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쭉 도시에서 나고 자랐고, 선천적으로 무서운 것이 많은 성격입니다. ^^;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 동물에 대한 무서움증을 극복할 기회가 없었어요. 저와는 다른 방법으로 동물을 싫어하거나 무서워하시는 분이 계시겠지만 그냥 가볍게 봐주세요.
0. 생각보다 개를 묶지 않고 다니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희 집 근처에 산책코스가 있는데 많을 때는 거의 80%, 적을 때는 10% 의 주인분들이 목줄을 채우지 않습니다. 개줄이 없으니 개들 끼리 싸움하는 장면도 자주 봅니다. 그 곳은 차량 출입이 통제되어있어 차에 받힐 지 모르니 묶으라는 소리도 못하겠고, 또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묶이지 않은 개 주인에게 어떻게 말을 걸겠습니까? ㅎㅎ 하루는 개가 제 발치로 와서 미친듯이 짖길래 돌아버리는 줄 알았는데 다음날 같은 개가 다시 제 발치를 빙글빙글 돌며 미친듯이 짖더군요. 제가 제발 개줄 좀 묶고 다니라고 한 마디 쥐어짜듯이 했더니 웃으시대요.
1. 동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꼭 나를 해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동물의 주인이 "해치지 않아요, 물지 않아요"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성적으로는 압니다. 하지만 공포심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냥 독없는 뱀이나 고양이나 강아지나 주인에 의해 컨트롤되지 않는 범위내에서는 모두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나에게 손가락만한 날개달린 바퀴벌레가 달려들 때의 느낌과 비슷한지도 모르겠어요. 그 벌레가 나를 해칠까봐 무서워하는 게 아니잖아요? ㅎㅎ
2. 다 큰 어른이 동물을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스스로도 싫기 때문에 더욱 화가 납니다. 묶이지 않은 개, 목줄 길이를 2m는 유지하고 있으면서 개가 제 주위에서 짖어도 잡아당길 줄 모르는 사람만 아니면 저도 평범한 사람입니다.
3.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과 개를 싫어하는 사람은 반드시 같은 범주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저는 개가 귀엽다고 생각하고 키워보고 싶기도 하지만 무서워합니다.
개가 주인의 품에 안겨있고 언제든지 주인에 의해 통제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되면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고, 처음에는 쓰다듬는 것부터 시작해서 제 주위를 천천히 돌아다니다가 그 다음에는 제가 안을 수도 있고 그러다가 평범하게 대할 수 있습니다. 단지 남들보다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친구가 키우던 고양이와도 천천히 가까워져 한 3주 쯤 지났을 때에는 고양이와 한 방에서 자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아졌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고양이는 여전히 무섭고 엘리베이터 같은 밀실에 갇힌다면 저는 그 상황이 공포영화10편 보는 것보다 더 무서울 것입니다.
4. 강아지, 고양이 키우시는 분들은 그냥 제 입장에서는 생리현상처럼 어쩔 수 없는 공포심을 드러내는 것도 기분 나빠하시는 것 같아요. 그게 눌러지고 내색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면 공포가 아니지요 ㅎㅎ
그럼 극복해봐라, 라고 하시는 데 그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만약 강아지, 고양이를 한 마리 구입하거나 분양받거나 해서 키움으로써 공포심이 없어진다면 좋겠지만 그런 이기적인 마음으로 10년 넘게 함께 할 가족을 선택할 수는 없잖아요. 만에 하나 공포심 극복이 안된다면 큰 죄를 짓게 되는 거구요. 도시는 앞으로도 더욱 동물을 쉽게 접할 수 없는 곳이 되어갈 텐데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5. 저도 동물을 키워보지 않아서 왜 개에게 목줄을 하지 않는 건지, 목줄을 거는 것이 안쓰럽게 느껴지는지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견주분들은 왜 저렇게 극한의 공포를 느끼는 사람처럼 행동하는가, 그 무서움이 어느 정도로 극에 달했는지 이해하지 못하시겠지요.
동물과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것을 이해하니 딱 봐서 무서워하는 것같으면 그냥 동물을 품에 안아주세요. 대부분의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컨트롤 되지 않는 생물을 무서워하는 것 뿐입니다. 주인이 컨트롤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요.
글을 마무리 할 말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