교때나 지금이나 체중변화가 별로 없어서

늙기만 했는데

친구는 굉장히 아이가 통통했었는데 지금은 날씬해져서

말 안했으면 저는 못 알아봤을거에요.

 

그거 있쟎아요.

뜨거운 기계에 머리 고정하고 있는거......

그 상태로 폭풍수다를 떨고 있는데

디자이너가 다가오더니 친구한테 '원장님'이라고 부르더군요.

 

'야..네가 원장님이야?"

'어..ㅎㅎㅎ'

'와...이 미용실 유명하던데 너 대단하다'

 

디자이너들 모두 단체로 앞치마를 입고 있는데

그 친구는 그런게 없어서 전 그냥 손님으로 온 줄 알았지요.

 

학교때 많이 친했었는데

저는 대학을 가고 친구는 대학을 못갔었어요.

가정환경 탓은 아니고 그 친구가 공부에 재능이 없어서.....

 

그 친구는 재수했고 그 해 여름 방학에 만나고

그 후로 연락이 끊겼었어요.

그때도 천리안 하이텔이 있기는 했지만 둘 다 컴맹이어서

이메일같은거는 없었고 삐삐도 흔해지기 전이었으니...

연락할 방법은 오로지 집전화인데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어찌하다보니 흐지부지 연락이 끊어진거지요.

 

우리 둘은 친했지만 둘이 어울리는 그룹은 달라서

공통된 친구도 없어서..... 다른 친구 통해서 소식듣거나

연락처 알아낼 수도 없었고.......

그렇게 서로 아무 것도 얽히지 않은 관계여서

가장 속마음 많이 털어놓을 수가 있었던 것 같아요.

 

계속 수다를 떨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

친구가 시간되면 머리 다 하고 자기랑 차 한잔하고 가라고

청하더군요.

 

끝나고 옆에 커피숖에 갈 줄 알았는데 승강기를 타자더군요.

커피숖 안 가고?라고 물어보니 위에 자기 집에 가서

마시면 된다구....

 

그 빌딩 꼭대기가 친구 집이더군요.

인테리어 잡지에 나와도 될 정도로 집이 좋더군요.

 

폭풍수다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친구는 재수할때 여름에 나를 만난 후에

부모님께는 재수학원다닌다고 거짓말하고 미용학원을

다녔다네요.

나중에 부모님이 아시고는 뒤집어져서 난리가 났지만

본인이 고집부리니 어쩔 수 없었다고.

 

미용사자격증 금방 따서....바로 미용실 시다로 일 시작하고

imf때 자리는 좋은데 망한 가게를 권리금없이 인수해서 시작했었대요.

그동안 자기가 모은 돈에.... 부모님이 다른 자식은 다 대학갔는데

너만 안 갔으니 그 학비하고 용돈에 해당하는 목돈을

줘서 인테리어 싹 새로 하고 시작할 수가 있었다네요.

다른 형제들은 대학다니면서 용돈 받았지만 그 친구는

바로 돈을 벌었으니 집에서 전혀 용돈을 안 받았었는데

부모님이 공평해야한다고 그것까지 챙겨주시더래요.

 

다행히 그게 대박나서 체인까지 내고 잘 된거지요.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미용실 정도면 그 빌딩도 아마

그 친구 소유일거에요.

 

기분이 참 좋았어요.

나는 학교때 공부 잘하기로 유명한 편이었었는데 그냥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고...

그 친구는 공부때문에 많이 힘들어했었는데 훨씬 성공했네요.

 

그당시 앞머리 세우는게 유행이었어요

구르푸 감거나 롤빗으로 말아서 드라이하고 스프레이뿌리기...

그 친구 그 앞머리를 목숨처럼 여겨서 방과 후에

학교를 나서면 거울보면서 머리부터 세웠었어요.

가방에 항상 스프레이하고 빗을 여러개 챙겨다니다가

불시 가방점검때 걸려서는 손바닥맞고 벌서고 했던 기억이 나서

내가 넌 그때부터 헤어디자이너의

재능이 있었던거라고 했더니  막 웃더군요.

자기는 기억이 잘 안난다고....

 

내가 성공한 것도 아닌데 집에 돌아오는 기분이 상쾌하더군요.

참 잘 됐어요.

10년 전만 같아도 질투가 났을 듯 한데...

지금은 좋기만 한걸 봐서는 나도 늙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

 

근데 다 좋은데 그 미용실 계속 다니기는 왠지 불편하네요.

됐다는데도 계산할대 할인을 해줘서 그것도 부담스럽고...

머리가 맘에 안들면 다른데도 옮기기도 좀 미안할거고....

 

그런데 천성이 안 변했다면 그냥 학교때처럼

솔직하게 이러저러하다고 말하면 될 듯도 해요.

그 친구도 내가 반가운 이유가...손님이라서가 아니라

학교때 친구였기 때문일테니 별문제는 안 될 듯도 하네요.

그냥 중구난방 내용없는 일기장 대용 수다네요.

 

 

 

 

 

 

 

 

 

 

 

 

 

 

 

 

 

 

 

 

IP : 112.151.xxx.134
2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7.16 12:05 AM (59.25.xxx.132)

    맞아요 얽매이지않아서 더 친하게 될수도있죠

    근데 글이 좀 길어용 헉헉

  • 2. ...
    '12.7.16 12:07 AM (59.15.xxx.61)

    제가 다 반가운 마음이...

  • 3. ...
    '12.7.16 12:07 AM (58.227.xxx.158)

    보기 좋은 우정이네요
    날마다 욕하는 글만 보다 잘 나가는 친한 친구
    잘 사는걸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님은 좋은.친구 ^^

  • 4. 와우~
    '12.7.16 12:07 AM (121.130.xxx.7)

    원글님 좋으시겠다
    자기 분야에 성공한 멋진 친구 있어서...

    할인은 부담 갖지마세요.
    요즘 할인 카드 하나 없음 바보예요.
    유명 미용실은 온갖 할이 다 있어요.

    그리고 마음에 안들면 다른 미용실 가도 친구 수입에 타격 없으니 부담 갖지 마세요.

    나이들어 마주친 동창이 초라하고 힘들어 보이면
    두고두고 마음 아프거든요.
    그래도 잘나가는 친구니 부담 없이 차 한잔 하러도 갈 수 있고
    좋으시겠어요.

  • 5. ..
    '12.7.16 12:09 AM (118.34.xxx.189)

    저도 그런 입장이면 굉장히 반갑고 좋을거같아요.. 잘풀렸다니 기분이 좋네요...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닌데... 이넘의 사회인식이 좀 그래요... 멋진 기술로 성공한 친구 부럽기도하지만
    뿌듯한 마음 갖아도 좋을듯싶어요.

  • 6. ㅇㅇㅇ
    '12.7.16 12:11 AM (222.112.xxx.184)

    좋은 일이네요.
    저렇게 자기 일로 성공한 친구들 보면 기분 좋을거같아요.

  • 7. jk
    '12.7.16 12:11 AM (175.199.xxx.3)

    빌딩까지 샀는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그랬다면 미용실 요금쫌 내리지............ 쩝.....

  • 8. 도리도리연
    '12.7.16 12:12 AM (112.173.xxx.27)

    친구 아니라 가족의 성공이라도 사심없이 축하하기도 힘든 세상인데 .. 글속에서 진심으로 축하하고 뿌듯해하심이 느껴져서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글도 잘 쓰셔서 술술 읽히는걸요.

  • 9. 나도
    '12.7.16 12:19 AM (125.187.xxx.194)

    젊은나이에 기술배워서 미용사 할껄..
    부럽네요..

  • 10. ..
    '12.7.16 12:38 AM (116.33.xxx.154)

    원글님 마음 예쁘시고 그 친구분도 잘 돼서 정말 좋네요.
    원글님도 마음 예쁘게 쓰시니 자녀들 잘 돼실 거에요!

  • 11. ;;;;
    '12.7.16 12:38 AM (180.224.xxx.197)

    참..읽고도 맘 즐겁네요..울딸도 공부엔 영,,,기술가르쳐야 할까봐요..
    나이먹으니 기술배워 자기일하며 사는사람이 부럽더군요..;;;

  • 12. 여고동창생
    '12.7.16 1:43 AM (211.201.xxx.207)

    저도 여고 때 친구가 지금도 제일 좋아요.
    내가 잘됐다해도 질투 안하고 그 친구 잘되도 질투 안하고
    안된 일 있으면 서로 안스러워하고...
    그런 친구는 정말 돈 주고도 못 사죠.
    님도 참 보기 좋아요.
    님이 좋은 사람이니 그 사람도 님 만나고 반가워한 거겠죠.

  • 13. ---
    '12.7.16 2:30 AM (92.75.xxx.27)

    님도 살만 해서 무사히 (?) 넘길 수 있는 거에요. 빌딩 부자까진 아니라도 밥먹고 살만은 하시죠?
    팍팍하게 살면 신세 한 탄 아니할 수가 없어요-.-;;

  • 14. 아이고
    '12.7.16 6:22 AM (110.70.xxx.68)

    윗님,
    사실을 사실대로 담백하게 적은 글을 그렇게 해석하다니,님이야말로 공부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원글 읽다보니,
    공부 좀 잘했던것보다,
    자기 재능 일찍 알아서,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게,더 나은 일이라는걸 알겠는데요.

    이런 글 자꾸 읽어서,
    공부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많은 학부모들의 사고가 조금씩이라도 바뀌어가는게,
    훨씬 더 나은거 아닌가요?

    일부러 공부얘기는 쏙 감춘다고,
    미용실로 성공한 사람이 더 기뻐할까요?
    공부재능은 없었지만,미용과 경영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당당하게 봐주길 원하지 않을까요?
    공부 못했던게 죄도 아닌데.
    굳이 숨겨야 할 일이 아닌거죠.

    달리기 못했던 것처럼,
    또는 친구들과 사교적이지 못한 사람처럼,
    또는 노래 잘 못하는 것처럼,
    공부 못하는 것도,한가지 재능이 좀 없는것인데,
    다들 세상의 전부인것처럼 여기는 마인드부터 바꿔야하지 않을까요?

  • 15. 좋으시겠어요
    '12.7.16 1:09 PM (203.142.xxx.231)

    저도 나이 마흔이 넘어가니. 주변이 잘되면 좋더라구요.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저도 잘되고.
    친구들도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 16. 지나가다
    '12.7.16 3:57 PM (152.149.xxx.254)

    이런 글 참 좋아요.
    학창시절 공부는 자신보다 더 못했는데 나중에 성공한 친구에게 은근한 시기.질투느낀다는 글이 주를
    이루다가 친구의 성공을 진정으로 기뻐해주는 원글님 마음 씀씀이가 참 따뜻하고 정이갑니다...

  • 17. 세피로
    '12.7.16 4:02 PM (119.207.xxx.44)

    잘됬다!!

  • 18. ㅎㅎㅎ
    '12.7.16 4:21 PM (211.199.xxx.74)

    글읽고 제가 다 유쾌하네요.
    이제 다시 만났으니 즐거운 수다 많이 떠시고 행복한 시간도 자주 갖으세요.
    저도 서울에서 200억대 재산가진 중학교 친구 있는데 너무 반갑고 기분 괜찮았어요.
    얘가 지방의 집으로 내려오는 내 차비를 끊어주고 맛있는 점심도 사줬는데요.
    그냥 풍요로워 보이고요.
    샘같은 거 안났어요.

  • 19. ......................
    '12.7.16 5:14 PM (180.224.xxx.55)

    전 그친구보다 부모가 더 대단한거같네요
    다른 자식들은.. 모두 대학갔는데 넌 안갔으니 공평해가 해야되니 똑같이 목돈을 준다는...
    자식들 차별하고.. 누구는 공부잘하니 몰아서 뒷받침해주고 누구는 공부못하니 그걸로 땡이고.. 누구는 남자니 해주고 여자니 안해주고..
    그런거없이 공평하게 자식을 대해서.. 자식도성공했다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잘나셔서 그런거같아요...

  • 20. 오..
    '12.7.16 5:41 PM (180.67.xxx.11)

    훈훈한 글이네요.

  • 21.
    '12.7.16 7:54 PM (14.56.xxx.130)

    훈훈하네요

    하려고 했는데 딱보고 놀랬슴.
    순간 내가 쓴건가 치매가 올뻔.

  • 22. 2222222222
    '12.7.16 7:55 PM (1.240.xxx.245)

    역시 기술이 최고..222222222222

  • 23.
    '12.7.16 9:37 PM (116.36.xxx.181)

    훈훈하네요
    원글님 그 미용실 쭈욱 다니세요
    할인 받아도 그친구분 남는 장사니까 할인해주는거에요
    아진짜 요즘 파마값 너무 비싸요, 경기도에서도 30만원이니 강남은 대체 얼마 받을런지 후덜덜합니다
    저도 성공한 미용실 사장친구 있었으면 좋겠어요

  • 24. ^^
    '12.7.16 10:05 PM (118.222.xxx.165)

    원글님 글솜씨가 너무 좋으세요. 옆에서 누가 얘기해주는 거 처럼 술술 읽히네요.
    뭐 머리야 다른 데도 가시고 친구분네서도 가끔 하시면 좋죠.
    특히 앞으로 흰머리 염색 필요해지시면 친구분네서 꼼꼼하게 시술받으세요ㅎㅎ
    두 분 우정 참 보기 좋아요~^^

  • 25. 갸쏭
    '12.7.16 10:55 PM (218.154.xxx.94)

    훈훈합니다^^글솜씨가 좋으셔서 공감백배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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