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0년 넘게 직장 생활하다가 교사로 전향한 케이스에요.
동시통역사가 꿈이었지만 형편이 좋지 않아 겨우 학교 마치고 급히 취직했고,
힘들게 임용공부해서 교사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직장생활 오래하면서
가까운 지인들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에 대한
얘기들(82쿡에서 하는 얘기들과 비슷한)을 많이 주워 듣다 보니
어느 정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차피 교사라는 직업 세계를 몰랐으니 제3자의 입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바라봤던거겠죠.
이런 등등의 이유로
초기에 준비할 때는 나는 무엇때문에 교사가 되려고 하나?
나는 과연 교사가 될 준비가 되어 있나?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저는 "미성숙한 존재를 성숙한 존재로 인도하는" 뭐 그런 거창한 뜻 보다는
제 미래를 위해서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어요.
이제 1년도 안된 시점에서 문득 동료 선생님들을 보면서
우와 참 아이들을 아끼시는구나... 나는 우리 이쁜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과연 아이들을 얼마나 생각하고 교사가 된 것일까?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어요.
우리 아이들 진짜 예쁩니다.
남자 아이가 혀 짧은 소리하며 애교 부리는 것도 예쁘고,
괜히 교무실 앞을 지나가다 "아침 문안 인사 드립니다"하고 넙죽 인사하는 아이도 예쁘고,
"샘! 즐밥!"하는 덩치 좋은 녀석도 예쁘고,
"샘~ 좋아하는 남자 아이가 저 싫대요..." 하면서 막 사랑에 빠진 소녀가 미주알 고주알
하는 얘기도 그 아이의 표정도 예쁘구요...
반대로 "샘 진짜 존* 재수없어!"라고 예쁘지 않은 말 하는 아이도 있죠.
아무튼 무지개 색깔 아이들과 여러 상황들을 겪으면서
내가 좀더 학생들을 아끼고 위하는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겠구나라고
다짐하게 되었고, 매일 매일 이 다짐을 떠올리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82쿡을 통해 이 세상 저 세상, 세상 공부를 참 많이 하고 있어요.
교사가 된 뒤로 교사에 대한 이야기들은 저도 모르게 클릭하게 되고,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잘해야겠구나, 조심해야겠구나라고 배우고 반성도 해요.
그런데 최근 두어개 글들에 대해서는 참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오늘 우연히 상화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학교 생활과 비교를 해봤어요.
실제로 작년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로 폭력, 왕따에 대한 여러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각 가정으로 우편으로 결과통지서를 발송한 뒤
담임선생님들은 고위험군 학생의 경우
학부모님과 개별로 전화 상담을 해요. 고위험군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 모르고 계신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네요.
그렇다면 경우의 수가 2가지인데요,
학교에서 결과통지서도 보내지 않고, 부모님과 통화도 안했다.
부모님이 통지서도 받고,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했음에도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학교에 오기 전에는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야말로 멘붕의 상황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수업은 조미료였을 뿐, 메인디쉬는 아니었어요.
엄청나게 떨어지는 행정업무들 정신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별 중요하지도 않은
갖가지 일들을 다 정리하고 문서로 만들고, 이걸 내가 왜 하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요.
어쨌든 학교 업무는 특히 중학교의 경우 일일이 교육청에 보고를 해야하기 때문에
특히 요즘처럼 폭력 왕따에 대해서 너무나 민감한 시기에
학교에서 결과통지서도 전화상담도 하지 않았다는 건 짧지만 제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믿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모든 학교에서 다 근무해 본 건 아니니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이스를 통해 모든 업무 보고를 해야하고, 실시하지 않았을 경우 교육청 또는 관련 기관에서
개별 연락이 오거든요.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모든 책임을 학교, 교사 탓이다라고 공언하듯이 몰아부치는 언론의
방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제가 위에 말씀드린대로 학교와 교사가
조사 후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다 생략된 채 교장선생님의 인터뷰 멘트만으로(발언에 문제가 있었던 건
맞습니다) 학교가 아무것도 안했다라고 보여지게 하고, "학교는 다 저래"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면
그게 과연 잘하는 것일까요?
학교에 와서 저는 깜짝 놀란 게 여유시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점심 때 직원들과 여유롭게 식사도 하고, 바쁘지 않을 때는 개인적인 용무도 볼 수 있고,
어떨 때는 반나절 놀 수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교사는 진짜 정신 없더라구요. 수업이 비는 시간에
행정업무하느라 진작 중요한 수업 준비는 주말에 합니다. 회사 다닐 때는 집에 일거리를 가져가
본게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학교 다니면서 거의 매주 수업준비하거나 시험문제 제출해요.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들락거려서 문제를 낼 수가 없어서요.
아이들의 문제는 학교나 교사가 선봉에 서야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교육에서부터 출발해서 학교, 교사와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해야할 문제인데
대부분 문제가 발생한 학생의 부모님은 심할 경우 나몰라라 집에서도 버린 자식입니다..라고 하던가
아니면 무조건 학교 탓이라고 합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두번째는 얼마전에 올라온 글이었는데 교사 월급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하는 일 없으면서 철발통에 방학에도 월급 나온다가 주로 듣는 소리였는데....
진짜 월급이 적어서 놀랐습니다. 사실 저는 어차피 돈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회사 연봉과 비교할 생각도 없었구요.
다만 내가 교사가 되기 전 교사들은 정년 보장에 방학 때도 월급 받으니
너무 좋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게 참 잘못된 편견이었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선생님들이 많이 하는 얘기가 방학없으면 힘들어서 일 못해라고 하시더라구요.
진짜 몇달 일해보니 대책없이 대드는 아이들, 마구 쏟아지는 행사(학교 활동이 참 다양하고 많아서
그것도 놀랐습니다), 행정업무 등등이 겹쳐서 학기말 쯤 되니 제가 파김치가 되어 가고
있어요. 학기 중에는 연가 절대 사용할 수 없구요, 있다 해도 수업시수 다 채워야 하니 결국
선생님들은 연가 사용하기가 어렵고, 방학만이 쉴 수 있는 시기인데 일수도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방학 때 근무하는 날도 있고, 연수도 많아서 저만 해도 실제 방학은
2주 정도입니다.
돈을 따져보면 교사로서 평생 버는 돈과 일반 직장인의 직업수명을 따져 버는 돈은 비슷한 수준일 것 같더라구요.
얼만전에도 비슷한 기사가 났었구요. 많이 얘기하시는 연금도 연금제도가 바뀌가 전의 교사들만 최대 3백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휴일을 따져보면 이것도 일반 직장인들 특히 대기업 다니시는 분들 연가 일수와 교사가 실제 쉴 수 있는 날짜를
비교해보면 비슷하거나 교사가 조금 더 많을 듯 싶어요.
그 외에 부수적으로 제가 또 놀랐던 게 있다면 회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곳이기 때문에 직원 능력개발, 복지에
투자를 굉장히 많이 하죠. 저만 해도 학원비, 출장비, 통신비, 초과 수당, 기타 등등 연봉 외에 수입이 꽤 됐어요.
그런데 학교는 일단 임용 통과하면 능력개발은 개인의 몫이에요, 아무런 지원도 없습니다.
출장비도 5천원~2만원이 최대이고, 시간 외 초과 근무도 시간당 9천원 정도로
일반회사 평직원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세금으로 운영하는 건데 이럴 수 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에 대해 쉽게 얘기합니다.
실제 제가 경험해 본 교사의 세계는 제가 밖에서 바로보던 것과는 많이 달랐어요.
자식이 내 마음대로 뜻대로 되는 건 아니라하기에 정말 어려운 일이겠지만
진짜 부모가 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한번 더 온몸으로 깨달았지요.
누구의 탓이라고 하기 전에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해결될 문제인 것 같아요.
선정적인 언론, 하루는 학교와 교사 탓이다라고 후려쳤다가
그 다음 날 바로 교사 폭행하는 막 나가는 아이들 이런 상호 면피성의 대립된
뉴스들에 휘둘리지 않고,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